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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2011)파리에서 펼쳐지는 1920년대 미국 문학 -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개인적 성향인지 모르겠으나, 고전을 읽으면서 출간 연도까지 인식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위대한 개츠비』와『킬리만자로의 눈』은 읽었어도, 1920년대 문학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서로 다른 작품의 작가들이 연대별로 어떻게 엮여 있는지 익히는 것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은 무엇인지 안다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동시대의 작가이며 절친한 벗이었다는 사실은 스콧 도널드슨의 저서『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1)로, 그들이 활동한 시대가 1920년대였음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인공 길 펜더(오웬 윌슨)가 과거로 돌아가 처음으로 만나는 예술가는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이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금성출판사 ‘애장판 세계문학대전집’ 제80권『위대한 개츠비』의 작품설명란에서 접한 덕분에 낯이 익었지만, 헤밍웨이는 백발의 턱수염으로 덥수룩한 사진이 대부분이었기에 젊은 미남 어니스트의 등장은 뜻밖이었다.

피츠제럴드에게는 막대한 원고료 수입으로 대저택을 구입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를 입증하듯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아내인 젤다, 외동딸 스코티와 손을 잡고 한쪽 다리는 왼쪽으로 기울인 익살스러운 포즈로 찍은 사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반면 헤밍웨이는『노인과 바다』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까닭에『무기여 잘 있거라』의 주인공 프레데릭의 모델이 작자 자신이었음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1920년대 예술가는 크게 문학과 미술 분야로 나뉜다. 미술에서는 피카소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그 외에 초현실주의자 달리 등의 화가는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만 잠깐 언급되는 정도이다. 핵심은 문학 분야인데,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 그리고 거트루드 스타인이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작가의 비중이 큰 것은 할리우드 시나리오 극작가인 주인공 길 펜더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겠고, 장소적 배경이 프랑스인데 주요 등장 예술가는 미국인이라는 설정은 영화의 마지막에 길이 파리로의 이주를 결심하는 장면과도 겹쳐진다.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에서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파리 플뢰르가 27번지 살롱에서 두 작가가 대면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 길 펜더 역시 이곳에 초대되어, 피카소의 뮤즈인 아름다운 아드리아나를 만난다. 그녀는 후에 피카소를 떠나 어니스트와 사랑의 도피를 하고,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하여 길 펜더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인물이다.

영화의 주인공 길 펜더는 구형 푸조를 타고 1920년대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다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종결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4년까지의 평화롭고 풍요로운 유럽의 ‘벨 에포크’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하고는, 깊은 깨달음을 안고 현재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도입부에서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피곤했고, 줄거리를 알고 있었고, 장안의 화제인 <미스터트롯>의 후속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굳이 찾아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좋았다. 화사한 노란색 조명 아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의 낭만적인 파리의 아파트, 유럽 국가다운 벽돌 바닥의 광장, 여행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아기자기한 골목과 카페, 노천식당이 차례차례로 나타났다. 아침, 낮, 저녁, 밤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꽤나 오래 지속되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던 것이다.

길 펜더는 1920년대를, 그곳에 살고 있는 아드리아나는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한다. 이에 길은 깨닫는다. 사람은 현재에 살면서 항상 과거를 동경한다는 것을. <미드나잇 인 파리>가 제시하는 뜻밖의 교훈이었다. 다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의 출간 연도와 시대적 연관성을 파악하고, 동시대의 작가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공부하는 것도 고전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일 것이다. 1회독은 이미 마쳤으니, 이제 발전적인 2회독이 가능한 단계가 되지 않았을까.


검은 머리에 반항적인 눈빛의 젊은 헤밍웨이는 길에게 ‘죽음이 두려우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네’라고 충고했다. 그렇지만, 과거가 아닌 현재에 머무르며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읽을 수 있고,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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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콧 도널드슨 저,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 갑인공방, 2006년.

김지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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