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따라 한국으로 와 언어도 문화도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친구의 소개로 돈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어린 의뢰인이 있었다. 난생처음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보이스피싱 사기죄로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충격과 불안의 나날을 보냈다. 불안감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뻔도 했다. 학생의 무고함을, 적어도 신속한 소년 사건 송치를 거듭 요청하였지만, 사건은 여러 차례 이송되고, 수차례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를 거치며 장기화되었다. 다행히 결과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고, 가정법원의 심리 불개시 결정을 받아 심리 없이 종결되었으나, 축하만을 전하기에는 그간의 마음 고생이 너무 컸다.

 지난 5월 검수완박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절차 지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검수완박 법안의 직접 쟁점은 아니었지만, 개정안이 수사 절차 지연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문제 제기와 논의를 거치며 검수완박 이름과 달리 검사 수사권은 상당 부분 사수되었다. 검사의 수사개시권은 2대 중대범죄로 제한되었지만, 당초 검사의 직무에서 수사를 제외하는 법안에서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범죄 사실 내에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법안을 거쳐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최종 통과되었다. 송치된 사건에 관하여는 검사의 직접 수사도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정 전 법률에서도 검사에게 수사권은 있었으나,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서 ‘검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에서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어 보완 수사 요구 방식으로 수사가 이루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사건이 다른 기관을 오가며 수사가 계속 지연되었다.

 수사개시권이 축소되고, 별개 사건 수사도 불가능해져 수사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송치된 사건에서 필요한 보완 수사를 직접 진행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규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특별한 경우로 해석하여, 보완 수사 요구 절차를 생략하고 직접 수사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검찰이 민생 사건에 집중하여 역량을 발휘하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검경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사법제도 개선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심으로는 이를 통해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의자와 피해자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경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희숙 변호사 ●재단법인 동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