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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_선거에 있어서의 적극적 평등 실현조치 / 김형준
 
1. 결과 
“변호사님 청구기각이에요.” 헌법재판소에 선고를 들으러 갔던 직원으로부터 문자가 그리 왔다. 50만 시각장애인의 권리 찾기를 위해 시작하였던 작은 움직임은 2년 동안의 판단 기간을 거쳐 청구 기각이 되었다. 합헌의견 5인, 헌법불합치 취지의 위헌의견 4인.    
 
2. 발단  
가끔 일을 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락이 왔다. 시각장애인에 대하여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하는 것과 관련하여 작성 여부를 후보자의 임의 사항으로 하고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도 책자형 선거 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자고. 검토 해 봤더니 해 볼 만했다. 그리고 이미 수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부분에 대하여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원고(정확히는 청구인)는요?”, “시각장애인 1급인 분이 원고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좋다. 원고는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차피 헌법소원이란 한 사람만 있어도 할 수 있으니까.     
 
3. 전개  
‘법률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갈까 말까.’ 늘 부딪치는 각하의 두려움. ‘어쩌겠나 모 아니면 도인 것을. 법률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하자.’ 그리고 청구서를 작성하였다. 시작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하였다. 그때 청구인이 아닌 시각장애인 몇 분이 오셨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선거 할 때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저희는 점자로 읽어야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생각해 보자.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면 인터넷도 시각적인 것이라 알 수 없고, 현수막도 화려한 그림도 없다. 오직 알 수 있는 것은 소리와 점자뿐.     
 
4.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선거와 관련하여는 장애인이 선거권 등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래, 이 조항이다. 비장애인에 대하여 선거 공보를 제공하는데 장애인에게는 당연히 제공하여야 하고 비장애인만큼 정보를 제공해야지.' 키보드를 잡고 있는 내 손가락은 재빨리 움직였고 나름 논리를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관련 부처의 합헌 주장 의견은 없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있었으니. 그래 드디어 살면서 위헌 결정 받는구나.     
 
5. 진행 과정  
헌법재판소에서 연락이 왔었다. 청구인이 투표는 했었느냐고. 청구인은 물론 투표를 했다. 별것 아니었다. 소적법요건을 편하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적법요건을 넘어갔는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이라는 취지의 결정이 있었는데, 그리고 관련 부처도 의견이 없는데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 나도 선거공보를 받는데 시각장애인들이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당연히 내가 받는 내용만큼 점자로 작성해야 하지. 뿌듯했다.     
 
6. 다수의견 5인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합헌 5의 의견으로 청구기각 결정을 하였다. 이유를 찾아 보면 ① 방송에 의한 선거운동의 경우 가장 효율적으로 선거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이고, ② 점자를 해독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국가나 공직후보자에게 선고공보 작성 및 제공의무를 부과할 필요성이 더욱 줄고 있으며, ③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과 제출 의무는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되고, ④ 시각장애인이 선거공보를 통하여 비장애인에 비하여 적은 양의 선거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고, 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모르겠다.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면서,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도로 취급하여야 한다면서,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 대한 정보가 더 적은데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7. 소수의견 4인 
나의 뿌듯했던 마음은 소수의견 4인에 담겨져 있었다. ① 시각장애선거인에게 실질적인 차별 및 불평등이 초래된 경우에는 선거권이 침해되고, ②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선거권 영역에서의 적극적 조치라는 이유만으로 그 방법의 선택이 입법자의 재량 영역은 아니며, ③ 점자형 선거공보를 통한 정보 제공 제한은 심각하고, ④ 후보자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제공을 못하며, ⑤ 점자형 선거공보를 통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실질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8. 결어 
2년간의 순간은 한 순간의 결정으로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몇 번의 헌법소원은 모두 기각 또는 각하였지만 그래도 세상에 대하여 작은 돌팔매질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돌팔매질을 합리적인 논리로 풀어내는 것이 변호사의 본분 아니겠는가. 무엇보다도 시각장애인분들에게 고맙다는 마음과 미안하다는 마음을 이 글을 통하여 전하고 싶다. 서울지방변호사회보는 점자로 발행되지는 않지만 이심전심이 중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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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법무법인 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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