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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변론의 시대

이번 주에는 재판이 없어서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재판이 없어도 작성하여야 할 서면은 밀려있는데, 재판 출석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운 것을 보면 재판에 출석하고 변론을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오랜시간 동안 변호사의 기본적 직무는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최근에는 법정에서 말로 쟁점을 잘 설명하는 일 또한 변호사의 중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 생활 초기만 하여도 대부분 사건에서는 재판장님이 “소장 진술하시고, 준비서면 진술하시고...”라고 말씀하시면, 변호사들은 대답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구술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변호사가 재판에서 청구이유나 항소이유를 구술로 변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PPT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정사건에서도 변호사가 신청이유를 구술로 자세히 설명해야 하기도 합니다.

전자소송 시행 이후 재판부와 당사자가 법정에서 사진, 음성 파일 등의 소송자료를 함께 인식하고 공유하게 되면서 구술 변론이 더 활성화되는 것 같기도합니다. ‘형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되어 있고,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도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을없애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니, 구술변론주의나 공판중심주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정에서 구술변론주의나 공판중심주의의 꽃은 증인 신문, 당사자 신문입니다. 증인 신문은 처분 문서보다 증명력이 낮게 평가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증인 신문을 통하여 실체적 진실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증인신문이 대부분 녹음이 되어 있고, 바로 녹취서가 업로드되어 종전에 조서 형태로 기록에 남는 것보다 증언의 증거가치가 더욱 높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피고인이 22명이고, 피고인마다 변호인이 달리 선임된 사건을 수행하였습니다. 변호인석이 부족하여 변호인들은 증인석 뒤의 자리에서 변론을 하고 피고인들은 방청석에 착석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이 다수인 투자사기 관련사건으로 쟁점이 거의 동일함에도, 공판 기일에서 20명이 넘는 증인이 있었는데 각 변호사님들마다 증인 신문 스타일이 달랐고, 증인 신문을 남다르게 잘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변호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형사소송은 사전에 신문사항을 제출하지 않고 공판기일에서 신문을 하는데, 민사소송에서는 증인 신문기일 전에 증인 신문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 적이 있습니다. 민사소송규칙 제80조의 “증인 신문을 신청한 당사자는 증인 신문사항을 적은 서면을 증인 신문기일 전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며 법원은 증인 신문기일 전에 서면을 상대방에게 송달해야 한다.”는 규정에 기한 것인데, 증인 신청을 한 자가 증인과 결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고, 증인 신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신청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서면 진술서로 대체할 것을 권유받고 증인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증인은 객관적인 제3자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신청인에게만 증인 신문사항을 서면으로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구술주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피고인 22명인 위 사건의 증인 신문 녹취서를 열람 복사하여 보면서 장차 증인 신문뿐 아니라 공판의 전 과정이 필수적으로 녹음, 녹화되어 공개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판장님, 변호사님들은 부담이 되겠지만, 서면이 아닌 구술 위주의 재판, 투명한 재판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변호사 분들이 자신의 일상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이미 녹화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오면 그 또한 즐겨야겠습니다.

안서연 변호사
●법무법인(유)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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