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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을 깨우는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본격적으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로 식욕마저 떨어지는 여름과는 달리 선선한 날씨로 신체의 오감이 제 기능을 되찾으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기에 최적화된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마음 같아선 맛집을 찾아 서울 근교로 여행을 떠나면 좋겠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서초동 라이프. 가을을 맞아 잠시나마 이색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다양한 음식문화와 특색 있는 지역 음식을 서초동에서 즐겨 보면 어떨까?

 회원분들께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다양한 음식과 함께 몸도 마음도 풍요로운 가을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초동에서 즐겨 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을 선별해 봤다.
 

혼밥하기 좋은 곳. 서초동의 작은 일본, 라멘 전문점 "스스루"

 스스루는 한국말로 ‘후루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바쁜 일상 속 서초동에서 느끼는 일본, 오늘 점심에는 돈코츠라멘 후루룩 어떨까? 스스루에서는 자가제면 방식으로 면을 뽑아낸 진한 돈코츠라멘을 만날 수 있다.

 2호선 교대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 일본 라멘 전문점 스스루는 10여 평 정도의 작은 식당이지만 오픈 시간 내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식당에 들어서면 내부는 테이블과 바 형태가 혼합되어 있고, 가성비까지 좋아 혼밥하기에 매우 좋다.

 스스루 메뉴는 돈코츠라멘(7,000원), 카라이멘(8,000) 두 가지가 전부다. 정말 단출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면기가 먼저 눈에 띈다. 주인이 직접 이 제면기를 통해서 매일 면을 뽑는다고 한다. 생면에 대한 가게 주인의 자부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기본 메뉴인 돈코츠라멘에는 가느다란 생면, 살살 녹는 반숙 달걀, 촉촉하게 양념이 잘 먹여진 돼지고기 차슈와 숙주 그리고 이 모든 걸 담아내는 깔끔하고 담백한 육수가 일품이다. 카라이멘은 돈코츠라멘을 매운 버전으로 만든 라멘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매콤한 국물 맛으로 한국 사람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라멘이라고 할 수 있다. 전날 과음으로 속이 쓰리다면, 카라이멘에 마늘 두 쪽 추가해서 얼큰하게 한 그릇 해 보기를 추천해 본다.
 

밥도둑 마른 보리굴비 한상, "동백길"

 청명한 가을 날씨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된다면, 시원한 얼음녹차밥에 마른 보리굴비 한 점 올려 바다를 느껴 보자. 서초동 법원 뒷골목 밥도둑이 따로 없는 마른 보리굴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동백길이 있다.

 동백길은 서초동 법조타운은 물론 정재계 유명인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고 한다. 동백길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가지 메뉴만으로 서초동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집이고, 필자 역시 서초동 입성 후 6년 동안 한결같이 이용하고 있는 장소이다. 한결같은 맛과 비결에는 남다른 정성이 있었다. 사장님께 여쭤 보니 마른 굴비를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공이 들어간다고 했다. 수개월 동안 말린 조기를 쌀뜨물에 장시간 불린 후 건져 찜통에서 쪄 주면 비로소 겉바속촉의 마른 굴비로 탄생한다.

 전라도 한정식집답게 마른 보리굴비 정식을 주문하면 함께 준비되는 미역국, 샐러드, 다양한 젓갈, 조기찜, 계란찜, 삼색전, 불고기, 각종 나물 등 상차림도 풍성하고 맛깔스럽다. 밑반찬은 주인장님이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계절마다 다양하게 준비가 된다.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밥상을 즐기는 기분마저 든다. 굴비 맛과 정성스러운 반찬을 접하면 밥값의 몇 배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외에도 동백길은 단독 룸을 갖추고 있어 회식장소 등 각종 모임장소로도 적합하다.
 

