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___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1984년 사법연수원을 14기로 수료하고, 이듬해부터 30년 넘게 검찰에 재직했습니다. 2018년 말 정년퇴임 후, 2019년 1월부터 변호사로 개업해서 현재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7년 선친 묘소 이장을 계기로 풍수에 관심을 두게 되어서 30여 년 동안 풍수지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풍수지리강론』이라는 풍수입문서를 출간하기도 했지요.

Q___풍수에 관심을 두게 되신 계기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선친께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가 공직에 몸담을 무렵 선친 묘소 주변이 공업지역으로 개발된다고 해서 묘소를 이장하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때는 명당이니, 풍수니 하는 데에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1987년 공주지청 검사로 발령이 났을 때 부친 묘소 이장을 위해 산을 보러 다니다가 적당하다 싶은 곳의 산을 좀 무리해서 샀습니다. 월급이 60만 원 정도이던 시절에 은행 대출과 저축한 돈을 다 털어서 2,300여만 원을 들여 산을 샀으니 당시로선 큰일을 저지른 셈입니다.

 이장을 하려고 하는데, 고향 선배가 ‘이장은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면서 지관 한 분을 소개해 주었어요. 그렇게 만난 지관이 이장 예정지를 살펴보면서 나경(패철)을 꺼내더니 ‘지리오결’ 등을 곁들여 지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한문을 잘 알았으니 그 설명을 잘 이해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제가 생각해도 그 자리는 이장하기엔 적합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간 어머니는 실망 끝에 주저앉으시고, 갓난아이를 업고 있던 아내도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어요. 그 일을 겪은 다음부터 지관께 풍수 관련 책들을 소개받아 ‘고시공부’하듯 풍수 공부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주말이면 지관이신 유철수 선생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론과 실제를 맞춰 보기도 했고요. 10년 정도 이론과 현장을 공부하다 보니 최소한 속지 않을 수준은 되었습니다.

Q___풍수는 현장이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풍수는 이론만큼 현장도 중요합니다. 왕릉이나 유명인들의 무덤을 답사할 경우 그 후손들의 삶이 잘 알려져서 묏자리와 관련된 음택(陰宅) 풍수를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묘를 답사할 경우 후손의 삶을 추적해 풍수 책의 이론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 작업을 해야 해서 풍수의 전반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Q___변호사님 예전 사진보다 지금 인상이 굉장히 좋아지셨습니다.

 검사 때 사진이라 그런가요(웃음). 검사라는 직업이 참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사건은 밀려오는데, 사건이 풀리지 않으면 신경질도 나고 짜증도 나고, 본인 마음을 컨트롤하기가 참 어려운 직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민원인 내지는 이 당사자들한테 바로 연결될 수 있어요. 그래서 사실은 판사분들도 마찬가지고 변호사분들도 마찬가지지만 법조인들은 수시로 이 마음을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씻어내는 것이 안 되면 특히 현직에 계신 분들의 경우, 민원인들에게 잘못하는 말 한마디, 그게 비수가 되거든요. 실제로 현직에 계신 분들이 어떤 약간의 불편한 말을 하면, 당사자나 대리인에게는 엄청 큰 타격이 되더라고요. 당장 현직에 있는 본인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전달이 됩니다. 저도 현직에 있을 때는 못 느꼈지만, 나와서 보니까 현직에 있는 분들의 말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반성이 많이 됩니다.

Q___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검찰에서 정년을 채우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많지 않았죠. 그전에도 일부 계시긴 했지만요. 일반적으로 승진에 누락되면 사직하지만, 저는 변호사보다는 현직에서 맡은 바 소명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사 개업을 빨리 할 수도 있었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보다는 고검에서 억울함을 풀어 주는 일이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록이 굉장히 두껍고 분명히 고소·고발인이 억울한데도 무혐의로 끝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피해를 당한 것도 맞고 억울한 것도 맞는데, 법률상 범죄가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사건들을 경찰 수사 기재동(記載同) 하고 끝내면 1분이면 뗄 수 있지만 그렇게 일을 처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검사가 할 일은 당사자를 불러서 한번 더 이야기를 들어 보고, 또 더 조사할 게 없는지 그 가해자도 한번 불러서 이야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서로 만나게 해서 얘기라도 좀 해 보고 그러다 보면 합의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피해자가 그 감정이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검사들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무혐의로 송치된 기록들을 추가로 수사해서 기소를 많이 했습니다. 무혐의로 온 것을 추가로 수사해서 구속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검찰 항고사건들도 결론을 뒤집은 사건들이 꽤 많았습니다. 검사가 기록을 자세히 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제법 많이 생깁니다. 물론 결론이 바뀌지 않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요. 저는 경륜 있는 검사들이 검찰 내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민원인 한 분 한 분을 제대로 챙겨 주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고,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 주는 것이 인생에 있어 덕을 쌓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복을 채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Q___요즘 코로나가 심합니다. 사무실 운영은 좀 어떠신가요?

