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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재판 효율성에 대한 소고
최근 대법원의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와 관련하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상고법원 방안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상고법원 방안이 대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상고심 심리 충실화를 통한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에 대한 고려가 없으므로, 상고심 심리 충실화 및 하급심 판사 증원을 전제로 하여서만 상고법원 설치를 찬성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이에 즈음하여, 작년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해 달라는 후배의 요청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변론 개시 전에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근거 없는 소송의 제기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의 낭비와 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 민사소송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변론개시 전 소장 각하 기준(pleading standard)의 강화, 사실심리 생략 판결(summary judgment)의 기준 강화, 변호사의 허위사실 주장에 대한 법원의 징계 강화(FRCP Rule 11 sanction) 등) 관련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들이 우리나라 법 실무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문에 필요한 인터뷰였다. 

미국 판사들도 우리나라 판사들과 마찬가지로 폭증하는 재판에 대처할 방법이 필요하였던 것 같다는 생각에 재밌게 인터뷰에 응하고, 최근 완성한 후배의 논문을 선물로 받았다.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재경 하급심 판사 및 변호사들을 다수 인터뷰한 결과, 우리나라 하급심에서는 상고심과 달리 소송 초기 소 각하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현실을 확인하였고, 그 이유에 대해 하급심 판사들이 당사자들이 잘 모르거나 빼먹은 내용이 있으면 가르쳐서라도 재판을 이어갈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주고자 하고, 변론 개시 전에 당사자에게 이유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조기에 소를 각하하는 데 대하여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우리나라 하급심 실무 경향을 감안 시, 미국의 변론 전 사건 처리 제도들이 우리 재판실무에 있어 실제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하였다.

요즘 재판정에서 당사자들이 예전보다 큰 목소리로 법리와 상관없는 주장들도 길게 늘어놓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그만큼 국민들의 실질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폭증하는 재판과 재판 진행의 어려움에 대한 판사들의 노고에 대하여도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간다. 그러나 상고심 사건의 폭증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하급심 판사 1인이 부담하는 사건 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충실한 심리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러므로, 상고법원의 설치에 앞서 하급심 판사와 법원이 적절히 증원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적극 찬성하는 바이며, 더 나아가, 변호사 강제주의와 법률보험 가입 제도의 도입이 병행된다면,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재판의 효율성이 함께 보장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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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 변호사
사법시험 제42회(연수원 3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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