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음악
[문화산책/음악] 공연참사 잔혹사
아니.. 또... 세월호사고 때문에 그토록 심한 몸살에 몸서리쳤던 우리나라에서 이런저런 사고가 계속 끊이지 않더니 이제는 공연장 안전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제는 따질 기운도 없이 말문부터 막힌다.. 안전불감증 때문에 쏟아지는 세계인들의 눈총이 따갑다 못해 그저 절망스러울 뿐이다. 지난 10월17일 어느 화창한 금요일 오후 5시 50분경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옆 야외 공연장에서 벌어진 행사에서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을 더 잘 보기 위해 주차장 환풍구 위로 올라갔던 27명이 지하 20m 아래로 추락하였고, 이 중에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이 안전불감증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서글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흐르는 열기의 현장에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검은 악마도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이 땅에서도 또 지구 그 어느 곳에서도 공연참사 잔혹사는 이제 단절되어야 한다. 


수정됨_판교 포미닛.jpg



예전 1960년대 클리프 리차드 내한공연 때 여성팬들이 속옷을 던져서 점잖았던 보수적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그 이후, 수많은 국내외 인기스타들의 공연이 있었으나 그리 기억날만한 사고는 없었던 듯 싶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해외토픽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공연참사의 비극이 시작된다. 1980년대말부터 철저히 기획된 상품으로서 미국 전역을 휩쓸고 세계틴에이지들의 우상으로 등극한 ‘New Kids On the Block’이 드디어 1992년 1월 국내에서 공연을 가졌다. 이들의 내한공연을 보러간 수많은 소녀들이 극도로 흥분한 끝에 무대 앞으로 갑자기 몰리면서 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중경상을 당한 사고가 발생한다. 뉴키즈온더블럭 공연 사고에 이어 1995년 10월에는 대구 시민운동장의 ‘젊음의 삐삐 012 콘서트에서도 부상사고가 발생하고, 급기야 1996년 12월에는 대구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서 여학생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더니, 아이돌 팬클럽문화가 도를 넘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에 그 양상은 더 거칠어졌다. 1999년 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시 최고의 아이돌 HOT의 공연에서의 무더기 실신사고, 2000년 5월에는 H.O.T.의 라이벌 아이돌 젝스키스의 고별공연에서도 여학생 1명이 사망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MBC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 입장하던 시민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11명의 목숨이 사라지고 110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한참 반성해도 모자르는 상주 사태가 발생한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판교 공연에서 환풍기 참사가 어처구니없게 발생하게 된 것이다. 


수정됨_jack russell great white.jpg 수정됨_who 1979 concert.jpg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일찍이 정착한 외국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찍이 많았다. 초창기에 가장 대표적인 사고로는 1979년 12월 The Who의 신시내티 공연에서 11명이 숨진 참사를 들 수 있다. 당시, 2만명 규모 공연인데도 공연장 질서를 담당하는 경찰이 25명만 배치되었고, 서투른 진행 때문에 8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7시45분까지 공연장 입장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었다. The Who의 리허설 소리를 공연 시작소리로 착각한 관중들이 서로 먼저 입장하려다가 결국 인파에 깔리는 바람에 참극이 발생하였다. 2004년까지 신시내티에서는 야외공연이 금지될 수 밖에 없었다. 신시내티 참사 이전에는 롤링스톤즈의 1969년 샌프란시스코 공연 사고가 공연장 최고의 비극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알타몬트의 비극이라는 불리는 이 사고는 롤링 스톤즈 측이 고용한 장내 정리요원 “Hell's Angels"가 공연무대에 난입한 흑인청년을 과잉방어한 끝에 칼로 찔러 죽이면서 촉발되었고 결국 4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공연장소를 변경하여 더 끔직한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남미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진 해외스타 대규모 콘서트에서 이런 저런 사고들이 발생했었다. 하지만,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가장 쓰라린 상처를 남긴 공연 사고는 10여년 전에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공연 화재사고로서 무려 100명이 사망하였다. 1980년대말 “Once Bitten Twice Shy”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헤어메탈 밴드 Great White의 2003년 2월 Station 나이트클럽 공연에서 11시 공연의 첫 곡을 시작하자마자 1분도 지나지 아니한 시점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서로 출구로 빠져나가려다가 아수라장 속에 참변을 당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레이트화이트 밴드의 리드기타리스 Ty Longley 역시 화재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사망하였던 참사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기억인 것이다. 그레이트화이트 멤버들은 추모의 뜻으로 희생자들에게 1백만달러를 기부했지만, 그 무슨 소용이 있으리.. 다시 한번 지구상에 공연장 안전사고가 영원히 사라지기를 진정으로 기원하며, 그 동안 허무하게 사라져야 했었던 수많은 음악팬들의 영전에 진혼곡을 바친다.

이재경 변호사
사법시험 제35회(연수원 25기)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재경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