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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전 대법관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히 변호사님의 약력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도 아닌데 저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부산에서 출생하여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사법시험 22회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12기로 수료하였습니다.

 1983년 2월에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되어 부산과 울산지역 법원에서 판사 또는 부장판사로 근무하였고, 2012년에 울산지방법원장에 취임한 후, 같은 해 대법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6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2018년 퇴임하여 고향인 부산으로 귀향하였고, 얼마 전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Q. 변호사님께서 법조인의 삶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고 그 후유증으로 잘 걷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하여 대학 진학이나 회사 취업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부산지방법원에 장애인 판사가 부임하였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법대로 진학하였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제게 주어진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변호사님은 2012년부터 6년간 대법관을 지낸 후,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근무하고 계시지요.

 네. 현재 대법관으로 퇴임한 후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만나 강의하거나 대화하는 것은 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경험입니다. 교수님들께서 대법관 근무 경험을 토대로 연구를 계속하라고 권유하여 평소 관심이 있던 배임죄에 관하여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였고, 논문들을 모아 『배임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라는 논문집을 출판하였으며, 최근에는 『배임죄 판례 백선』이라는 판례평석집을 출판하였습니다. 퇴임 대법관의 새로운 모습이라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Q. 작년에 변호사로 개업도 하셨는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부산에는 대법관을 역임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시는 분이 아무도 없습니다. 부산 지역의 법조인들도 대법원의 분위기, 업무처리 방식 등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후배들에게 저의 경험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하면서 주변에서 개업을 권유하여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였습니다.

Q, 법조인으로서의 지난 삶을 회고하신다면 어떠신지요?

 법관은 다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너무나 큰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장 법관으로 임명되어 다른 사회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재판을 잘못하여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자연히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Q. 법률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덕목이나 명제가 있는지요?

 저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하늘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지만, 저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경청(傾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억울한 사람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끝까지 들으려고 노력하였는데, 민사재판장을 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무려 7시간 동안 당사자의 하소연을 들어 주고, 결국 합의조정을 한 적도 있습니다.
 

Q. 법조인의 자세에 관한 귀중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 법관이 지녀야 할 특별한 철학이 있을까요?

 저는 재판에서 법률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한 취지의 판결도 많이 하였습니다. 법률의 문언을 융통성 있게 해석하여 재판하면 구체적 타당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재판결과를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은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재판부와 잘 통하는 변호사를 선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관변호사를 찾으려고 합니다.

 법원, 특히 대법원이 구체적 타당성보다 법률의 문언에 충실하고 누구나 예측 가능한 판결을 하면 사법부 불신, 전관예우, 유전무죄라는 목소리가 자연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저의 그러한 태도를 보고 건강한 실정법주의자라고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

Q. 배임죄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판하셨는데, 배임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형사재판에서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형사재판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괘씸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것도 증거에 의해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고, 그것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입니다. 이런 원칙에 어긋나는 판례가 종종 보이는데, 배임죄에 관한 판례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대법관 재직 중 대물변제 약정을 한 사람이 부동산을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여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주심을 맡은 부동산 이중매매사건에서 이중매도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주장하였고, 배임죄는 위험범이라는 다수의견에 반대하여 침해범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경험 때문에 대법관 퇴임 후 배임죄에 관한 연구를 하고 논문을 발표하고 『배임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라는 논문집을 출판하였습니다. 최근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중양도사건에 대하여 배임죄를 부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였는데, 저의 주장과 일치하여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대법원이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더욱 충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 배임죄에 관한 대법원 판결 100개를 선별하여 이를 평석한 『배임죄 판례 백선』도 출판하였습니다.

Q. 전직 대법관으로서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이나 사법체계가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맞게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해방 후 정부를 수립하고 독자적인 형법전, 민법전과 사법체계를 갖추게 된 지도 반세기를 넘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법률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맞는지를 재검토하여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정된 법률에 대해서는 실질적 규범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법부도 법률의 문언에 더욱 충실하게 해석하고 판결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법률이 국민들에게 행위준칙의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Q. 후배변호사들에게 하시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변호사를 시작한 제가 조언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개업한 젊은 변호사들은 예전에 보던 전관 출신 변호사들과는 자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변호사가 오고 있습니다. 경력과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의뢰인들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젊은 변호사들이 법조계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들은 책임 있게 말하고 행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Q. 지금처럼 사회로부터 법조인들이 의심과 비난을 받는 시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법조인들이 최후의 양심으로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다시금 받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말씀해 주세요.

 법조인들이 의심과 비난을 받는 책임은 저를 포함한 선배법조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한 순간에 높일 묘수는 없지만, 각자가 하여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고위직에 있는 사람부터 자중하고,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법관은 법관답고, 검사는 검사답고, 변호사는 변호사답다고 생각할 때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까요? 제가 방문한 어느 나라의 대법원장으로부터 그 나라에는 법관들의 급여가 낮으니 더 인상시키라는 여론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법조인들도 국민들로부터 그렇게 사랑받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였으니 변호사 업무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임죄에 관한 책을 두 권 출판하였고, 대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판결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제로 젊은 변호사들과 대화한 내용을 담은 『청년이 묻고 대법관 김신이 답하다』라는 책도 출판하였습니다. 이런 연구활동도 계속하여 법학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부산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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