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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몇 핸가요

 각자 다른 사연으로 서울의 한 동네에 모이게 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뮤지컬 <빨래>의 시작과 마무리를 장식하는 노래이다.

대학 합격과 동시에 시작한 나의 서울살이는 만으로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학교 앞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마치고,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인 집에서 눈을 뜬 늦은 겨울의 어느 날 아침을 잊지 못한다. 대전에서 태어나 자라온 스무 살 신입생에게 복잡하고 바쁜 서울 생활은 반가움보다는 낯섦과 두려움이 더 컸던 것도 같다.

그 사이 대학교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졸업 후에는 운 좋게도 국내 최고 로펌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같이 일하던 변호사님들과 법무법인을 설립하여 새로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서울살이가 쌓여가는 동안, 충분히 쉬어갈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입시, 시험, 취업, 크고 작은 업무들로 가득 찬 일상에 지쳐 처음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본 적이 많지 않았다. 어느샌가 일이란 그저 젊은 나에게 주어지는 과분한 급여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개업 후의 삶은 여러모로 감사한 점이 많다. 로펌 퇴사 후 나의 삶에 생긴 작은 여백만큼 ‘어떤 변호사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의 시간도 깊어졌기 때문이다. 작은 법무법인이지만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도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어떤 변호사,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의뢰인의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장기적으로는 의뢰인의 삶, 나아가 사회의 평안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자 그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소박하지만 또 어렵기도 한 꿈에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서는 변호사로서의 실력과 자질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가장 이로운 방안을 찾아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점검하는 습관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늘어가는 서울살이 만큼 더 성장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것. 조심스레 풀어내 보는 오늘의 상념(想念)이다.

정다은 변호사
●법무법인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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