가성비와 맛,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아이스시(스시사랑)"

 ‘손님이 주방장에게 음식을 모두 맡긴다’라는 뜻의 오마카세. 일본 고급 스시집에서 유래한 오마카세는 정해진 메뉴가 있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주방장의 재량에 따라 요리를 선보이는 것을 뜻한다. 스시사랑은 오마카세의 원 뜻을 가장 잘 품고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여기저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스시집이 많이 생겼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마카세라고 하면 높은 가격에 고급식당 이미지로 선뜻 다가가기엔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인식이 많았다. 그런데 스시사랑은 서초역 인근 주택가처럼 보이는 골목 안에 숨겨져 있는 맛집이다. 접근성을 조금 낮추고, 런치 오마카세 4만 원 & 디너 오마카세 7만 원 미들급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 오마카세 못지않은 메뉴 구성으로 20대, 30대 층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리는 일반테이블과 다찌(카운터 좌석)로 나뉘어 있다.

 스시사랑은 자연산 생선을 숙성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감칠맛과 향미가 인위적이지 않다. 보통 생선회는 소금이나 간장을 찍어 먹는데, 주방장님만의 차별화된 소스는 맛을 더 배가되게 만든다. 서브되는 음식 하나하나 다양한 식감을 내기 위해서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주방장님 혼자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준비한다고 한다. 주방장의 음식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스시사랑 오마카세는 점심, 저녁 모두 사시미와 스시를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점심 오마카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캐주얼하게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저녁 오마카세의 경우 무려 20개 이상의 코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카운터 좌석에 앉아 주방장의 친절한 요리 설명을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스시사랑 오마카세가 주는 매력인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메뉴는 광어회와 앙키모(아구간)! 처음 접해 보는 메뉴여서 생소하기도 했지만 고소함과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비주얼 끝판왕인 후토마끼는 압도적 크기로 다양한 재료와 식감을 즐기기에 훌륭했고, 스시시랑의 우니는 크림같이 정말로 신선했다. 주방장님께서 직접 만드시는 후식인 밤 맛 셔벗도 인상적이었다.

 신선한 식재료와 주방장님만의 특별 메뉴들로 맛은 훌륭하지만, 높은 가격대의 오마카세가 부담스러워 망설였다면, 스시사랑을 반드시 들러 볼 필요가 있다. 오마카세를 입문하는 분들이 와도 좋을 것 같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이 훌륭하다 보니 예약은 필수다. 근래에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라고도 하니, 하루빨리 들러 보는 것이 좋겠다.
 

중독되는 맛, "동인동"

 대구의 명물 매운찜갈비를 서초동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주력 메뉴인 동인동 매운찜갈비는 특유의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이용해 매콤달콤한 붉은 양념이 배어있는 쫄깃한 갈비 육질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하는 손님들의 입맛을 자극해 두 번, 세 번 다시 찾게 만드는 맛이다. 함께 판매하고 있는 모둠전과 막걸리의 궁합은 퇴근 후에도 손님들의 발길을 향하게 한다.

 동인동 찜갈비는 쫀득한 식감의 고기부터, 먹은 뒤 양념에다 밥을 비벼 먹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하다. 동인동의 맛 비결은 진한 양념인 것 같다. 마늘이 아낌없이 듬뿍 들어가 있고, 고기에는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매콤하면서도 달콤하다. 입안이 얼얼해지면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운맛이 꺼려진다면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참고해두자.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 무생채, 콩나물무침에 공깃밥을 섞어서 매운찜갈비 소스를 슥슥 비벼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별미다. 같은 가격의 전은 두 가지를 반반 섞어서 주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 외 점심 메뉴에는 백반 메뉴가 있다. 김치찌개, 주꾸미정식, 버섯매운탕, 비빔밥, 따로국밥, 자반고등어도 준비되어 있다. 점심에는 찜갈비 빼고는 전부 만원 이하의 가격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비 오는 날, 매콤한 음식과 술 한잔 생각나는 날, 모둠전과 막걸리 생각나는 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동인동을 추천해 본다.

 

우지훈 변호사
●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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