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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고지서의 하자와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

 

사실관계

 주식회사 A는 2008. 6. 24. 외국법인 B와 B가 보유한 C 주식회사의 지분 100%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B에 계약금 580억 원을 지급하였다. 이후 A와 B는 2008. 9. 29. 매매대금 감액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하였고, A는 B에게 같은 해 10.경 2차례에 걸쳐 계약금 10억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8. 11. 26. A의 지위를 승계하였으나, 매매대금 정산완료일인 같은 달 28.까지 B에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피고 과세관청은 B에 최종적으로 귀속된 각 계약금 합계 590억 원이 B의 국내원천소득 중 ‘계약의 해약으로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1)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B로부터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2013. 2. 13. 원고에 대하여 2009 사업연도 법인세 129억 8,000만 원(가산세 11억 8,000만 원 포함)을 경정 ·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그후 피고는 위 법인세의 귀속연도가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위 처분을 취소하고, 2013. 5. 1.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29억 8,000만원(가산세 11억 8,000만 원 포함)을 경정·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가, 2013. 8. 1. 위 590억 원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이 25%임에도 당초 20%로 잘못 적용하여 세액을 산정하였다는 이유로 다시 법인세 32억 4,500만 원(가산세 2억 9,500만 원 포함)을 증액하는 내용의 증액경정처분을 하였다.
 

관련 규정 및 쟁점

 구 국세징수법(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전부개정2)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은 “세무서장은 국세를 징수하려면 납세자에게 그 국세의 과세기간, 세목, 세액 및 그 산출 근거, 납부기한과 납부장소를 적은 납세고지서를 발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과 관련하여서는, 개별·구체적인 사안에서 납세고지서의 기재사항을 어느 정도까지 하여야 과세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해지지 않는지가 실무상 문제된다.
 

원심3)의 판단

 원고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와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발송하였던 2013. 2.13.자, 2013. 5. 1.자 및 2013. 8. 1.자 각 납세고지서에는 법인세 본세와 관련하여서는 모두 세액산출근거에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은 기재되어 있으나, 세율은 ‘0.00%’로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 가산세와 관련하여서는 모두 ‘원천징수납부불성실가산세’로서 ‘5% + (미납일×0.03%)’의 세율을 적용하여 가산세액을 산출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처분에 관한 납세고지서는 가산세에 관하여는 그 기재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나, 법인세 본세에 관하여는 세율의 기재를 누락하여 구 국세징수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세액의 산출근거를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고, 달리 위와 같은 법인세 본세에 관한 납세고지서의 흠결이 보완되거나 하자가 치유되었다는 사정도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 중 법인세 본세의 징수처분은 위법하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7두38645 판결4)의 요지

 원심 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위약금과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발송하였던 2013. 2. 13.자, 2013. 5. 1.자 및 2013. 8. 1.자 각 납세고지서에는 법인세 본세와 관련하여 세액산출근거에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은 모두 기재되어 있으나, 세율은 ‘0.00%’로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② 이후 원천징수세율 오류를 시정한 2013. 8. 1.자 납세고지서에도 세율은 여전히 ‘0.00%’로 기재되어있으나, 다만 “① 과세표준 ‘59,000,000,000’에 ② 세율 ‘0.00%’를 적용하면, ③ 산출세액은 ‘14,750,000,000’입니다.”라고 기재하고, 같은 면에 위치한 ‘고지에 대한 안내 말씀’란에서 당초 처분은 20%의 세율을 적용하였으나, 이는 과소 적용한 것이므로 (증액)경정한다는 취지를 명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0.00%로 잘못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원천징수의무자인 원고로서는 특정한 액수로 기재된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에 비추어 이러한 세율이 명백히 잘못된 오기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사건 납세고지서에 2013. 5. 1.자 납세고지 시 적용된 세율 20%가 과소 적용된 것으로서 이를 증액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산출세액 147억 5,000만 원이 과세표준 590억 원에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된 것이라는 문언까지 명시되어 있어 이 사건 납세고지서에 기재된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에 따라 정당한 세율 25%(= 147억 5,000만 원 ÷ 590억 원)를 산출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납세고지 시 적용된 세율이 20%보다 높은 25%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관한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잘못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그 처분에 대한 불복 여부의 결정이나 불복신청에 지장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인세 본세 징수처분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5)
 

