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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 풍경

 
일선에서 송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라면 구치소나 교도소를 왕래하시는 일은 법정 풍경만큼이나 익숙하실 것으로 생각되어 금번 기고문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구속이 이루어지는 경우 불구속 상태일 때보다 변호인과 상담하고 논의하는 것이 번거롭고 어려워집니다. 구속된 당사자로서는 변호인에게 접견을 요청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등기우편으로 서신을 보내거나 접견을 온 가족 혹은 지인 등을 통해 부탁해야 합니다.

변호사로서도 접견하러 가는 것이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보통 구치소나 교도소는 외지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접견을 다녀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한 주간의 바쁜 일정 속에서 접견을 다녀오려면 오전이나 오후 시간을 통째로 비워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쩌다가 일주일에 2 ~ 3번 접견을 다녀오는 일이 생기면 다른 업무가 밀려 며칠을 야근에 매달려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변호사가 접견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유는 수사나 소송상 필요한 주장이나 증거 정리, 서류 제출 등 법률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당사자의 의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더 나아가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의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고 의뢰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객관적이고 적절한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의뢰인이 위축되거나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고 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접견을 하러 가면 많은 의뢰인분들이 자신의 선고형이 얼마나 나올 것인지를 물어보십니다. 그런 질문을 마주할 때면 변호인의 말 한마디에 수감 생활이 버틸 만한 것이 되거나, 오히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결국 매번 저의 대답은 ‘형의 양정은 사실심 법관의 전권사항으로 확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해 실망할 것 같지만 오히려 대부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계기를 갖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변호하는 변호인을 마주하는 것에서 심적 위안을 얻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의 접견을 수행하다 보면 헌법이 보장하는 피의자, 피고인에 대한 접견교통권이 변호인 조력의 핵심임을 몸소 체감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일상적이고 익숙한 업무가 되었지만, 구치소나 교도소 접견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까지는 사소하고 복잡한 감상을 하는 일이 잦았고 지금도 그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처음 접견을 다녀온 날의 기억입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 중인 의뢰인을 변호하며 교도소 접견을 가던 날 교도소에 도착하여 일반 접견실이 아닌 교도소 내부에 있는 변호인 접견실로 출입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교정공무원 외에 교도소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스산한 복도를 걸어 나오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는, 최근 접견을 하러 가서 겪은 일입니다. 
의뢰인을 접견하기 위해 접견실로 안내받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사정이 있어 의뢰인이 접견실 도착이 늦어지게 되어 약 15분 정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루하기도 하고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자연스레 주변의 다른 접견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이루어진 곳이었기에 정면에 있는 접견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보였습니다. 변호인과 수감자가 한참을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평범한 풍경인지라 시선을 돌렸다가 우연히 다시 고개를 들어 보니, 정면의 접견실 변호인과 수감자 두 분이 어느새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떠한 사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년에 가까운 두 남성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깊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었겠지요.

마지막으로, 젊은 나이의 피의자나 피고인을 접견하고 올 때면 늘 복잡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갓 10대를 벗어난 젊은 청년인 의뢰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의 중대함이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싱글거리며 불성실한 태도로 임한다거나 또는 반대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침울한 모습으로 바닥만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접견을 진행하면서 법률적인 부분과 앞으로의 공판 수행 방향을 논의하거나 설명하는 등 당부를 하지만 교도소를 나설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워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만나게 되는 젊은 청년인 피의자나 피고인의 대부분이 큰 고민이나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결단을 한 것이 아니라 불우한 환경, 충동성, 무분별한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범죄에 이르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범죄의 굴레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면 복잡한 심경이 됩니다. 30대 중반의 변호사로 일하는 저 자신도 살다보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형사사건 중에서도 구속 중인 피의자나 피고인의 사건을 수행하는 일은 더욱 마음의 부담이 크다고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말씀하십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건이건, 무죄를 다투는 사건이건 간에 구치소나 교도소를 오가며 수감된 의뢰인을 만나고 오면 어깨가 무겁습니다. 구치소나 교도소를 왕래하면서 구속된 의뢰인의 상황과 어려움에 공감하며 사건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짊어지고 오는 것은 형사 송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숙명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접견 다녀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박은혜 변호사
●가로재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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