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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 태평양 노미은 변호사 인터뷰

Q. 회보 인기 코너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하고, 2002년에 바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IPO, M&A 분야 업무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주로 하시는 업무를 설명 부탁드립니다.

 금융 그룹에 소속되어 있지만, 기업 자문 업무와 자본시장 쪽 업무를 함께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최신 산업(핀테크나 OTT) 업무 관련 일들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처음 법조인 되셨을 때 어떤 생각과 마음이셨습니까?

 어릴 때는 법조인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제가 93학번인데 대학 졸업을 하고 IMF가 터졌어요.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2년 반 정도 주변 연락을 끊고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했어요. 한번 선택하면 자기를 믿고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제 모토입니다. 직관적으로 선택하는 성향이라 생각이 복잡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Q. 2002년 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법조인으로 첫발을 내딛으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검찰은 너무 다이내믹해서 저와 맞지 않고, 법관 생활이 연수원에서 공부한 것에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법원을 가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같고요. 사실 로펌에 대한 인식 자체도 그렇게 깊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선배님들이 오시니까 뭔가 특별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신 파트너분이 태평양의 리크루팅 담당변호사님이었는데 영어도 굉장히 잘하시고, 매너도 세련되고 너무 멋져 보였거든요. 제가 고민을 오래 하지 않는 성향이라 동기 중 1호로 태평양에 컨펌했어요. 저희 회사는 당시 100명이 안 되었는데, 신입변호사를 12명 뽑았습니다. 엄청난 회사죠.

 최근 경력 법관 면접에 외부위원으로 들어가면서 느꼈는데, 법원은 공정성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조직 내 사람들이나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법원에서 요구하는 성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제가 법원에 대한 경험치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20년 간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이런 성향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변호사 일이 좋고 재미있습니다.

Q. 태평양에서만 20년을 계셨습니다. 한 회사에서 20년 재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질문을 받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후배들과 이야기할 때 ‘나 이제 20년이나 됐어’라고 가볍게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연수원 동기들을 만나면 ‘너 아직도 태평양에 있냐?’라는 농담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로펌이 조금 ‘Tough’한 환경에 있다 보니까 여자 변호사가 20년 이상 있다고 하면 오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지요. 뭐가 좋아서 이 회사에 이리 오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결국 답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았고, 그 사람들이 만든 문화가 저에게 잘 맞았어요. 그리고 저는 고객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변호사에게 고객은 중요한 존재 이유입니다. 태평양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저에게 매우 큰 의미였고, 그게 좋아서 20년 동안이나 있게 된 것같습니다(웃음).

Q. 국내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거래를 최초로 자문하셨습니다.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해외 상장업무가 굉장히 이례적이고 특수한 업무였어요. 당시 구 증권거래법이 자본시장법으로 통합 제정되면서 해외에서 GDR 발행을 하면 국내에서도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어요. 그 절차를 저희가 거의 만들다시피 해서 정말 힘들었는데, 굉장히 보람이 있고 기억에 남았나 봐요. 예전에 한 인터뷰를 다시 보니 엄청나게 강조했더라고요(웃음).

 지금 와서 생각하면 특정 업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신, 몇몇 고객사에 15년 이상 자문하며 함께 성장한 것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일종의 프라이드죠. 저는 자문한 회사의 제품이나 상품을 많이 사용해요. 소소한 애정 표현입니다.

Q. 시니어에게 사랑받는 주니어가 되는 노하우를 부탁드립니다.

 긍정과 신념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먼저, 저는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비단 변호사 일이 아니더라도 직장생활도, 가정생활 모두 힘들잖아요. 저도 주니어 때 정말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하고 힘든 것은 ‘Default’인데,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뀝니다. 즐겁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의 차이는 순간적으로는 아주 작지만,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다음으로, 신념이 중요합니다. 사실 후배들이 다들 열심히 해요. 입사까지 거쳐온 과정들을 보면 너무너무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배가 말하는 방향으로 너무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호사는 자기의 생각이 명확히 있고, 자기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적인 부분이건 개인적인 부분이건, 선배들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입니다. 사건 자료를 더 많이 본 후배 본인의 생각이 명확해야 합니다. 견해가 다를 때, 후배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하면, 그 순간은 수긍할지 모르지만, 결국 그 후배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일을 열심히 해야죠. 기록이나 기본 자료는 내가 선배들보다 더 많이 봤고 사실관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로펌도 그렇고 다른 조직에서도 그렇고 변호사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파트너/시니어로 승급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보는 것 중 하나가 독자적인 판단 능력입니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변호사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부분이죠.

