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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증인40년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약함과 참됨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법관으로 30여 년, 변호사로 10년 가까이 지낸 저자가 10여 년 전에 펴냈던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라는 책의 개정 증보판이다. 내가 2008년 사법연수원 2년 차 시절 진로 고민이 심할 때,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이셨던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저자는 고민이 많던 나에게 ‘정 시보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 매일매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산다면, 어떤 분야나 어떤 선택을 하든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쾌한 답을 주셨다. 저자의 진심 어린 조언이 불안했던 나를 변화시켰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좀 내려놓고, 매일의 삶에 집중하였다. 그 후 저자의 글이나 책이 나오면 관심이 있게 보았고,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와 지혜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 책도 10여 년 전에 보았지만, 다시 읽어도 새로운 감동이 있었기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들께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이 책은 재판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하에 ‘마음, 관계, 눈물, 성장’이라는 4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마음 - 우리 속의 신비한 심연’장은 ‘두 개의 돌’이라는 제목의 글로 시작한다. 두 개의 돌은 ‘나는 세상의 당당한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하찮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두 개의 돌을 번갈아 잡으며 당당하면서도 자유롭게 살라는 것이다. 두 개의 돌을 오른손, 왼손에 들고, 균형을 맞추며 사는 삶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였다. 그리고 저자는 ‘단단한 행복’ 글에서 소확행이라는 말에 약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하면서, 이에 반하는 ‘단단한 행복’을 제시한다. 크든 작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한 뒤에 느끼는 보람이나 뿌듯함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행복은 즐거운 것만을 추구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받아들일 때 오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단단한 행복을 찾는 의지를 다져본다.

 두 번째 ‘관계 - 나를 넘어서, 마음을 다하여’ 장은 가족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장이다.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가족과 나누는 눈빛과 웃음소리를 진정 즐기고, 자녀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부모가 반드시 그 뒤에 한 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리고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는 ‘왜 죽음이 있는 것일까? 삶에 목적이 있는가? 사랑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이 삶을 깊은 곳으로 향하게 만들고, 남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된다고 한다.

 세 번째 ‘눈물 -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 장에서 저자는 형사재판을 통해 본 인간에 관해서 말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양면성이 있고, 인간은 매우 연약한 존재이며, 인간은 방향을 결정하여 과정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아주 약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법정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들을 잠시라도 붙잡아서 그들이 향하는 방향에서 돌려세워 나와 같은 방향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내 일에 임한다는 저자의 사명의식에 공감하고, 나도 변호사로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마지막 ‘성장 - 진실과 갈등의 깊은 숲을 지나’ 장에서는 형사사건의 피해자나 유족들을 통해서 삶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자 표제인 ‘잊을 수 없는 증인’에 등장하는 사례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문방구를 운영했던 부부는 슬하에 딸 둘을 낳아 어렵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남편이 신부전증에 걸리고, 척수염을 갖고 있던 아내도 증세가 심해졌다. 아내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기술 학원에 다니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으나, 남편은 그 반대였다. 남편이 두 딸과 함께 독극물을 마셨다. 두 딸은 절명했지만, 남편은 간신히 살았다. 딸들이 자신처럼 비참한 삶을 살 바에야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낫겠다는 남편의 판단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딸들을 삶의 전부라고 여겼던 아내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재판부에 ‘정당한’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남편에게 가벼운 형을 주어 한 번이라도 사람답게 살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배려해서 내린 선택이었음을 생각해서 나온 행동이었다. 저자는 여태까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이라는 존재 안에는 한편으로 연약함이 있는 동시에 회복력이 있다. 이 약함과 회복력 사이에 계속 씨름을 해나가는 것이 인간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부과된 삶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는 사람에게는 하늘로부터 길이 열리는 법이라고 한다. 일터에서, 또 가정에서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조언을 기억하면서 우리에게 부과된 삶의 짐을 감사히 짊어지고 그 안에서 성장하길 희망한다.

정희선 변호사
●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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