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오래 즐기다 보면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생기는 게임 내 변화로 인해 어느 순간 과거의 승리 공식이 폐기되고, 새로 등장하는 효과적인 패러다임에 끊임없이 적응하여야 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이는 흔히 게임의 ‘메타’가 변화한다고 표현된다.

 게임의 변화가 조금 더 빠르고 극단적일 뿐, 세상의 이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하여 메타의 변화는 급격히 가속화되었다. 비대면으로 인하여 앞당겨진 디지털화로 국내 주요 IT 기업들의 앞 글자를 딴 ‘네카라쿠배당토’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고, 개발자들의 몸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요새 학생들의 장래 희망 순위에는 이제 크리에이터, 개발자, 웹툰 작가 등 메타의 변화가 반영된 직업들이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거와 비교하면 새삼 격세지감이다.

 나는 나름대로 얼리어댑터적인 성향이 있어, 세상의 변화에 비교적 관심이 많은 편임에도 때로는 따라가기 버겁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이 그러하다. 블록체인의 개념을 접하고 관심을 가진 지 벌써 5년이 넘어가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Defi, NFT, DAO, Web 3.0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도 국내의 블록체인과 관련된 법제는 이제야 소위 특금법이 제정되면서 기초적인 틀만 겨우 잡기 시작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며,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 혹은 관련 업계 지원을 위한 법률제도 정비는 아직도 요원한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 이슈가 된 국산 모 코인의 대폭락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 피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만한 적합한 장치는 별다른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법제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명품 구매를 위한 오픈런 문화와 이로 인하여 형성되는 중고 프리미엄, 명품 개인 거래 시장의 활성화와 거래 플랫폼의 등장 같은 것도 나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이다. 이제는 이미 많이 익숙해진 사항이지만 프롭테크(Prop Tech)의 발전으로 사실상 완전 정보 시장 되어 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의 실시간 시세 변화를 마치 주식처럼 그래프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이제 발품이 아닌 ‘손품’을 팔며 임장을 다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비현실적이라며 비웃었던 전기차는 현재 많은 이들의 드림카가 되었고, 2035년 예정된 EU의 내연기관 신차 퇴출 정책에 힘입어 이제는 주류가 될 미래만을 기다리고 있다.

 법조계도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듯하다. 몇 년 전에는 인간 변호사와 AI 변호사가 대결한 끝에 AI가 승리를 거두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변호사의 업무 중 AI가 할 수 있는, 혹은 AI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만한 일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며, 어쩌면 앞으로는 AI를 잘 다루는 것이 법조인들의 주된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메타가 변화하는 와중에도 게임의 본질까지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변호사의 업무는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종합적인 추론ㆍ판단 능력, 이를 집대성하는 서면 창작과 변론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인간 이외의 것으로 완전히 대체되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아직은.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무인기의 등장으로 인하여 미래에는 파일럿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에 피트 미첼(톰 크루즈)은 “언젠가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라고 답한다. 또한 그는 5세대 전투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한 것은 파일럿’임을 거듭 강조한다. 어찌 보면 이 대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볼 만한 서사가 아닐까 한다.

권문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