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법률판례 판례 평석
판례평석_부지약관(Unknown Clause) / 이광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4. 10. 선고 2013가합59635 판결 외 1)
(참고 영국판례 :  Agrosin Pty. Ltd . v. Highway Shipping Co., Ltd. 판결; “Mata K 판결”)
 
1. 부지약관의 의의와 유효성
 
화주가 컨테이너에 운송물을 적입하여 봉인한 후 운송인에게 인도하면, 운송인은 그 운송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운송물의 불일치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고자 선하증권에 부지약관(선하증권 이면에 운송물에 대해 명세를 알 수 없다고 조문형식으로 기재하는 경우 이를 통상 부지조항(Unknown Clause)이라 부르고 있고, 선하증권 표면에 문구나 문언으로 부지의 내용을 기재하는 것을 부지문구라 부르고 있다.)을 편입하는 방법으로 면책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부지약관을 적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도 부지약관이 선하증권에 편입되어 있다는 것을 기화로 운송인이 면책을 주장하는 등 부지약관이 남용되는 경우가 있어, 무조건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그 효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부지약관은 컨테이너 운송과 관련하여 주로 논의되고 있으나, 벌크화물에 있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특히, 중량이나 용적 등의 과부족이나 화물의 상태 등과 관련하여 주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2. 부지약관 관련 판례   
 
가. 부산지방법원 2009.  6.  11. 선고 2007가단86767 판결(“대상판결 1”) - 컨테이너운송
송하인 측에서 직접 화물을 컨테이너에 적입하여 봉인한 다음 운송인에게 이를 인도하여 선적하는 형태의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에 있어서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수령하였다.”는 문구가 선하증권상에 기재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이와 동시에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count)” 혹은 “……이 들어 있다고 함(said to contain……).” 등의 이른바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선하증권을 발행할 당시 운송인으로서 그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 상태에 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적당한 방법이 없는 경우 등 구 상법 제814조 제2항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부지문구는 유효하고, 위 부지문구의 효력은 운송인이 확인할 수 없는 운송물의 내부상태 등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할 것이어서……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하여 이에 의하여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의 상태에 관하여 까지 양호한 상태로 수령 또는 선적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없어 선하증권 소지인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봉인된 컨테이너라고 할지라도 무게를 달아보는 방법으로 수량의 정확성을 점검할 수 있었음에도 컨테이너의 중량을 계량한 바 없음을 나무라면서 부지약관의 효력을 부인하며 운송인의 책임을 인정한 고등법원의 판결 을 정당하다고 판시 한 바 있어, 대법원은 운송인이 운송물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5다카2666 판결).    
 
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4. 10. 선고 2013가합59635 판결(“대상판결 2”) ? 벌크화물운송
(1) 원고는 송하인인 X로부터 석탄을 수입하기로 하고, 피고에게 석탄을 호주 뉴캐슬항에서 대한민국 포항항으로 운송하도록 하였는데, 일등항해사가 검정인과 흘수검증의 방법으로 화물량을 확인한 후 29,353MT를 선적하였다는 취지의 본선수취증과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데, 포항항에 도착하여 검정을 해 본 결과 약 800톤 상당의 화물이 부족하여, 일등항해사가 참여한 가운데 정밀검정을 실시한 결과, 780MT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원고는 부족분 780MT에 대해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2) 법원은, 운송인이 흘수계산이나 검수를 통하여 화물의 무게나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법정기재사항을 기재하지 않을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부지문구를 기재한 것은 상법 제853조 제1, 2항 및 제854조 제1,2항의 규정에 반하고 불이익 변경금지원칙을 규정한 상법 제799조 제2항 규정에도 반하므로, 부지문구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부지문구를 기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소지한 자에 대해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지며 운송인은 반증을 들어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Agrosin Pty. Ltd . v. Highway Shipping Co., Ltd. 판결; “Mata K 판결”)  ? 벌크화물운송
(1) 원고는 실수입자인 Y로부터 염화칼륨을 매도하고, 이를 라트비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으로 운송하기 위해, 운송인인 피고를 대리하여 용선조건부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데, 선하증권에는 11,000톤의 염화칼륨이 선적되었다고 기재되었는데, 일본에 도착한 후 화물을 양하해 보니 2,705톤의 화물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지자, 원고는 선하증권의 피배서인인자 소지자로서 Y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고, 그 권리를 양수받아 피고에게 선하증권상의 권리에 기해 피고에게 배상을 청구하였다.
 
(2) 영국법원은 선하증권의 표면에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판례평석   
 
대상판결 1의 경우 컨테이너 운송의 특성상 타당하고 보여지고, 85다카2666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부지약관의 효력을 상당히 제한하여 운송인의 엄격한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ata K 판결과 대상판결 2는 사실관계가 거의 동일하나, (i) Mata K 판결에서 적용된 협약은 헤이그규칙 이었으나, 대상판결 2에 적용된 법규는 상법제854조 제1, 2항이 적용되는 경우라는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비스비규칙은 헤이그규칙 제3조 제4항 후문 부분에 선의의 제3자에게 선하증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에 반하는 증거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여 헤이그규칙을 개정함).  (ii) 한편, Mata K 판결에서는 선장이 화물의 중량에 대해 확인 여부가 불분명하나, 대상판결 2에 있어서는 운송인인 피고가 중량을 확인할 수 있었고, 또한 선장이 검정인과 함께 동행하여 흘수를 측정한 후, 이에 기해 선적량을 합의한 다음 이를 선하증권에 기재하였고, 부지문구는 단지 삭제되지 않고 부동문자의 형태로 인쇄되어 삽입되어 있을 뿐이었는바, 선적량이 본선수취증이나 선하증권기재로서 확정되었는바, 부지문구가 수량기재에 우선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확정적으로 선장이 확인하여 기재한 사항에 반하는 부지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신의칙상 인정될 수 없고, 금반언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운송인의 책임을 경감하는 조항으로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이 Mata K 판결과 달리 판단한 것은 타당하고,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진부한 영국판례를 폐기하고, 상법의 규정에 따라, 새로운 판결을 하였는바, 획기적인 판결이라 할 수 있다.    
 
 
4. 결론    
 
부지약관은 운송인이 화물의 상태에 의심이 있거나, 운송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운송인이 운송물을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운송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확인을 하지 않고, 부지조항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한다면, 운송인이 부지조항에 안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법령이나 협약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법정 기재사항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아울러 선의의 선하증권의 양수인에게 반증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를 몰각시키게 되는 것이다.  즉, 선하증권은 운송 관련 당사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증권인 바, 부지약관의 효력을 제한하여 정체불명의 운송물이 돌아다니는 것을 방지하고 선하증권의 유통성이나, 문언증권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광후 변호사.jpg

 
이광후 변호사
사법시험 제38회(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세창, 인하대 겸임교수
 
 
 
 

이광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