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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의 적법성 판단 기준에 대한 고찰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 구성

모 중학교 교사인 A씨(선배)가 중학교 교무실에서 다른 동료 교사 C씨와 학생 관련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후배 교사 B씨에게 “나가라”는 등 소리를 쳤는데, 이에 B씨가 휴대폰으로 A씨의 음성을 녹음하였습니다. 이후 A씨가 B씨를 상대로 비밀 녹음행위가 음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위 청구에 대해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음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이하 “대상 판결”).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8가소1358597 판결)에서는 음성권이 헌법 제10조 1문에 근거를 둔 인격권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임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대상 판결은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그 위법성을 조각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따랐습니다. 다만, ① 녹음자에게 비밀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② 비밀 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③ 사회 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원고의 행동(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침)을 제지하거나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녹음을 할 필요성이 존재했고 긴급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요컨대, 피고의 비밀녹음으로 인해 원고의 음성권이 다소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판단되는 만큼 위법성이 조각돼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 형량

나아가 재판부는 음성권 침해행위를 둘러싼 당사자간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 형량을 통해 침해행위의 위법성을 가려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즉, 위와 같은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 외에 피해 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들(피해 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 이익의 보호 가치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음성권의 침해를 주장한 원고의 발언 분량(약 23초)이 적고, 녹음된 내용(피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는내용)도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 영역의 것이 아니며, 녹음 파일이 소송 또는 수사를 위해 제출되는 방식으로만 사용된 점 등을 피해 이익 영역의 고려 요소로 보아 충분히 정당행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상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대상 판결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판단한 항소심 판결이기는 하나, 비밀 녹음이 헌법상 인정되는 인격권에서 파생된 음성권 침해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미 대법원이 유사한 취지에서 초상권에 대한 판결을 내린 사실을 고려하면 대화자 사이의 비밀 녹음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법원의 입장이 정해진 것으로 볼수 있습니다. 이 판결을 계기로 헌법상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영역의 보호 실현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확보된 비밀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판례의 태도 변경도 기대해 봅니다.

박정택 변호사
●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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