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발로 뛰는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전수연 변호사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7년 차 변호사 전수연입니다.


Q. 공익법센터 어필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어필이라는 이름은, 영어로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의 각 앞 글자 APIL을 따온 것이에요. 풀어보자면 ‘공익법을 위한 옹호자들, 변호사들’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변호사를 뜻하는 단어로 ‘lawyer’나 ‘attorney’와 같은 통상적 단어들이 많은데, 굳이 ‘Advocates’를 쓴 이유는 그 단어의 어원 때문이에요.

 ‘ad’는 ‘누군가의 옆에서’, ‘vocare’는 ‘목소리를 내다’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 나라 국민보다는, 외국인의 경우에 그 사회적 지위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외국인들 중에서도 한층 더 지위가 취약한,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성착취, 노동착취 목적 등의)인신매매 피해자들, 그리고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한 외국인들을 돕고 있습니다.


Q. 공익법센터 어필은 처음에 어떻게 해서 결성되게 된 단체인가요?

 저희 파운더인 김종철 변호사님이 사법연수원 시절에 난민 NGO인 ‘피난처’에서 자원활동가 일을 하면서 한국사회에 들어와있는 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후원을 통해 유지되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으셨던 당시에, 두 명의 동료변호사가 씨드머니를 주며 지원해주어서 용기를 받아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어필이 하는 일과 바라는 바에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며 지금의 단체가 되었어요. 현재 변호사 3명, 미국변호사 1명, 행정팀장 1명이 일하고 있고, 주요 업무 분야는 난민, 구금된 이주민, 인신매매피해자에 대한 지원,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사안입니다. 저희들의 목소리를 위해 정부 지원은 받지 않고 있고, 대부분 시민들의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공익변호사로서 활동하고 계신데, 소신이나 신념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은 어떻게 해서 공익법센터에서 일하시게 되었나요?

 대학 졸업 이후에 사회구조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조로부터 배제되어 차별 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고요. 

 처음부터 변호사가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직업을 갖게 되면 이처럼 사회구조에서 배제당하거나 차별당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거나, 사회구조 자체가 인간이 인간됨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경우 이를 개선하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로스쿨 때에도 이런 생각들이 이어져 교내 인권법학회 활동을 하며 인근 다문화센터에 나가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법률교육 봉사를 하거나 상담활동 등을 진행하곤 하였고, 방학 때에는 공익변호사의 삶이 궁금하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변호사 실무연수를 받았어요. 실무수습기간이 2주밖에는 안 되었지만, 그 당시에 여러 변호사님들의 생활하시는 모습, 또 일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생기와 활기를 느꼈어요. 저 또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매우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배우고 느끼는 바가 컸고, 이는 제가 공익전담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확실하게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알게 된 어필에서는 난민, 체류기한이 만료된 외국인, 구금된 이주민 등 이주민 중에서도 더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저도 어필의 업무와 활동방향성에 뜻을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운 좋게도 어필에서 변호사실무연수를 마친 후 현재까지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어필에 계시는 변호사님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난민신청 절차에 따른 신청이나 이의신청 및 소송을 지원하는데, 일단 한국에 들어온 난민이 여러 경로로 소개받아 어필에 연락을 주시면, 저희가 그분들을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국제 난민 협약에 따른 국내 난민법에 따라 난민 협약상 사유인 정치, 종교 등으로 인해서 박해를 받아야 합니다.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하지만, 거의 인정되기가 어렵고, 직접증거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소송으로 가면 더 인정이 어렵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지원 등의 법률 활동뿐 아니라,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한 경우 입법운동 및 인식제고 활동을 함께 합니다. 또한 종종 저희에게 난민이나 이주민에 관한 강의를 요청해주시는 학교나 단체에 찾아가 강의하며 교육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Q. 주로 이주민이나 외국인 관련 업무를 많이 하시는데, 외국어도 잘하시는지요?

 영어는 기본적인 수준 정도로만 하지만, 저희에게 찾아오시는 난민분 중 영어를 아예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랍어나 불어만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죠. 그래서 아랍어 전문 인턴을 모집하거나, 혹은 자원봉사자님들 중에 소통가능한 분이 계시면 관련 언어의 통번역을 부탁드리기도 합니다.


Q.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으시겠지만, 하셨던 일 중에 특별히 더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신지요?

 사실 좋은 일보다는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일이 더 기억에 남는데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기도 하고요.

 저는 현재 난민소송 이외에도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피해여성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래, 공연을 하는 줄 알고 근로계약서를 정상적으로 작성한 뒤 한국에 온 여성들에게 업주가 유사성행위나 성매매를 강요해요. 여성들이 ‘하기 싫다’라고 하면 ‘너 처녀도 아니잖아! 너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어? 돈 받기 싫으냐?’면서 폭행과 폭언이 시작되는 거죠. ‘도망가면 너희만 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필리핀으로 강제출국 당한다’고 늘 세뇌당하다 보니 여성들이 도망가지도 못하고요.

