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연방, 즉 러시아는 공화국의 통치 형태를 가진 민주주의 연방 법치국가이다(러시아연방 헌법 제1조 제1항).’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 즉 소련이 1991. 12. 26. 해체된 이후 14개의 소비에트연방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하였고, 러시아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되었다.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으로 인한 정치, 경제 등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법, 제도도 빠르게 변화되었다. 그중 국가의 최고 법규인 헌법은 1991. 12. 26. 소련이 공식적으로 해체된 후 약 2년 뒤인 1993. 12. 12. 국민투표로, 1978년의 소비에트연방 시대의 헌법에서 현행 러시아 헌법으로 개정되었다. 다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과거 소비에트연방 시대의 법전을 수정하는 방식에 머물렀고, 정당성 측면에서는 전체 유권자 1억 700만 명 중 5,8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58%의 찬성을 얻어 결국 총 유권자의 31%의 찬성을 얻는 데 불과하였다(당시 국민투표법상 국민투표는 총 유권자 수의 50% 이상의 찬성에 의해 가결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당시 대통령인 옐친 측은 ‘참가 투표자 수의 50% 이상으로’ 왜곡하여 해석한 것이다). 현행 러시아 헌법 탄생의 배경은 이러하다.

 러시아의 역대 대통령은 3명이다.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1991년 ~ 1999년), 제3대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2008년 ~ 2012년), 그리고 제2대와 제4대(현재)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그러니까 푸틴은 2000년 이후 22년 동안 4년을 제외하고 러시아의 권좌에 있는 것이다.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63%였던 것이 개전 이후 83%까지 치솟았다.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20년에 가까운 장기 집권은 여러 번의 헌법 개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러시아 헌법은 크게 전문과 2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헌법 체제의 기초, 개인과 국민의 자유, 연방의 구성, 연방 대통령, 연방의회 등의 총괄적인 헌법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2부는 종결 및 경과규정으로 비교적 간략하게 적용 범위와 권한 행사 등의 규범이 정해져 있다.

 러시아의 헌법 개정은 러시아연방 대통령, 연방회의 (상원), 국가두마(하원), 러시아연방 행정부, 러시아연방 구성주체의 입법(대의기구), 연방의회 또는 국가두마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의 각 요구에 의하여 제기되고(러시아 헌법 제134조), 연방회의 및 국가두마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의 요구에 의하여 소집된 제헌회의 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해 채택되거나, 국민투표에 회부된 경우에는 유권자 재적 과반수의 투표참가와 투표참가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하여 채택된다(러시아 헌법 제135조). 한편, 러시아연방 대통령은 보통ㆍ평등 및 직접 선거권에 기초하여 비밀투표로 선출되는데, 2000년 헌법 당시에는 4년 임기로 2회 이상 연임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 이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뒤를 이어 1999. 12. 31.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00년 초반부터 2004년까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되어 2008년까지 집권하였다. 그 후 드미트리 메드베제프 국무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2008년 대통령직을 인계받은 후 같은 해 11. 5. 연방회의에 차기 대통령부터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하는 헌법 개정을 공식 요청하였고, 같은 해 11. 11. 국가두마에서 재적의원 450명 중 388명이 찬성하여 채택되었다.

 이미 계획에 있었던 것인지, 메드베제프 대통령의 4년 임기가 끝난 이후 푸틴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며 6년 임기로 201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였고, 그 이후 다시 연임되어 2008년 개정 헌법상으로는 2024년에 임기가 끝나게 된다. 하지만 2020. 7. 1. 다시 한번 국민투표를 통하여 헌법을 개정하였는데, 그 개정 내용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재 대통령이 수행 중인 임기와 2020년 개헌 이전의 대통령직 수행 횟수를 무시하고, 차선 대통령부터 2회의 중임만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푸틴 대통령이 2024년 임기가 끝나고 재출마할 경우 2024년 이전 출마 기록 자체를 삭제한다는 것이다. 당시 푸틴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 인간의 존엄성과 복지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헌법 개정은 필수적이라 주장하며 개헌의 중요성을 주장하였고, 마침내 2020. 7. 1.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총 투표율 67.97% 중 77.92% (약 5,800만 명)의 찬성과 21.27% (약 1,600만 명)의 반대로 헌법 개정이 채택되었다.

 이렇듯 현재 러시아는 6년 중임 제한의 헌법 개정이 완료된 상황으로, 이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무난히 중임한다는 시나리오라면 2036년까지 14년의 임기를 더 채울 수 있다.
만약 푸틴이 실제로 2036년까지 집권한다면, 2000년부터 2036년까지 4년의 총리직을 맡은 것을 제외하고 32년간 대통령을 하게 돼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기록인 31년을 넘어서게 된다.

‘러시아는 공화국의 통치 형태를 가진 민주주의 연방 법치국가이다(러시아연방 헌법 제1조 제1항).’

 공화국이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정을 행하며 국가의 원수가 그 명칭 여하에 불문하고 국민의 직접 혹은 간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며 일정한 임기로써 교체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 민중에게 있고 민중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프랑스 보수주의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 말을 떠올리며, 작금의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과 또한 나의 수준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류종명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유준하 러시아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