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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01 사실 관계

 피고회사는 택시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합자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회사에 고용되어 2010. 7. 1.부터 2010. 12. 31.까지 격일제 근무를 하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이 차지하며, 피고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10. 7. 1.부터 피고회사가 소재한 파주시 지역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었다.

 피고회사는 2010. 7. 29. 및 2010. 10. 27.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 다수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각각 개정하였는데, 소정근로시간을 순차로 단축하였다. 그 결과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은 월 209시간에서 격일제의 경우 월 115시간으로 단축되었다.
 

0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다수의견에 따라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시행에 따라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는 무효이고,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면서 피고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관 4인은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는데, 소수의견별로 그 논거는 다소 차이가 있다(그 외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도 있음).
 

03 판례 평석

 택시기사들은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은 순간부터 차고지로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게 되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시간과 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 여부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할 방법이 없고, 실제 근로시간의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지극히 곤란하다. 이와 같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58조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 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하고(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이는 실근로시간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근로시간과 자신만의 수입이 되는 이른바 초과운송수입금을 거두기 위한 근로시간이 혼재되어 있다. 사납금이 회사의 수입이자 기사들에 대한 고정급여 지급을 위한 재원이 되므로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시간은 회사 및 기사 모두를 위한 근로시간(편의상 A시간)이 됨과 동시에 근로의무가 있는 시간이지만, 사납금을 채운 이후의 근로시간 즉 초과운송수입금을 거두기 위한 시간은 애당초 근로의무가 없고 오로지 기사 자신을 위한 근로시간(편의상 B시간)이 된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후 7년간 사납금이 동일하였는데, 그 사이에 택시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되었으므로 동일한 조건에서 일할 경우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근로시간(A시간)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거두기 위한 시간(B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상 판결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요금 및 사납금의 상관관계에 따라 A시간 및 B시간의 양 자체에 변화가 있거나(양적변화), 총 근로시간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A, B시간의 비율에 변화가 있는 사실(질적변화)을 간과한 것이다.

 과거 피고회사 택시기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은 A시간과 B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이를 합한 시간의 범위 내에서 대략적으로 합의하여 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특례조항 실시 이후 회사의 고정급부담이 증대되어 그런 식으로 대충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없게 되자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근로시간의 양적, 질적변화 추세에 맞추어 A시간 위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본래 근로자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에서는 A시간만이 근로의무가 있는 시간이므로 A시간 위주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었거나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종전의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즉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 월 209시간은 단순히 법정근로시간에 월평균 주휴일 4.3일을 추가하여 풀어쓴 것이고, 특히 월 209시간은 1일 8시간, 격일제 월 13일 만근인 그 당시 실제 근로형태나 근로시간과도 부합하지 않았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실시 이후 비로소 실제근로형태인 격일제 근무일수에 맞추어 1일 6시간 40분에 월 13일 만근 주휴일 4.3일로 제대로 계산하여 월 소정근로시간을 115시간{=6.66시간×17.3(=13일+주휴일 4.3일)}으로 기재하였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소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에서 6시간 40분으로 16%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월소정근로시간이 전년도 209시간에서 115시간으로 약 44.5%나 단축된 것인 양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점을 간과하고 있다.

 대상 판결이 이러한 착시현상을 간과하는 바람에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었던 종전의 월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차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대상 판결과 같이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법원이 사후적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하게 되면, 근로자들로서는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법에 미달하는 차액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반면,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최저임금액에 미달하지 않는 고정급을 지급하기 위해 근로자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었던 사납금 인상분을 전혀 보전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대상 판결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임금규모는 약 34억 원 정도이고, 이는 회사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할 정도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의 원칙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대상 판결이 이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참고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2. 10. 선고 2019가단134448호 판결은 대상 판결과 달리 지난 10여 년간의 택시요금인상으로 인한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을 단축시킨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오승원 변호사
● 법무법인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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