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수소경제의 생태계는 수소를 생산해서 최종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체 산업체계를 의미한다. 수소생태계(Hydrogen Ecosystem)라는 단어가 좀 더 친환경적 느낌을 주지만 결국 수소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과 이를 둘러싼 시장, 기술, 규제 등 환경을 가리키는 셈이다. 보통 수소생태계는 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의 5개 국면으로 설명된다. 그중 출발점에 해당하는 ‘생산’부터 살펴보자.

 수소경제의 필요성이 주로 탄소중립 달성 관점에서 설명되고 있으므로, 수소의 생산 역시 ‘①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 구분되고 있다. 물론, 수소생태계가 산업체계인 점에서 화석연료나 전기 등 대체물과의 시장경쟁력을 평가해 보아야 하고 이 점에서 ‘② 수소 생산이 효율 면에서 합리적인 활동인가’ 그리고 ‘③ 수소의 생산가격이1) 사업성이 있는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7년 기준으로 매년 약 164만 톤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었다. 대부분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였고, 석유화학업체가 자체소비한 후 약 23만 톤 정도만이 외부에 유통되었다.2) 참고로 연간 40만 MWh의 연료전지발전설비를 갖춘 대산그린에너지 역시 인근에 위치한 한화토탈로부터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발전에 사용한다.3) 부생수소 이외에도, 천연가스와4) 수증기를 고온 반응시켜 수소를 분리하는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공정(Steam Methane Refor ming; CH_4+2H_2 O→CO_2+4H_2)도5) 활용되고 있다(개질수소). 위 화학반응식에서 알 수 있듯이, 천연가스의 개질 시에는 이산화탄소(CO_2)가 발생한다. 부생수소의 발생원인인 석유화학공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 이와 같이 탄소가 배출되면서 생산되는 수소를 그레이(grey)수소라고6) 부르고 있다. 수소생태계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단계에서도 탄소 배출을 막아야 하므로, 그레이수소는 적절한 생산방식이 아니다.

 반면, 물을 전기분해(2H_2 O→2H_2+O_2)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산소만 발생하고 탄소는 배출되지 않는다. 이처럼 탄소 배출이 전혀 없이 수전해를 통하여 생산되는 수소를 그린(green)수소라고 부르고 있다. 이때 전기분해에 사용되는 전기가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경우에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간접배출(indirect emission)하게 된다. 따라서, 그린수소의 생산방식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분해로 수소를 생산한 후에, 다시 산소와 반응시켜 전력을 사용하는 일은 언뜻 보기에도 비효율적으로 보인다.7)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일조량, 바람의 세기 등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 또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 후에는 소비처로 전기를 수송(즉, 송전)해야 하는데, 송전설비 건설비용도 상당하고, 송전과정에서의 전력손실도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발생한다. 그런 이유에서 사용되지 않는 전기를8) 수소로 전환(P2G; Power-to-Gas)해 두었다가 수급상황에 맞추어 전기나 열로 에너지 전환(소위, ‘섹터커플링’)을 하는 활동은 나름 합리적이다.9)

 관련하여 수소의 생산방식별 단가도 살펴보면 2018년 기준으로 부생수소 2,000원/kg 미만으로 가장 저렴하며, 천연가스 개질 방식의 경우 2,700 ~ 5,100원/kg, 수전해 방식의 경우에는 9,000 ~ 1만 원/kg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10) 따라서, 현재 수전해 방식은 천연가스 개질 방식에 비해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진다.11)

 이에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면서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땅속에 저장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방식(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그와 같이 생산된 수소를 블루(blue)수소라고 부른다.12) 이렇게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생산과정 전체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되어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아니하므로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수소법(약칭) 개정안(발의일 2021. 7. 1.)은 ‘청정수소’라는 개념으로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를 함께 지칭하면서 그 보급 및 활용의 활성화를 개정안의 제안이유로 삼았다.

 상용화 속도에서 블루수소가 그린수소에 앞서고 있기 때문에, 정부 역시 2030년까지의 단기적인 청정수소의 공급은 블루수소를 활용하고, 2050년까지의 장기적인 청정수소의 공급은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이하 ‘수소기본계획’)에 의하면, 2030년까지 그린수소가 연간 25만 톤, 블루수소가 연간 75만 톤씩 국내에서 생산되고,13) 2050년까지 그린수소는 연간 300만 톤, 블루수소는 연간 200만 톤씩 국내에서 생산될 전망이다.14)

 국내 · 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여 소비처로 운송하고 활용하는 단계 역시 대규모의 시설투자가 필요하므로, 정부의 복안은 생산단가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용화가 앞서는 블루수소를 활용하여 수소 관련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점진적으로 그린수소의 상용화를 대비하면서 수소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소의 저장, 운송, 충전에 관련한 유통 인프라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대체로 기체, 액체, 액상의 방식이 있다.15) 수소를 기체 상태로 보관하면 부피를 크게 차지하므로, 큰 압력을 가하여 부피를 최대한 압축하여 저장한다. 현재 수소를 대기압의 700배로 저장할 수 있는 Type 4 수소저장용기도 개발되어 수소자동차와 수소수송용트럭(튜브트레일러)에서 사용되고 있다.16)

 수소를 액체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253℃(대기압)의 극저온까지 온도를 낮춰야 한다. 이와 같은 극저온 상태의 액화수소로 저장 및 운송하는 방식도 있으나, 수소를 직접 액화하는 외에도 다른 액상 화합물로 만들어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액상으로 저장하는 방법은 수소를 질소화합물인 암모니아(NH_3)로 만든 후 액화 암모니아로17) 만들거나 메틸시클로헥산 등 유기화합물로 만드는 방식이다.18)

