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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뼈배우 진선규 인터뷰

반갑습니다. 회관까지 이렇게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진선규입니다. 제가 또 이렇게 변호사회관까지 와봤네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경험이네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특별출연하신 모습 잘 봤습니다(주. 이하늬와 연인으로 깜짝 출연했다).
아, 정말 하늬가 고도의 집중을 해야 했어요(웃음). 제가 이렇게 멜로가 안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멜로는 진짜 체질이 아니네요.

평소 인터뷰를 보면, 영화 <파이란>같은 멜로를 하고 싶다고 되어있던데요.
저도 제가 그런 줄 알았어요. 아, 근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대사들이 막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고요. 평소에 모니터링을 해 주는 아내조차 정말 못 봐주겠다고 하고(웃음).

아내분이 많은 힘이 되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배우이다 보니까. 제가 단역만 하고 있을 때는 아쉽다는 소리도 했었고. 그래도 요즘엔 “짧게 나오더라도 다른 느낌이야” 정도는 해 주지만, 구체적인 조언을 해 주지는 않아요.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돼주죠.

<멜로가 체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이 만든 작품답게 재미도 있었고요.
대단하시더라고요. 정말. 드라마가 영화랑 분량부터 비교가 안 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몇 년을 준비해서 장시간을 찍고 모든 것을 짜낸다고 할까. <멜로가 체질>은 요즘 다시보기로 많이들 보신다고 들었어요.

<극한직업> 출연 배우분들과의 남다른 우정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서로가 정말 끈끈해요. 관객 수가 많았던 영화라서가 아니라 만들 때부터 응집력이 있었어요. 앙상블이 너무 좋아서 촬영도 재밌었고요. 물론 결과도 좋았고. 어제도 이하늬 씨가 출연한 <블랙머니>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변호사나 검사 역할을 맡아도 아주 새로울 것 같습니다.
저도 정말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자문도 받고 하면 좋겠습니다(웃음). 변호사의 전형적인 느낌보다는 허술한 느낌이면 저도 괜찮지 않을까요? 사기도 좀 많이 당하고. 그런데 변호사님들도 만나뵈면 순수하신 분들이 많으시던데. 저도 좀 그런 느낌으로 해 보고 싶어요.

변호사들도 의뢰인과 사건을 기다리는 시간이 있는데, 진선규 씨는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세요?
다음 작품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면 아무래도 그게 최우선이죠. 또 제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극단을 하고 있다 보니까요. 저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멤버들과 워크숍을 해요. 아주 오랜 시간 연기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 제 작품을 보고 나서 지적도 많이 해 주거든요. 무조건 위해주거나 맞다고 해 주거나 하지도 않고 정확하게 얘기를 해 주죠.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보내곤 합니다.

그럼 여가시간 같은 때는 어떻게 보내세요?
제가 사실 잡기가 없어요. 다른 분들은 골프도 치시고 뭐 여러 가지로 취미를 많이 가지고 있던데 저는 전혀 없어서. 개인 운동 정도? 체력 관리하고 복싱하고 그런 거예요. 사실 대부분은 집에서 아이를 보죠. 막내가 네 살인데, 같이 놀이터 가고 그렇죠. 어떻게 보면 되게 심심한 생활이긴 한데, 촬영하거나 아이 보거나. 고등학생 때도 집, 체육관, 학교 그게 다였어요.

학창시절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학창시절에 괴롭힘을 많이 당했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괴롭히는 친구들을 이겨보려고 체육관을 다녀봤어요. 그런데 제가 운동에 소질이 있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좋은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이 친구들을 못 괴롭히게 지도하고 싶고 그랬죠. 근데 고3때 우연히 교회 다니는 친구가 하는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가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고3 가을 때 형 누나들에게 물어물어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죠. 두 달 정도 준비했던 것 같아요.