시사점

 구 국세징수법 제9조 제1항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행정절차법의 기본 원리를 징수처분의 영역에서 받아들여,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징수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함과 아울러 납세자에게 징수처분의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어 이에 대한 불복 여부의 결정과 불복신청의 편의를 주려는 데 그 근본 취지가 있다.

 세액은 과세대상, 과세표준 및 세율의 3가지 요소에 의하여 산출되는데, 납세고지서에 과세가액의 총액과 그 내역 등 구체적인 계산경로를 나타내는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명세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그 계산명세서를 첨부하지 아니한 납세고지는 위법하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10738 판결 참조). 그러나 법인세, 소득세 등 기간과세의 경우 납세고지서에 귀속연도와 그 귀속연도의 과세표준,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명시하여 고지하면 족하고, 과세대상 토지 등 세액산출의 실질적 근거와 경로, 경위 등을 기재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누5810 판결 참조).

 생각건대 납세고지서의 기재사항을 어느 정도까지 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는 납세고지서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되, 부과된 세목의 종류와 성격, 관련 절차의 공정성과 조세행정의 수준, 당해 부과처분의 내용이 납세자에게 구체적으로 고지되었는지 여부, 징수비용 등 기타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사료된다. 특히 필요적 기재사항 중세액산출의 근거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납세자가 과세처분의 적법·타당성과 불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만약 납세고지서의 기재가 세액 산출근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하거나, 납세자가 불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그러한 하자는 과세처분을 위법하게 만든다고 새겨야 한다. 반대로 세액의 산출근거 기재에 다소 미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납세고지서에 기재된 과세처분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납세자가 세액의 산출근거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달리 불복 여부 판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러한 하자만으로 과세처분을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 판결은 납세고지서에 법인세 본세에 관하여 세율의 기재를 누락하여 세액의 산출근거를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고, 달리 흠결이 보완되거나 하자가 치유되었다는 사정도 없으므로, 법인세 본세의 징수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았으나, 이는 세율 기재의 미비가 당해 과세처분에 미치는 영향과 과세처분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살펴본 납세자의 인식가능성 및 불복 판단에 대한 장애 여부 등을 간과한 것으로, 납세고지서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사료된다.

 이러한 원심 판결의 법리오해에 관하여 대상 판결은 납세고지서의 기재내용에 비추어 납세자의 인식이 가능한 경우였고, 납세자가 절차적으로 불공평한 처우를 받았거나, 방어권의 침해를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세율 등이 형식적으로 기재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과세처분을 위법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납세고지서의 하자와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해석 기준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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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 계약서에는 계약금은 반환이 불가능하고,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시 계약금은 위약벌(Penalty)로 몰취한다(Forfeit)는 취지의 규정이 있었다.
2) 해당 전부개정으로, 실질이 같음에도 납세자 유형(납세자 또는 제2차 납세의무자 등)에 따라 다른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납세고지와 납부통지는 납부고지로, 독촉과 최고는 독촉으로 각각 용어가 통일되었다(제7조 및 제10조).
3) 서울고등법원 2017. 2. 15. 선고 2016누51568 판결
4) 대상 판결에서는 ‘재산권에 관한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외국법인인 매도인에게 국내에서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매매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는 내용의 약정에 따라 계약금이 몰취된 경우, 매수인이 구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위약금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또한 중요 쟁점으로 다루어졌고, 대상 판결은 해당 쟁점에 있어서도 원심이 위법하게 판단하였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다만 위 쟁점은 본 글의 주된 쟁점이 아니므로, 이에 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5) 이러한 판단하에 대상 판결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우지훈 변호사
●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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