 이러한 수소의 저장 방식은 운송 및 활용 방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체 상태의 수소를 배관 혹은 튜브트레일러를 사용하여 수송하거나,19) 액상 수소를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에서는 기체 수소를 고압으로 보관하고 차량에는 압력차를 이용하여 충전한다. 참고로 2021년 9월 기준 117기의 수소충전소가 건설되어 있다.20)

 다음에는 우리나라가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수소 활용 분야부터 시작하여 관련 법률의 정비 상황에 대해 살펴보고 연재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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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소의 최종소비자에 대한 판매가격에는 저장, 운송, 충전 단계의 마진도 가산되고, 정부보조금 등의 감액요인이 작용한다.
2)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4, 6쪽
3) 가스신문, 2021. 2. 8.자 기사 「세계 최초 초대형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설비 갖춘 대산그린에너지(주)」
4) 천연가스의 주성분(93%)은 메탄가스(CH_4)이다.
5) 수성가스전화반응(water-gas shift reaction)을 조합한 결과이다.
6) 정부의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도 그레이, 블루, 그린수소라고 지칭하고 있다.
7) 에너지는 자유로이 형태를 변환시킬 수 있지만 그때마다 반드시 에너지가 갖고 있었던 능력인 퍼텐셜(potential)이 사라진다(열역학 제2법칙). 일반적으로 에너지를 변환시킬 때마다 엔트로피가 발생한다.
8) 독일의 경우, 과잉생산된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버린 규모가 2019년 기준으로 5억 유로를 초과한다고 한다(KBS 2021. 11. 14. 방송 「쌤과 함께」 - “대한민국이 선도하는 첫 번째 에너지, 수소! 전 세계 수소경제시장을 선점하라!.”).
9) 참고로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경우에도 에너지의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엔트로피가 커진다. 그러나, 천연가스 개질의 경우 통상적인 활용(즉, 연소)과 수소 생산을 통한 활용이 그 이용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효율을 보이므로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따라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하였다가 다시 전기로 전환하는 그린수소의 경우와는 다르다). 예컨대, 2016년 기준으로 천연가스개질(즉, 수전해)의 효율은 70% 수준이고 이론적으로는 83%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는 반면[Götz, Lefebvre et al. (2016, p. 1383)], 같은 시기 가장 효율적인 천연가스 열병합터빈(즉, 연소)의 효율은 60% 수준이라고 한다(Hans-Werner Sinn, 『Buffering volatility: A study on the limits of Germany's energy revolution』, 미주 57번).
10) 산업연구원(2019), 「한국 수소산업 생태계 분석과 발전과제」, 149쪽 참고
11) 2019년 당시 전 세계 수소 생산설비 중 0.1%만이 수전해설비라고 한다(IEA, 「The Future of Hydrogen」, 2019. 6.).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건설가격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IRENA, 「How Falling Costs Make Renewables a Cost-effective Investment」, 2020. 6.), 그린수소의 생산설비는 2020년 말 대비 2026년까지 5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사도 있다(Forbes, 2020. 12. 14.자 「Green Hydrogen, The Fuel Of The Future, Set For 50-Fold Expansion」).
12) 관련하여 정부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로드맵」을 2021. 6. 15.에 발표하였고, 한국석유공사는 생산 종료가 예정된 동해가스전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중저장(CCS)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13) 참고로 국내 최초의 블루수소 생산시설은 SK그룹이 보령 중부발전 유휴부지에 2025년 중 준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14) 수소기본계획은, 국내 생산분 이외에도, 해외에서 국내 자본·기술을 활용하여 생산하고, 국내로 수입한 청정수소 역시 청정수소 자급률 산정 시 자급분으로 반영하여 계산하고 있다.
15) 이외에 고체수소저장합금을 사용하여 수소를 저장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16) LPG나 천연가스 등 다른 가연성 가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소 설비에 대하여도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참고로 수소 보다 도시가스는 1.03배, LPG는 1.22배, 휘발유는 1.44배의 상대적 위험도를 가진다고 한다(2019. 10. 31.자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 참고).
17) 암모니아는 -33℃(대기압) 혹은 25℃(8기압)에서 액화된다. 또한, 암모니아의 경우 이미 전 세계적인 운송수단 및 유통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암모니아는 하버-보슈법으로 수소와 질소를 합성하여 생산할 수 있고,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수소기본계획 25쪽). 이외에도 암모니아는 수소로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18) 일본 기업인 치요다 화공은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액상유기수소운반체)를 통한 수소 수입프로젝트인 ‘SPERA’의 실증을 완료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산유국 브루나이의 천연가스로 생산한 수소를 현지에서 톨루엔과 반응시켜 메틸시클로헥산으로 합성하여 액화시킨 다음 일본으로 해상운송한 후 다시 수소와 톨루엔으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것이다.
19) 정부는 수소 생산지역이나 도입지역을 거점으로 수소배관망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 LNG 배관망에 수소를 혼입하는 실증을 추진 중이다. 수소기본계획에서는 전력망-가스망 간의 상호 보완으로 전력계통의 안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수소기본계획 3, 26쪽).
20) 천연가스를 개질하거나 수전해하여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제조식 수소충전소(on-site 방식)도 있으나, 국내 충전소의 대부분은 생산된 수소를 공급받는 저장식 수소충전소(off-site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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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영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