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유학 시절을 보낸 자녀들이 미국 국적 내지 영주권을 취득하고 취업하면서 한국에서 거주하는 부모들은 본인 또는 자녀의 명의로 외국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상속플랜의 영역이 역외까지 확대되어 많은 납세자들의 고민거리가 추가된바, 이와 관련하여 알아 두어야 할 세법상 기본 내용에 대하여 살펴본다.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인데 우리나라에 전 세계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는지?

 미국 세법상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는 설령 미국의 거주자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전 세계 소득의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반면에 우리 소득세법은 국적과 무관하게 ‘거주자’에 한하여 전 세계 소득의 납세의무를 부담하므로, 만일 그들이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이중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소득세법상 거주자는 어떻게 판정하는지?

 소득세법상 거주자는 국내에 ① 주소를 두거나, ②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이라고 규정하여 외국환거래법상 거주자와 다른 개념이고, 외국인등록증이나 국내거소신고증을 보유하면서 국내 체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주자가 아닐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해외이주하거나 외국의 영주권이나 국적 또는 시민권을 취득하였다고 해도 소득세법상 거주자가 될 수 있다(소득세법 제1조의2,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및 제4조).

 소득세법상 거주자 판정 기준 중 ‘거소 요건’은 국내의 입국일부터 출국일까지의 기간이 1 과세연도 동안 183일 이상 경우 거주자로 보기 때문에 비교적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주소 요건’은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정하도록 되어 있어 다소 어렵다. 예를 들어, 통상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지면 국내에 주소를 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의 경우에 거주지국은 어떻게 판정하는지?

 일반적으로 조세조약은 각국의 세법에 따라 거주자 여부를 판단한 후, 양국의 거주자가 되는 경우 조세조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일국의 거주자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한 · 미조세조약의 경우, 항구적 주거지, 인적 · 경제적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거소지, 국적을 순차적으로 적용하여 거주지국을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한 · 미 과세당국이 상호합의에 의하여 거주지국을 판정할 수 있다( 한 · 미조세조약 제3조). 그러나 실무상 우리나라 국세청에서 거주자로 판정하면 이를 상호합의 절차를 통하여 구제받는 것은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거주지국을 어디에 둘지 여부를 판단한 후, 거주지국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사정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숙지한 후 이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거주자가 되면 어떤 주요 신고납부 의무가 있는지?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재산을 축적한 후 한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체류한 한상(韓商)들이 소득세법상 거주자 판단되어 역외탈세로 추징 및 형사고발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처럼 거주자가 되면 여러 신고납부 의무가 부여된다.

 먼저 소득세 및 상속 · 증여세 신고납부 의무가 있다. 소득세법상 거주자가 되면 전 세계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으므로, 국내에서 얻은 소득은 물론 미국에서 얻은 근로 ·이자 · 배당 · 임대 · 양도소득 등 소득세법에서 열거된 모든 소득을 합하여 매 과세연도의 다음 연도의 5월말까지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여야 한다. 또한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그가 보유한 전 세계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 납세의무가 있고, 비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증여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 세계 재산에 대하여 수증자 또는 증여자가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다.

 다음으로 해외계좌 신고의무가 있다. 신고대상 연도 종료일 현재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되고, 신고대상 연도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5억 원을 초과하면 다음 연도의 6월 말까지 신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2021년 하반기에 해외이주하였더라도 2021년 말 거소기준에 따른 거주자에 해당되고 해외이주하면서 11. 30. 현재 주택 구입목적으로 송금된 10억 원의 해외계좌 잔고가 있었다면 신고의무가 있다. 이러한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 금액의 20% 한도 내에서 최대 20억 원을 상한으로 과태료 처분하고,  만일 그 위반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면 과태료 대신에 신고의무 불이행자 명단공개 및 2년 이하의 징역형과 위반금액의 13% 이상 20% 이하의 벌금형이 병과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3조, 제54조, 제62조).

 마지막으로 해외직접투자 및 해외부동산 신고의무가 있다. 외국법인 주식 취득 등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8호 및 제19호에 따른 해외직접투자나 해외부동산 취득 등의 경우 그 투자한 과세연도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그 명세를 제출하여야 한다. 해외부동산의 취득가액이 2억 원 이상이라면 취득 · 투자운용(임대) · 처분 및 과세기간 종료일 현재 보유현황을 제출하여야 하고, 취득가액이 2억 원 미만으로서 그 처분가액이 2억 원 이상인 경우는 그 처분명세를 제출하여야 하고 그 취득자금출처에 대하여도 소명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 시 취득 등의 미신고금액에 대하여 1억 원 이내의, 자금출처 미소명 금액의 20%에 상당하는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63조).

 따라서 세법상 거주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판단한 후, 그들이 소유 · 운용한 재산 및 소득에 대하여 외국 및 한국 내에서의 신고납부 범위를 자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영민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