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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_ 변호사로서 / 정상욱

 

 

변호사로서

 

'나의 소송이야기'에 기고하고자 필자가 수행한 지난 사건들을 일별해 보았다. 필자가 수행했던 모든 사건은 필자의 땀과 정성이 들어간 것으로 한 사건 한 사건 모두 필자의 기억 속에 보존되고 있지만, 그 중 본 코너에 소개하려는 사건은 필자의 변호사로서의 생각과 인간으로서의 생각이 상충되는 가운데 진행된 사건으로서 필자에게도 상당히 특이한 경험이었던 사건이었다.

 

필자가 본 사건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0. 7.경 A의 국선변호인으로서 구속적부심을 사건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구속적부심에서 필자는 주어진 극히 짧은 시간에 A와 면담을 하였기에 본 사건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세밀하게 다루기는 힘들었으나, 당시 A의 상황을 언급함으로써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점을 피력하고 심리를 마쳤다. 그런데 심문기일 밤에, 필자는 A가 석방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났을까 2010. 8.경 A가 어떻게 알았는지 필자를 찾아와서 간청하기에 필자는 본 사건을 맡게 되었다. 본 사건은 '○○캐피탈 주식회사'가 다수의 채무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보증보험업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가없이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였기에 보험업법위반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A는 '○○캐피탈 주식회사'의 과장인 자로 우연히 B를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금융회사를 만들면 그곳에서 근무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캐피탈 주식회사'에 근무하기 시작한 것이고, '○○캐피탈 주식회사'는 자본력도 없고 그 곳에서 발행하는 지급보증서도 은행에서 양식을 얻어다가 자신이 컴퓨터로 외형만 만든 것에 불과하고 ○○캐피탈 주식회사로부터 임금조차 체불되어 퇴사한 상태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본건에 대하여 '○○캐피탈 주식회사'의 행위는 지급보증을 한 것이지 보증보험업을 한 것이 아니고, 가사 보증보험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 사안들은 보험업법위반의 미수에 해당하고 보험업법은 미수범처벌규정이 없어 수수료를 받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 것이라는 등 여러 쟁점을 제시하면서 A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였다. 약 1년간의 공방을 끝내고 2011. 7.경 본건의 선고일! 필자는 직원으로부터 A가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고, 그 때의 기쁨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무죄의 이유를 간략히 언급하다면 ○○캐피탈 주식회사의 지급보증서 발급은 보증보험이 아니므로 보험업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측의 항소로 본건은 다시 항소심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검찰 측은 1심 판단의 부당함을, 필자는 1심판단의 정당함을 주장하며 다시금 본건에 대하여 공방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자의 자력이 없는 것 같아 담보를 요구하였다. 그러자 그자가 금융회사의 지급보증서를 가지고 와서 담보로 제공하였고,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 그자가 건넨 지급보증서인데 필자에게 검토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지인이 건넨 지급보증서는 다름 아닌 필자가 공방 중인 사건의 '○○캐피탈 주식회사'가 발행한 지급보증서가 아닌가! 필자는 지인에게 "채무자가 갚을 자력이 있으면 돈을 빌려 주되, 이 지급보증서를 담보로 절대 돈을 빌려 주시면 안 됩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지인과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필자는 ○○캐피탈 주식회사가 계속하여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였고 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증금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그 지급보증서를 믿고 돈을 빌려 주었다고 생각을 하니 놀라웠고, 더구나 필자와 무척 가까운 지인마저 그 지급보증서를 담보로 돈을 빌려 주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웠다. 오히려 유죄로 선고되었다면 차라리 ○○캐피탈 주식회사가 지급보증서 발급을 중단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는 그와 같은 지급보증서가 유통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불측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없으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A의 변호인으로서 A와 관련된 '○○캐피탈 주식회사'의 지급보증서 발급행위가 유죄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후에도 필자는 항소심에서 과연 '○○캐피탈 주식회사'의 지급보증서 발급행위가 보증보헙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험업법 위반인가에 대하여 검찰과 열띤 공방을 계속하였고, 결국 검찰의 항소는 기각되었다(그 후 검사의 상소로 인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캐피탈 주식회사'의 지급보증서 발급행위가 보험업법위반이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필자가 수행한 많은 사건들 중 대부분은 의뢰인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였다. 그런데 본건의 경우, 필자는 한 인간으로서의 생각과 변호사라는 직업적 생각이 서로 상충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변호사라는 직업적 마인드로 본건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또 다시 본건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아직도 딜레마에 빠져있다. 어쩌면 필자가 겪은 본건은 아주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다. 많은 훌륭하신 변호사님들은 본건보다 훨씬 더 크고 힘든 사건을 겪으면서 (변호사로서 아니면 한 인간으로서)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하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분들께는 필자의 본 글을 애교로 봐 주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장성욱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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