 2019년 2월에 개업해서 개업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개업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저는 사건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로 지인분들을 통해 의뢰가 오는 사건들만 합니다. 판검사라는 직책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경외감은 어떠한 경제적인 대우보다도 사회로부터 받는 큰 대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러한 명예와 보람을 30년 이상을 누렸습니다. 저는 경제적 이익보다도 훨씬 큰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주변에 봉사하는 차원에서 아시는 분들을 성실히 도우며 일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나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현직에 있을 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생활 수입은 되는 것 같아요.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변호사 직업이라는 게 공적인 책무가 있는 직업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족한 것이죠.

 젊은 변호사님들이 많습니다. 그분들도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변호사 시장이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고는 있지만, 송사라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현직에 계시다가 나와서 변호사를 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욕심을 버리고 사건 수임을 조금 자제해 주시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인생관에 비춰 보면 그렇습니다. 저는 사람이 태어날 때 일정한 복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적선을 하고 좋은 일을 하면 가진 복의 폭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벼슬을 하거나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저축해 둔 복을 빼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직에 있으면서 벼슬도 누리고 명예도 누린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적인 것까지도 누리려고 하면 저축해 둔 복 이상을 사용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화를 입을 수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좀 부족하고 또 벼슬에서는 부족하더라도, 계속 좋은 마음을 가지고 덕을 쌓으면, 자녀, 건강, 형제, 부모의 건강 문제 이런 것들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도와주게 됩니다. 저는 이런 인생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___변호사님의 가치관과 신념이 풍수지리 연구로 이어지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이제 풍수를 공부한 지 한 3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풍수지리를 연구해 보면 명당을 구하는 문제는 돈이 많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명당이랄까, 좋은 터를 차지한 분들을 보면, 대게는 선대나 본인들이 보이지 않게 덕을 많이 쌓은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당장에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일을 했지만 상당한 기간은 본인에게 손해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나중에 그런 분들 내지 그런 분들의 후손이 명당이나 좋은 터를 차지합니다.

 명당의 기운으로 세가 일어나거나 인물이 나온 집안은 대부분 선대가 덕을 쌓은 집안입니다. 황희 정승과 공주부자 김갑순을 배출한 명당 터의 공통점은 애초부터 ‘명당’을 찾으려다 잡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황희 정승 명당 터는 스님을 사기꾼으로 몰았던 부잣집에 주려던 터였고, 김갑순 명당 터는 쌀 두 가마니를 마련할 수 없어서 시름에 젖어 있던 가난한 나무꾼에게 인정을 베풀고 얻은 터였습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단기적인,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 또는 출세보다,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게 됩니다. 풍수지리의 원리를 쉬운 말로 풀어 보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가치관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가 주는 선물이 바로 명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___매일 주기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아침 5시 반경에 일어나 108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500CC 물을 떠 두고 물을 마시면서 108배를 하는데, 그냥 하면 지루하니 암송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천부경(天符經)을 암송하면서 10배, 삼일신고(三一神誥)를 암송하면서 30배, 보왕삼매경(寶王三昧經)을 암송하면서 10배, 마음십경이라고 제가 마음을 잡기 위해 적은 것이 있는데, 이것을 암송하면서 10배, 건강십훈(健康十訓)을 암송하면서 10배,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 사성제(四聖諦), 팔정성도(중도, 팔정도, 성자지도)를 하면서 약 40배를 합니다.

 이후 아침을 간단히 먹고 헬스를 하고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성서 신명기 28장을 암송하고, 시편 1편, 23편, 산상수훈(마태복음 5장, 6장, 7장), 고린도전서 13장(사랑장)을 암송합니다.

 그 내용을 모두 실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암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죠. 육체와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매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Q___끝으로 회보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를 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일을 하시는 변호사님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 전까지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지 잘 몰랐습니다. ‘법조인의 영역이 이렇게 확장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변호사들이 전통적인 송무 영역에서만 머물면 안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후배들과 함께 부동산 계통에서 업무하는 분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볼 계획입니다.

● 인터뷰/정리 : 황귀빈 본보 편집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