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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 변호사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인터뷰라고 해서 겸연쩍은 마음도 조금 들었는데, 청해주신 분이 거절할 수 없는 분이기도 하고(웃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판사생활을 하시다가 바로 사내변호사로 새로운 시작을 하신 부분은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결심이 있으셨나요?

사실 주변에서도 무척 놀랐습니다. 판사로 재직을 하다가 갑자기 대기업으로 옮기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판사로 재직하면서 12년 차쯤 되었을 때, 정말 우연히 LG에서 일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고, 순간 말 그대로 마음이 동(動)했어요. 일단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성에 젖었다는 생각도 조금 있었고, 법원이 사실 시대의 뒷물결에 있잖아요. 몇 년이 지난 사건이 법원에 오는 것이고, 반면에 기업은 정말 시대의 앞물결에 있는, 시대의 흐름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당시 사법연수원 기획교수 1년차여서 2년은 최소 근무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처음엔 고사를 하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LG에서 1년을 기다려 주었어요. 그런데 기업 사내변호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은 꽤 오래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연수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판사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었고 직역희망지란에 로펌이라고 쓰기도 했었어요(웃음). 연수원 때 국제거래법 학회도 처음 생겨서 미국 연수도 갔었거든요. 그때 제가 쓴 연수기를 찾아보니까 필라델피아에 있는 ‘IKON’이라는 글로벌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동현 변호사님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더라고요. 우리나라 기업에는 생소했던 ‘General Counsel’ 개념을 접하게 되었던 계기였죠. 변호사도 최고경영진의 일원으로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하게 될 일인줄은 몰랐지만요. 우리나라와 큰 차이였던 게 기억에 남았어요.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마음이 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LG그룹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컸어요. 물론 제가 LG트윈스의 오래된 팬이라는 점도 작용을 했던 것 같고요(웃음). 그리고 LG그룹이 노경관계도 원만하고 정도경영을 경영이념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어요.

Q. 생활도 정말 많이 바뀌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법원은 사실 야근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기업은 회의도 많고, 또 임원들은 8시까지 나와야 합니다. 초기에는 이런 부분에 적응하는 게 새로우면서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사들은 보통 혼자 일을 합니다. 혼자 판단하고, 쓰고. 그런데 회사는 그렇지가 않아요. 계속 만나고, 회의하고, 부딪히고, 좌절하고. 또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런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죠.

Q. 로스쿨 도입 이후 사내변호사로 진출하는 변호사들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사내변호사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공감합니다. 앞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사내변호사는 사실 제 연차만 해도 많이들 선호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다르더라고요. 무슨 조언을 해 드릴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 제가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설정해놓았지만, 중국 선승인 임제 선사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
眞) ’이라고 했습니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그러면 지금 있는 곳이 참된 곳이다”라는 뜻인데, 정말 딱 맞는 말 같아요. 사내변호사는 ‘내가 주인으로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면’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법률적인 문제에 봉착했다는 관점이죠. 자꾸 제3자적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회사가 의뢰인이고, 나는 그저 조언자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피상적일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워요. 저도 법무실 구성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미션은 Legal Solution Partner가 되는 거다. 그저 Legal Advisor가 아니다”입니다. 현업부서에 리스크가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A가 되냐고 물어봤을 때 A가 어렵다면 B는 된다는 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할 수 있게 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거죠. 그리고 열린 자세도 중요합니다. 열린 자세로 방법을 계속 찾아가다 보면 방법이 영 없던 것도 생기거나, 아예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그게 또 주인이 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랑 상통하겠네요.

Q. 청년변호사들이 ‘전문화’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는데요.

뻔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하는걸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화려한 일들이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지금 각광받는 분야가 계속 가는 것도 아닐 테고요. 예를 들면, 제가 연수원에 있을 때만 해도 M&A가 각광을 받았어요. 반면 송무는 구시대적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7 ~ 8년 전에 대형 로펌에 있는 친구를 만났더니, 그때는 또 M&A가 거의 없고 송무가 다시 각광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또 달라졌을 수 있겠죠.

한편 제가 태평양에 계신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님께도 들어보면, 사실 그 분이 법원에서 나와서 시작하실 때만 해도 공정거래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공정거래법은 너무 중요하죠. 이렇게 계속 달라지는 거예요. ‘지금의 화려함이 나중에도 여전한가?’하면 아니라는 거죠. 또 다른 예로는 법원도, 판사들도 사무분담이 있기 때문에 IP 분야를 하고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고, 형사가 싫은 데도 해야 하고 소액사건만 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중에 훌륭한 분들은 어떤 재판을 하고 계시든 간에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하면서 논문을 냅니다. 처음에는 “논문을 쓰시네?” 정도이지만 10년만 지나면 그분은 정말 대가가 되어있죠. 본인이 하는 일을 계속 하면서, 그 외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젊은 변호사라면 10년, 15년을 해 보면 돼요. 그정도 시간을 들인다면 무조건 인정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전문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변호사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찾기가 어려운 직업인데, 이 점에 대한 고민들도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을 이야기하지만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는 ‘워라하(Work and Life Harmony)’라고 했죠. 그게 와닿아요. 워라밸은 기계적인 균형인 것 같고, 워라하는 질적인 조화를 말하므로 다르죠. 워라밸을 이야기하면서 6시 칼퇴근을 철칙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
만, 더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일과 삶의 조화를 꾀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일에서도 삶에서도 모두 만족하고 또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아무래도 2020년은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저희 통신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된 업종이에요. 영업이나 네트워크쪽은 그렇지 않지만,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야 팀원들보다는 출근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재택근무를 막상 해 보니까 또 적응이 금방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한 가지 좀 불편한 것은 아직도 문서를 출력해서 읽어야 하는 버릇이 있어서 태블릿으로 봐도 뭔가 어색해요(웃음). 팀원들도 만족도가 높은 게 출퇴근 시간이 사실 길면 1 ~ 3시간까지 되는데,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겠죠.

