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회원의 상념
2022년 2월 22일


 이제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가 6번 있는 특별한 날. 9가 5번 있었던 1999년 9월 9일에는 제주도에서 신혼부부 3백여 쌍이 야외 합동결혼식을 올렸고, 항공사는 9,999번째 이벤트 응모자에게 여행권을 선물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행운의 이벤트와 행사가 줄을 이었는데, 천성이 심오한 어떤 이들은 이때를 지구 멸망의 날이라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2월 22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커플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줄을 이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음식점에서는 메뉴의 2배를 더 주는 고마운 행사를 할 것이고, 어느 은행은 금리의 2배를 우대로 얹어 주는 적금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 숫자를 이용한 다양한 ‘밈’의 주인공, 전직 프로게이머 홍진호 씨는 이즈음 섭외 1순위 방송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장담컨대, 2시 22분에 맞춰 사랑 고백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그래 왔던 것 같습니다. 객관의 대상에 주관의 의미를 주고, 해석을 붙여, 이것을 또 그럴듯하게 이용합니다. 서력기원(西曆紀元)의 표시법에 불과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붙인 것처럼(이렇게 잘난 척하지만 저도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사가지 않으면 아마 집에서 쫓겨날 겁니다), 그저 있을 뿐인 사물에 뜻을 심고 저마다의 말을 풀어냅니다.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존재하는 사안 하나에 유리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붙여, 변론에 올립니다. “2022년 2월 22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의미화의 대상이 무색무취의 숫자가 아닌, 엄연한 하나의 진실을 담고 있는 사실관계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해석과 이용에 따라, 누군가는 받지 말아야 할 벌을 피하고, 받아야 할 돈을 온당히 받게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받아야 할 벌을 받지 못하거나 받지 못할 돈을 부당히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더욱 안타깝게도, 그러한 부당한 상황이 우리의 해석과 말에 의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장 히치콕 감독의 손녀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영화 <의혹의 그림자(1943, 히치콕 作)> 리포트를 냈는데, 조사가 미흡했다는 평가와 함께 C 학점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예술의 영역에서는 가볍게 웃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진실이 존재하는 우리의 변론, 우리의 재판에서는 그 무게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는 우리에게 정의로울 것을, 더 부단하게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 2월 22일. 화려한 상술에 넘어가 지갑을 기꺼이 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를 “2”라는 숫자의 분위기에 취해, 부인에게 소소한 기념선물을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화요일 오전쯤에 열릴 어떤 변론에서, 그 오후쯤에 작성해야 할 어떤 서면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해석과 이용에 대해 한 번 더, 그리고 깊이, 자문하고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신상진 변호사

신상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