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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기억하고 있습니까

 1년 차 변호사 시절, 같은 사무실의 선배변호사님과 함께 법정에서 돌아올 때였습니다.

“○○○ 변호사님! 연차가 쌓이니까 매번 반복되는 소송에 열정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변호사님은 아직 초년 차니까 열심히 하세요.”

 기억의 한계로 인해, 선배변호사님의 정확한 말은 아니었을 테지만, 적어도 그런 취지로 기억되곤 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도 9년 차를 지나면서 그 선배변호사님의 말을 부정하기 어려운 하루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2015년 봄, 2년 차 변호사로서 일조권 소송을 처음 맡게 되었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님은 일조권 소송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던 분이셨고, 그래서인지 소장에서부터 일조권에 대한 논문을 인용한 듯한 모습으로 그 기세를 펼쳤습니다. 반면에 저는 일조권에 대해서 언론을 통해서만 접해보았을 뿐 일조권 소송에 대한 고민을 해본 바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일조권에 대한 판례(특히 대법원의 판결)를 통해서 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법리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일조권에 대한 법리를 접하였고, 일조권의 소위 수인한도론에 대한 법리(예컨대 ‘토지의 소유자 등이 종전부터 향유하던 일조이익이 객관적인 생활이익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그 인근에서 건물이나 구조물 등이 신축됨으로 인하여 햇빛이 차단되어 생기는 그늘, 즉 일영이 증가함으로써 해당 토지에서 종래 향유하던 일조량이 감소하는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그 일조방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자의 수인한도를 넘게 되면 그 건축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 -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13107 판결 등 참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일조권의 수인한도에서 고려하는 제반 사정, 즉 ‘일조방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는가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하급심 판례를 통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그에 대한 위 법리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도 저는 그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였고, 아마 다른 변호사님들도 그러한 길을 선택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 즉 대법원 판결을 통한 기본적인 법리의 검토 및 하급심 판결을 통한 구체적인 사안의 적용례의 검토는, 필수적인 방법일 수는 있을지언정 충분한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판례에서는 그것이 대법원이든 하급심이든지 간에, 판결문에 적시된 법리를 누구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 후, 이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판례를 통한 공부만으로는, 그 법리가 어떠한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며, 구체적인 사안마다 어떠한 방법으로 적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일조권의 경우, 저는 처음으로 접하는 법리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을 짚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경우에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해당 쟁점(저의 경우에는 일조권)에 대한 문헌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출간된 도서 형태의 문헌(일조권의 경우에는 환경법에 포함되므로, 환경법 교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일 수도 있으며, 관련된 논문들(저의 경우에는 현직에 계시던 판사님들이 작성하신 논문이 실무를 중심으로 하여 판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 과장을 덧붙여서, 그 당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일조권 관련 논문은 모두 찾아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논문을 기본적인 교재로 삼아 판례를 공부해보니, 일조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부터 그와 관련된 판례의 태도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상대방 변호사님이 작성하신 소장의 내용이 이해가 되었으며, 그에 대해서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비판적인 부분을 찾아낼 수가 있었습니다. 2015년 봄에 시작된 일조권 소송은 중간에 공사금지가처분 결정이 나오는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2016년 여름에 조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사건의 사안 자체는 피고였던 저의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경우였고, 처음으로 일조권 소송을 담당했던 저로서는 그 이상의 최선을 다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소송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결론이 나오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첫 일조권 소송을 담당하면서 일조권에 관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부끄럽지 않은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그 이후의 다른 일조권 소송에서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저에게 그때와 같은 열정이 남아있냐고 물어본다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득문득 소송 업무의 지겨움에 허우적거릴 때마다 그 당시의 열정을 생각하곤 합니다. 적어도 변호사로서 어떻게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지를 직접 경험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상천 변호사
● 법무법인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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