Q. 법조계는 사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하고 법조계는 다른 것 같습니다. 법원도 그렇고 아무리 재택으로 근무를 하려고 해도 기록 관리를 포함해서, 막상 재택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요. 법조계의 변화가 사실 가장 느리죠.

Q. 판사 재직 시에 기억에 남는 사건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가 청주지방법원에서 공보관으로 근무할 때 지역신문에 기고를 했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형사단독을 할 때였는데, 새벽까지 판결문들을 쓰면서 법정구속을 할 사람이 있어, 영장을 써놓은 날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운전을 하면서 출근을 하는데 정말 화창하고 날씨가 좋았어요. 그런데 오늘 법정구속을 당해야 할 피고인이 앞에 걸어가는 거예요. 자신의 닥쳐올 운명을 모른 채 너무 평화롭게 걸어가던 모습이었죠. 사기 사건 피고인이었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계속 부인하고, 변제도 안 하고…. 물론 결국 대법원까지 유죄가 확정되긴 했지만, 정말 평화로워 보였던 그 모습이 그 날의 날씨와 함께 아직도 생생해요. 그날 ‘판사의 책무가 실로 무거운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그래서 기고에서도 형사재판장을 부르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호칭의 무게에 대해 썼었던 기억이 있네요.

Q. 특별한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방식이 있다면?

법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테니스를 쳤어요. 코트가 워낙 법원마다 잘 되어있기도 했고, 특히 지방에 있을 때에는 매일 쳤어요. 법원에 근무하는 많은 분들과 교류할 수도 있고 워낙 재미있는 운동이거든요. 그런데 회사에 오니까 생각보다 테니스를 치는 분이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기업에서는 골프를 많이 치는데, 저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전에는 같이 치는 분들에게 민폐일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조금은 어울릴 만하다고 해주세요(웃음).

스트레스 해소방식이라면 그냥 푹 잠을 자요. 사실 사람이 스트레스 받고 예민해지고 하는 건 심신이 피곤해서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푹 자고 일어나면 한결 정리가 되어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합니다.

Q. LG에서 전자, 화학에 이어 통신 분야까지 경험하고 계신데, 각각의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

인더스트리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전자는 정말 꽉 짜여진 시스템이 있어요. 화학은 ‘중후장대’라고 하죠. 장치 사업이고, 거대한 공장이 있고, 사람들도 선이 굵고 남성적이고 관계도 끈끈하고요. 그런데 유플러스는 확실히 젊고 발랄합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보니까 같은 그룹인데도 계열사마다 정말 달라요.

Q.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 사업은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의 발전 방향은 앞으로 어떠할까요?

너무 거대한 질문이어서(웃음). 최대한 쉽게 이야기해 볼게요. 작년에 한국에서 5G가 세계최초로 상용화되었어요. 유플러스만 해도 VR, AR 콘텐츠 등 5G 관련 콘텐츠를 선도적으로 만들었고,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이 저희 콘텐츠를 보고 제휴를 제안해 오고 있어요. 수출액도 상당하고요. 작년에 저희가 ‘일상을 바꿉니다 U+ 5G’라는 광고를 하기도 했는데요. 통신 분야의 발전방향은 ‘통신이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해 보면 어릴 때에는 집전화만 있었던 세대거든요. 누구랑 약속을 해도 안 나오면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어요(웃음). 그러다가 삐삐와 휴대폰이 나와서 언제 어디서든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었죠. 이어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일상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 거죠. 그렇다면 5G시대에 어떻게 일상이 바뀔까요? VR, AR 콘텐츠가 일상화되고, 자율주행이 일반화되는 등으로, 그야말로 일상이 또 다시 획기적으로 바뀔 거예요. 초저지연 5G가 모든 데이터를 바로바로 전하겠죠. 스마트폰의 등장만큼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더 편하고 흥미로운 일상의 변화를 어떻게 통신을 통하여 제공할 것인가’가 통신사의 과제입니다. 유플러스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죠.

Q. 앞으로의 포부, 더 이루고 싶은 꿈은?

긴 미래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이제 7년째 LG그룹에 있는데, 여러 계열사를 거치면서적응력도 키웠지만 법무 이슈도 많았어서, 말 그대로 ‘해결사’처럼 해야 할 일들이 많았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 역할을 실질적으로 넓혀서 ‘General Counsel’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싶어요. 그때그때의 이슈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사적인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고, 사업 전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사업의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률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어야겠죠. 따라서 당장의 과제는 사업 및 경영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더 길러야 할 것 같아요. 유플러스에서는 법무실장도 경영회의 멤버로 매주 경영회의에 참가하는데, 부끄럽지만 아직은 경영에 대한 인사이트는 부족한 것 같아요. 이 부분을 더 보완해서 모든 현업부서가 존중하고 신뢰하는 진정한 ‘Solution Partner’로서 법무실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려고 해요. 제가 연수원 시절 미국 방문에서 들었던 글로벌 기업에서 법무와 ‘General Counsel’이 담당하는 역할과 위상을 한국 기업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것, 그게 후배들을 위해 제가 반드시 해야 할 소명이라고도 생각해요.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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