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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부동산 처분행위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에 대한 법적쟁점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54891 판결

사실 관계

1) 원고 “J건설 주식회사”(이하 ‘원고’)는 2010. 3. 29. “주식회사 U개발”(이하 ‘U개발’)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귀동 494 외 8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에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의 오피스텔(이하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 중 기존 시설물 철거공사, 토목공사, 골조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계약금액 19,250,000,000원, 공사 기간 실착공일로부터 17개월로 정한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2. 7. 13. 이 사건 공사의 건축감리원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되었음을 확인받고, 2012. 7. 16. U개발에 위 확인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였다. 원고는 2013. 3. 28. U개발과 잔여 공사대금에 관한 일부 지급 합의 및 나머지 공사대금의 처리 등과 관련하여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위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2013. 5. 14. U개발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5. 12. 11.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한편 U개발은 2012. 12. 28. 아시아신탁 주식회사(이하 ‘아시아신탁’)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사건 토지 및 위 지상에 신축될 건물에 관하여 분양관리 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신탁계약에 의하면 ‘U개발’이 위탁자 겸 수익자, ‘아시아신탁’이 수탁자, ‘김◯◯ 외 2인’이 공동 제1순위 우선수익자, ‘원고’가 제2순위 우선수익자로 지정되어 있었고, U개발은 2012. 12. 28.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토지 및 위 지상에 신축될 건물에 대하여 아시아신탁 명의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

3) 그리고 이 사건의 피고들은 U개발과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각 공정별로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완료하였다. 하지만 피고들은 U개발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2013. 3. 13. 채무자를 ‘U개발’, 제3채무자를 ‘아시아신탁’으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의 가압류를 구하는 채권가압류 신청을 하였고, 2013. 4. 2. 위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았다.


판결 요지

 U개발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행위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은 U개발의 사해행위를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반면에, 제2심 법원은 U개발의 사해행위를 부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제1심 법원은 위탁자(U개발)와 피고(매수자)들 간의 매매계약 체결시점을 사해성 판단의 시기로 보았지만, 채무자인 U개발의 적극재산을 평가함에 있어서 특별한 언급 없이 위 분양관리 신탁계약에서 정한 수익권이 아닌 신탁계약의 일부해지를 통해 귀속 받은 신탁부동산을 적극재산으로 파악하였고 이를 근거로 사해행위를 인정하였다. 반면 제2심 법원은 원고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를 위탁자(U개발)와 피고(매수자)들 간의 매매계약으로 보아 위 매매계약에 대한 취소를 청구취지로 구한 이상 매매계약 체결 시점을 사해성 판단의 시기로 보았고, 매매계약 체결시점에 채무자인 U개발의 적극재산을 위 분양관리 신탁계약에서 정한 수익권으로 파악하여 해당 수익권이 적극재산으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결을 변경한 제2심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U개발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아시아신탁의 협조 아래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피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 과정에서 U개발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U개발 앞으로 귀속시키거나 피고들에게 처분하는 데 대하여 원고를 포함한 우선수익자들 전원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고 당시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U개발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실질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없어 채권의 공동담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나 이 사건 각 부동산이 U개발의 적극재산에 포함될 수 없다. 이는 이 사건 매매계약 후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하여 U개발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한다. 위 소유권 이전은 원고를 포함한 선순위 권리자들의 수익권을 침해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실질적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적법한 처분 등을 통하여 선순위 권리자들에게 분배되어야 할 수익권 상당의 가치가 위법하게 이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원심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U개발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나 이 사건 각 부동산이 U개발의 책임재산에 포함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사해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해행위에서 책임재산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위탁자가 담보 신탁된 부동산을 당초 예정된 신탁계약의 종료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우선수익자 및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신탁계약상의 수익권을 소멸하게 하고, 그로써 위탁자의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게 되거나 채무초과상태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면 이러한 위탁자의 처분행위는 위탁자의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처분 당시 위탁자가 가지고 있는 담보신탁계약상의 수익권이 적극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면 위탁자가 위와 같이 신탁되어 있던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신탁계약을 종료하고 부동산을 환수하여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어도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위탁자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분양관리 신탁을 해 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수익권의 가치는 장차 신탁이 종료되었을 때 예상되는 신탁재산 가액에서 소요비용과 신탁보수 등을 공제하고 거기에서 다시 우선수익자들에 대한 채무를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을 사해행위 당시의 현가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평가하여야 하고, 단순히 사해행위 당시의 신탁재산의 시가를 기초로 그 가치를 평가해서는 아니 된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신탁재산으로 남아 있던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가액보다 이 사건 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의 채권액이 훨씬 더 크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탁계약상 U개발의 후순위 수익권은 적극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사해행위 여부나 책임재산의 평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판례 평석

 이 사건에서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의 동의 내지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수탁자의 협조만으로 신탁계약의 중도 일부해지를 통하여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위탁자가 이전받아 매수인에게 순차로 이전한 상황에 대하여 위탁자 또는 수탁자의 신탁계약 위반 또는 신탁법 위반의 문제는 논외로 판단하여야 하는 문제이며, 단순히 이러한 위탁자의 신탁부동산 처분행위가 민법상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과 판결내용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법원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한 걸음 더 진일보하여 위탁자가 신탁계약에 따라 보유하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점 또한 고무적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원고가 위탁자의 신탁부동산 처분행위를 위탁자의 사해행위로 판단하여 주장하기보다는 위탁자와 수탁자의 신탁계약 위반의 문제로 접근하여 수탁자에 대한 원상회복의무(신탁법제43조)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현행 신탁법은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거나(신탁법 제43조 제1항 본문)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신탁재산의 변경이 생긴 경우(신탁법 제43조 제2항)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대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원상회복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그 밖에 원상회복이 적절하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신탁법 제43조 제1항 단서). 게다가 현행 신탁법은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탁자가 신탁법 제33조부터 제37조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수탁자는 그로 인하여 수탁자나 제3자가 얻은 이득 전부를 신탁재산에 반환하여야 하는 이익반환책임 규정을 신설하였기 때문이다(신탁법 제43조 제3항). 이러한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 규정의 취지는 수탁자의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였지만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상태를 무한정 방치하는 것은 신탁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 권리자인 수익자와 신탁의 존속 및 신탁재산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위탁자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신탁법은 신탁재산의 회복을 위하여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탁법상 신탁위반 법률행위의 취소(신탁법 제75조)나 수탁자에 대한 유지청구권(신탁법 제77조)도 함께 병행하여 청구하였다면 원고로서는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상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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