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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들리나요?

 ‘어 뭔가 이상한데?’

 최근 한 법정 드라마를 보는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하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아! 변호인과 당사자는 물론, 검사와 재판부, 방청객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모습 때문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법정 풍경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사실 이전에 마스크 착용은 법정에서 금기시됐습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단정한 의복을 착용하지 않은 자’에 대해 입정을 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법정 경위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정에 들어온 방청객이 있으면 이를 벗도록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법정에 들어가면 재판부는 물론 피고인과 변호인, 검사, 증인, 경위, 속기사, 방청객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법정 내 법대와 증인석 등에 투명 아크릴 가림막까지 설치됐습니다.

 이 때문에 팬데믹 이후 재판에 들어가 방청하다 보면 옆자리에 앉은 동료기자나 방청객들과 “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라고 서로 물어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때로는 재판부의 말소리가, 때로는 변호인이나 증인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 말한 내용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번은 한 유명인의 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추징금 액수를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모두 다르게 들어 서로 다른 금액으로 보도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이례적으로 검찰에서 정확한 금액을 다시 알려오기도 했습니다.

 “말이 잘 안 들려도 중간에 끊고 되묻기 어려워 난감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법정에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한 변호사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방청석은 뒤에 멀리 떨어져 있어 그렇다 치지만 법대와 변호인석에서도 말소리 전달이 어려운지 궁금했습니다. 판사님께도 물어봤더니 “말소리가 안 들릴 때가 꽤 있습니다. 아크릴 가림막까지 있어 전달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TV 방송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 등 출연자들은 모두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마스크 의무 관련 행정명령의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벗어야 본업이나 생계유지가 가능한 직업인 가수, 배우, 방송인 등은 방송이나 공연 등에 출연하는 경우 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됩니다. 또 외교, 국방, 수사, 구조, 브리핑 등 정부 관계자의 원활한 공무수행을 위한 때에도 예외를 인정합니다.

 법정과 외교·안보·브리핑 등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순 없겠지만,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재판에서도 같은 예외가 인정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피고인이나 증인의 표정을 유심히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스크와 가림막에 가려 유심히 보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사건 당사자 등이 영상재판을 신청하면, 말소리도 잘 들리고 비언어적인 표현을 자세히 볼 수 있어 반갑기도 합니다.”

 한 부장판사님께 들은 말입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점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재판받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그때 원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재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낯선 법률용어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스크에 갇혀 그 말소리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정확하게 소통이 이뤄져야 할 법정에서, 사람들은 법대가 더욱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까요?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피고인이든 사건 당사자이든 재판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눈치 보지 않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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