두 달 만에 연기로 대학에 진학하다니 놀라운데요.
어떻게 가긴 했는데, 학교에서는 연기 못하는 애였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고, 운동 동아리도 하고. 졸업하고 나서 극단을 만들면서 더 많이 배웠죠. 극단 친구들도 하나 둘 배우의 길을 가게 되더라고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변호사님들은 ‘전문분야’라는 게 있으실 텐데, 사실 저는 뭐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범죄도시>를 하고 나니까, 정말 그런 종류의 역만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사실 근데 그런 역을 또 하려면 앞의 작품보다 정말 비교할 수 없이 잘해야 되고, 너무 어렵죠. 그래서 저는 아예 장르를 계속 바꿔서 하고 있어요. 지금도 그런 상태고요. 오컬트 장르인 <사바하>도 그렇고 <극한직업> 같은 코미디도 있고, 지금은 SF도 찍었고요. 자꾸 강한 역할이 들어오니까, 장르 자체를 바꾸는 거죠.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를 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움직임을 좋아해서요. 그리고 웹툰 원작을 무척 좋아했어요. 막연하게 ‘이 작품이 뭔가 극화된다면 꼭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오디션을 기다렸을 정도.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발레 연습도 많이 하고. 다행히도 70대 노인이 발레를 하는 역할이어서 제가 몇 달 열심히 해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작품이 참 슬프고, 꿈에 대한 얘기라서 좋았어요. 정말.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네요.
‘하고 싶다, 하고 싶다’라는 그 꿈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걸 다시 배웠거든요. 연기에 대한 꿈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도 이렇게 실현된 거고, 후배들도 저를 보면서 생각하는 게 있을 거고요.

제가 오늘 뵈니 너무 순하고 선한 인상인데, <범죄도시>에서의 악역은 정말 강렬했어요. 어떻게 악역에 몰입을 하시나요?
제가 히스 레저나 호아킨 피닉스 같은 메소드 스타일은 아니에요. 근데 자기 안에 누구나 분노가 있잖아요. 속상하고 그런 마음들도. 저도 어릴 때부터 “선규는 착하지 뭐”라는 말을 늘 들었고 그래서 그 말대로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딱 해 보니까 갇혀 있던 것들이 막 나오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매력이 정말 짜릿하거든요. 그래서 악역을 함에 있어서도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악에 받쳤던 순간을 찾아서 엄청나게 집중을 해 보는 거죠. 상상력은 제 연기 철학이기도 해요. 사람은 결국 자기의 주관이 모두 담긴 눈빛을 가지게 되잖아요. 범죄도시 때도 감독님 디렉팅은 “쳐다만 봐도 나쁜 사람 같으면 좋겠어요”가 다였어요(웃음). 그래서 밥도 굶고, 악과 깡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제 스스로가 봐도 눈빛이 변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일상까지 끌고 가지는 않아요.

수개월 동안 악역을 하다 보면 영향을 받지는 않으세요?
저는 감독님 “컷”사인이 나오면 바로 깨어나오는 편이에요. 바로 지금의 저로 돌아오죠. 그런데 <범죄도시>의 윤계상 씨처럼 주연이고, 분량도 많았고 하면 영향이 올 것 같기는 해요. 작품을 끝까지 끌고 가는 악역이라면. 윤계상 씨도 몰입이 엄청났어요.

최근 송중기 씨와 함께 <승리호> 촬영을 마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SF라니 새롭네요.
네. 한국형 SF는 처음인데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어요. 지금 제 촬영분은 다 마친 상태예요. 제가 드레드 머리까지 하고 나와요. 오늘은 그래도 다행히 머리를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영화에 한국 배우가 다섯 명 밖에 없어요. 그런 새로움도 있고요. 내년에 개봉 예정입니다.

촬영은 어떠셨어요?
중간에 허리를 다쳐서 수술도 하고, 회복하면서 촬영을 했네요. 제가 머리스타일까지 특이하게 한 것은 영화 내에서 출신이 좀 특이하기 때문인데, 아, 그러고 보니 저는 영화를 하면 출신이 늘 남달랐던 것도 같아요. 영화가 잘 나와야 할 텐데. 스스로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의 계획, 포부가 궁금합니다.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배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대종상 수상소감을 자꾸 얘기할 수 밖에 없어지는데, 선배님들처럼 훌륭하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선배님들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계시는 거고. 목표는 우주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웃음). 계속 머무르지 말고 전진해야죠. 계속 배우로 그렇게 있고 싶어요.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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