 안타까운 것은, 이 여성들은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성매매 관련 법 위반 피의자 신분이 됩니다.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요. 그리고 업주로부터 성매매나 유사성행위를 강요를 당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업주는 무혐의 처분이 나오고, 여성들은 기소유예처분을 받아요. 피해자가 피해자로 식별되지 못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지요.

 이후에 강제퇴거명령취소 소송이나,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으나, 여성들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인해 어떤 소송에서든 국가의 잘못은 인정되지 않았어요. 이 여성들이 업소에서 도망쳐 나온 것이 2015년경이었는데, 2019년 말에 또 같은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도망쳐 나왔어요. 지금은 그 여성들에 대한 사건을 진행하고 있고요. 그런데 또다시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형법상 인신매매죄, 성매매처벌법상의 알선, 강요 등 죄에 대한 혐의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업주가 더욱 현명(?)해져서, 본인이 아닌 기존에 일하던 여성들을 통해서 업무지시를 해왔던 것이었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으니, 같은 피해를 입는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형법상 인신매매죄는 국제기준과는 달리 실력적 지배 등을 요건으로 하면서 매우 엄격히 적용되고 있어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기소나 처벌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4월에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로 인신매매방지법이 제정되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 법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기존 법률에 의하고 있어 결국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입니다. 또한 인신매매방지법에는 여성가족부장관이 피해자 식별을 위한 지표를 개발하여 그것을 고시하고 활용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제13조)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현재 여성가족부 존폐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하위법령의 부재 등의 문제점을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된 식별지표가 개발되고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입니다.


 Q. 어필이 하는 일이 보편적 인권에서부터 출발하는 일들로 보이는데, 관련해서 정치적이나 제도적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최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이민청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까지의 출입국외국인정책은 출입국관리법의 목적과 같이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적 시각보다는 통제에 중점을 둔 데에 반해, 이민청 설립을 전제한 이민정책은 단순한 단속의 관점보다는 인구, 노동, 인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 대계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인데요.

 한국 사회는 이미 제조업, 농수산업 등의 분야에서 이민자에게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아닌 혐오담론과 명백한 위계서열을 만들어 차별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전문기술이나 재력을 가진 서구권 · 백인이민자를 이주노동자나 난민과 비교해보면 영주나 귀화요건에 있어서도 명백한 차별이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주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하면 이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존감을 지키며 차별 없이 살아가게 할 것인가,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더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난민은 본국 정부로부터의 박해로 인해 본국에 돌아갈 수가 없는 자들인데, 이들에 대하여는 사회통합적 관점에서의 처우가 미비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난민은 일반 외국인보다 본국에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있으므로, 이민정책 검토 시 보다 세밀한 지점들이 고려되어야 하겠습니다.


Q. 일하시면서 애로사항이나 단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돕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 난민분들이 저희 속을 잘 모르시고, 변호사들이 자기들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냐고 불만을 토로하시기도 하는데, 그때 조금 괴롭습니다(웃음).


Q. 공익변호사가 되려고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변호사님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공익변호사의 길에 대해 대의나 당위적 차원에서는 접근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본인에게 구체적인 추동력이 없는 경우에는,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을 한다해도 빠르게 지칠 수 있고, 결국 본인에게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고민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저희와 같이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도 있지만 대형로펌에서 설립한 공익변호사단체도 있고, 꼭 이런 단체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프로보노로 본인의 여건이 되는 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난민지원과 관련해서는 대한변협에서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을 조직하여 실제 몇 단체들의 사건을 리퍼받아 소송을 수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학생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하고 싶은 단체가 있다면, 꼭 인턴이나 실무수습 기회를 통해서라도 직접 일도 같이 해보시고 그 단체를 경험하는 기회를 가져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보는 단체의 분위기나 방향성과 실질적 업무에 대한 본인의 체감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이나 공익변호사로서의 고충 등을 실제로 감안하고서도 일을 재밌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Q. 변호사님 및 어필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모님은 제가 처음에 이 일을 한다고 할 때 달가워하지 않으셨지만, 지금은 굉장히 지지해 주고 계셔서 상당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지침이나 제도들과 출입국이나 정부 부처의 관행들에 무기력해졌던 때가 있었어요.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는 더디지만, 기적처럼 일어나고 있는 몇 건의 소송이나 사건들을 보면서 인내를 배워가는 것 같아요.

 불합리한 제도를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함께 열심히 일해서 조금이라도 평화로운 세상에 기여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고정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