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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법원 풍경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길을 지나다 파란 눈에 코가 긴 외국인을 보면 세상 신기한 듯 고개를 다시 돌려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는 길을 지나다가도, TV를 보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과 마주치는 것이 일상입니다.

이런 시류만큼 당사자가 외국인인 사건을 수행하고 계신 변호사님들이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외국인이 당사자인 사건을 수행하면서 겪은 훈훈했던 법원 풍경 몇 가지를 함께 공유하고 향후 법원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풍경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공소장 부본을 번역본으로 받아 보아요!

얼마 전 조선족인 의뢰인의 제1회 공판기일을 앞두고 공소사실 인부 확인차 교도소 접견을 갔습니다. 한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당사자였기에 매 접견 때마다 사선 통역인을 대동해야 했는데, 이날따라 통역인을 구할 수가 없어 부득이 전할 말을 중국어로 번역한 서신을 들고 뚜벅뚜벅 교도소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는데.. 한 마디도 대화를 못 하면 어떡하나... 기일이 코앞인데... ’ 하는 무거운 마음만큼이나 발걸음도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의뢰인은 제가 말하기도 전에 더듬더듬 서툰 한국어로 “저 인정할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당황해하는 제게 의뢰인이 내민 것은 중국어로 번역된 공소장이었습니다. 법원에서 변호인에게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면서 피고인 당사자에게도 자국 언어로 번역된 공소장을 발송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의뢰인은 제가 말하기도 전에 더듬더듬 서툰 한국어로 “저 인정할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당황해하는 제게 의뢰인이 내민 것은 중국어로 번역된 공소장이었습니다. 법원에서 변호인에게 공소장 부본을 송달하면서 피고인 당사자에게도 자국 언어로 번역된 공소장을 발송했던 것입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공소사실을 아는 것은 공정한 형사재판의 첫걸음인 만큼 이러한 훈훈한 풍경을 보다 많은 법원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피고인도 법원에 통역인을 신청하세요~

외국인 피고인의 형사국선사건을 맡아 담당할 때에는 통역인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고, 재판부에 통역인 지정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통역인에 관해서는 별다른 걱정 없이 공판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선으로 선임한 외국인 피고인사건에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 통역인 지정신청을 할 수 있는지, 피고인이 임의로 선정한 통역인을 대동할 수 있는 것인지, 통역인 선임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것인지에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사선으로 통역인이 없으면 대화가 어려운 외국인 피고인의 변호를 맡게 되었습니다.

‘사선사건에도 법원에서 무상으로 통역인을 지정, 제공해 줄까...?’ 하는 개인적 의구심에 난감해하다가 결국 법원에 문의를 했고, “사선사건이더라도 ‘통역인 지정에 관한 의견서’라는 형태로(별도 서식은 없다고 함) 통역인이 필요한 이유를 소명하면 별도 비용 없이 통역인 지정이 가능하다”라는 회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제공해 주신 전문 통역인의 도움을 받아 불편 없이 공판절차를 마칠 수 있었고, 안도하는 피고인을 보며 ‘우리나라 법원의 절차적 권리구현 체계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단 형사사건뿐 아니라 민사, 가사사건의 변론, 심문기일에서도 통역이 필요하지만 현실적 한계로 인하여 통역 없이 재판을 진행한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순차적인 제도적 보완을 통해 외국인인 당사자가 통역인의 조력을 받아 충분히 자신의 주장과 방어를 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는 그날을 위해 전 직역 법조인이 힘을 모으는 2021년이 되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최윤정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엘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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