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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연출가 인터뷰
출처 - 민병래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연출가로서 오랜 기간 연극계에 몸담아 오시며 예술 발전을 위해 힘써 오셨는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극단 풍경 대표 박정희입니다. 중학교 때 연극을 처음 했었어요. 그때 강렬한 경험을 한 것이 마음에 깊이 남아 대학교 다닐 때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였고, 실험극장 공연과 드라마센터 공연의 팬이었어요. 연극 마니아가 연출을 하게 된 케이스이고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도로서 희곡을 전공했습니다. 198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연극영화대중미디어학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극단을 창단하고 연출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Q. 지난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에서, 범용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창작극 <지정 Self-Designation>을 선보이시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최근작이니 만큼, 회원들에게 간단히 작품과 연출 의도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정>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2030년 정도로 설정하고 있고요. 줄거리는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영화학도가 졸업을 앞두고 영화제에 출품해도 성과(수상)가 없자 스트레스를 받아 발작을 일으켜요. 그 스트레스 요인을 인공지능이 인지신경을 조절하여 완화시켜, 졸업작품이 칸 영화제에서 다시 수상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연출가로서 어떤 단단한 메시지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당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당신의 뇌를 맡기겠느냐?’라는 질문을요.

Q. 한 여성을 중심으로 19세기 말부터 2051년까지 ‘석유’의 연대기를 비추며 광범위한 이야기를 풀어낸 <오일> 역시 관객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에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가 있다면?

 예술이니까요.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작용하지만, 예술은 그것에 대한 정신적인 선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일>은 지구의 자연자원에 대한 통찰을 한 여성의 삶에 비유하여 쓴 작품이에요. 처음 희곡을 읽었을 때 예지적이라고 느꼈어요. 석유의 고갈 이후, 중국이 (달에서 채취한)핵에너지를 산업화한다는 걸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부분이 연극을 예술답게 만드는 거 같아요. 형식은 작가의 통찰을 가장 솔직하게 담는 그릇이니 그에 맞게 새롭고 실험적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고요. 시대를 호흡한다는 의미에서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좋아해요.
 


Q. 극단 ‘풍경’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하녀들>을 시작으로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초상>, <작가>, <작가, 작품이 되다 1-장 주네> 등 많은 작품으로 사랑받으며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앞으로의 20년은 어떤 극단의 모습으로서 기대할 수 있을까요?

 탄탄하고 실력 있는 구성원들로 치열하고 치밀하게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을 고양시키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고요. 넘사벽 공연을 하는 극단? (웃음) 또 지속적인 후원을 받아 진솔한 작업을 자유롭게 해 나갈 수 있는 극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한국연극인복지재단 부이사장으로 활동하시면서 연극인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연극인 복지 관련, 꼭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제일 먼저, 연극과 연극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해요. 연극인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연극인들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개념이잖아요? 그것도 사실이지만 몹시 단편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악조건에도 연극을 계속하는 이유를 알았으면 해요. 열정과 지속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으니까요. 또 연극은 기초예술이기도 하지만 고급예술이니까, 연극인들 역시 고급인력인 거죠. 따라서 연극인 복지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활동비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극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사업도 중요하다고 봐요. 이를 위해 연극계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 연극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줘야 하고요. 예를 들어, 이번 연극인복지재단에서 경력이 단절된 5 ~ 60, 70대의 연극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했습니다. 연극 작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였어요. 결국 복지사업에 대한 역할을 문화 인프라를 쌓는 것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고요. 무작정 돈을 주는 복지사업에서 연극인을 잘 이해하고 현장과 밀착된 복지사업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연출가로서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시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고귀하다”
 

[간혹, 기적을 일으킨 사람] 마지막 공연 후


Q. 현재 연출을 생각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희망하시는 작품의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유토피아’에 대한 작품을 연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문명의 발전이 인류가 유토피아를 꿈꾸기 위해서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주제는 인간인데, 조금 더 덧붙이자면 구원? 진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웃음).

Q.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자체가 크게 위축되면서, 많은 연극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연극계를 지원하기 위한 좋은 방안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개인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람을 즐겨 주시는 것이 가장 좋은 지원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등 지원 단체에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시거나, 전문지식으로 재능기부를 해 주시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연극인들이 항상 관객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고, 연극 자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연극을 사랑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극을 ‘아날로그의 예술이다’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 말을 넘어서 이제 연극은 여러분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메타버스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상상과 몰입의 예술이니까요. 메타버스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연극에는 메타세계(?)에서 행하는 문화·사회적 활동을 넘어서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철학적인 사유와 인간의 에너지가 서로 작용하니까요. 제가 연출이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연극은 정말 위대한 인문학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예술을 행할 수 있다는 것도, 향유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니, 자주 극장을 찾아 주셔서 신선한 활기를 되찾으시길 부탁드려요! 또 하나 연극인들의 현실과 연극인복지재단의 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신상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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