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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에 관한 대법원 2020도5813 판결 쟁점 정리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뒷길에서 A(피고인의 남편)와 B(피해자의 친척)가 듣는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 등이라고 큰소리로 말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은 공연성이 없다고 다투었으나, 원심은 피고인이 큰소리로 말하였고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A가 피해자의 전과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피고인의 남편이며, B가 피해자의 친척이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없기에 공연성이 없다고 상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웃주민으로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관계에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집 뒷길에서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명예훼손 발언을 하게 된 점, B와 피해자가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것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 피해자를 모욕 내지 비방하기 위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큰소리로 말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던 점 등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공소사실 발언은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부분 쟁점은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하여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유지 여부입니다. 더 나아가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연성의 판단 기준 또는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리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전파가능성 및 이에 대한 인식 등에 관한 엄격한 증명

 대법원 판례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에 관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은 공연성에 관한 확립된 법리로 정착되었습니다. 다만, 전파가능성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할 경우 공연성 요건이 무의미하게 되고 처벌이 확대되게 되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법리가 필요한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검사의 엄격한 증명책임 -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책임이 필요하며, 전파가능성에 대한 증명의 정도는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이 요구됩니다.

 전파가능성에 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 및 수사 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그 당사자들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그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합니다.

 또한, 발언자와 상대방 및 피해자와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상대방이 직무상 특수한 지위 내지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공연성 인정을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합니다.
 

추상적 위험범과 정보통신망 등 다양한 유형의 명예훼손 처벌규정에서의 공연성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침해의 결과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어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연성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대 변화나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그 개념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현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 이루어지며 이를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의 특성은 비대면성 등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정보유통과정으로서 정보의 무한저장, 재생산 및 전달의 용이성으로 인하여 정보통신만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이 직접 인식하여야 한다거나 특정된 소수의 상대방으로는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내세운다면 해결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됩니다. 오히려 전파가능성 법리는 정보통신망 등 다양한 유형의 명예훼손 처벌규정에서의 공연성 개념에 부합합니다(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

 외국과 달리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명예훼손죄를 처벌하고 있는데, 타인에 대한 공정한 비판마저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이나 민주주의의 균형 잡힌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됩니다. 행위 태양에 따른 공연성 판단기준과 별도로 ‘발언 내용’에 따른 처벌 여부는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 적시의 경우 형법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도 보다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합니다.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 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닙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의의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이른바 전파가능성 법리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한 점(반대의견 3인,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있음)과, 기존 판례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법원 판례가 발전시켜 온 전파가능성 법리를 유형별 구체화, 체계화하여 공연성 여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타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비교형량을 통해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인정하여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점에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습니다.
 

정미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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