- 자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기 의견은 반드시 전달해야 하며, 전달 방식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 선배들의 눈치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내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스킬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메일로 말씀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분이 있고,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맞춤형이 되어야 합니다.

Q. 미국 유학 시절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유학 시절의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유학 시절이 너무 좋았고, 얻은 것이 많습니다. 1년 정도 Georgetown University에서 Securities LL. M.이라는 금융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고, 6개월간 파견근무로 홍콩 Linklaters에서 있었습니다. 미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이 열정적이어서 느끼는 바가 많았지요. 당시 홍콩 변호사들이 블랙베리를 들고 하루종일 일하는데, 저에게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주니어일 때까지만 해도 변호사가 고객에게 개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그때 너무나 명확하게 ‘고객이 변호사의 존재 이유구나.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일을 하는 것이고,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홍콩 Linklaters는 영국 로펌이다 보니 도제식으로 고참 선배와 저년차 주니어가 교육 목적으로 같은 방을 씁니다. 저는 파견을 온 것이다 보니, 홍콩이나 상하이 같이 다른 곳에서 잠시 들르는 파트너들과 잠깐씩 같은 방을 썼어요. 한 번은 중국 파트너가 왔습니다. 능력이 뛰어나서 일찍 파트너가 된 분이셨어요. 방에서 영어로 컨퍼런스 콜을 계속 하시는데 영어를 아주 잘하지는 못하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영어가 핸디캡이라고 생각하고,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영어 실력 자체는 부족해도 자신감 있게 업무를 하니까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는 거예요. 영국 파트너들이 중국과 조금만 관련 있는 이슈가 생기면 다 와서 물어보고요. 결국, ‘변호사가 국제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언어는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죠. 그때 경험을 계기로 저도 국제적인 업무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Q. Chambers / IFLR에서 Leading Individual로 선정되셨습니다.

 해외 로펌이나 해외 업무를 하게 될 때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이지만, 사실 국내에서 업무를 하는 데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고객사나 기관들에서 열심히 했다고 선정해 주시는 것이니까 의미가 있고, 굉장히 감사하지요.

Q. 변호사가 아닌 인간 노미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진심인 사람을 추구합니다. 동료, 고객, 제가 만나는 누구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업무적이건 개인적이건 투명한 관계가 좋아요. 업무적으로 종종 스킬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변호사가 꼭 딱딱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만난 지인들이 ‘정말 변호사 일 하는 거 맞아?’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웃음). 변호사가 아닌 인간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진정성 있는 좋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Q. 요즘 유행하는 MBTI 테스트 해 보셨는지요?

 당연히 해봤습니다. 저는 ESTJ, 사교적인 외교관 유형입니다. 요즘 MBTI 모르면 고객들이랑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MBTI를 모르는 선배님들께 제가 해 보시라고 권하는데, 대부분 결과와 성격이 맞더라고요. 회사 후배들은 변호사들 방 명판 아래에 MBTI를 붙여두면 좋겠다고 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Q. 취미가 있으신지요?

 스토리를 좋아해서,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하나 꼽으신다면 어디인가요?

 연수원 시절 시험을 다 마치고 겨울에 동기 2명과 유럽 배낭여행을 갔어요. 회사 들어오기 전이죠. 처음 간 도시가 파리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월이었고, 지도를 보며 다니던 시절입니다. 열정이 넘쳐서 몽마르트 언덕에서 에펠탑까지 걸어서 갔어요. 고생을 많이 했지만, 처음 해외여행을 간 것이니 정말 신기했죠. 회사 내 절친의 자녀가 올해 고3인데, 아이가 대학교 가면 내년에 입사 20주년 파리 여행을 가자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아이인 것 같아요.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다가, 제가 책임져야하는 존재가 생기니까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변호사로서의 삶에 국한하면 우리 회사 변호사님들이고요.

Q. 지금까지 어떠한 좌우명 혹은 가치관으로 살아오셨나요?

 진실되게 살자.

Q. 변호사님께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고객사를 장기간 자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우리 노미은 변호사님이 제일 잘해주실 거야’라면서 사건을 맡겨 주시거나, 좋은 피드백을 주시고, 저를 다시 찾아주실 때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사람의 욕구 중에 인정욕구가 굉장히 크다고 하더라고요. 자문변호사로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고객들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하면 희열에 가까운 뿌듯함을 느끼죠.

Q. 변호사님께서 앞으로 꼭 이루고자 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친절하고 다정한 것을 좋아하고, 추구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까칠했던 것 같아요. 주니어 시절에는 여자 변호사들도 많지 않고 기에 눌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니까 부드러움과 여유를 이길 수 없더라고요. 한 인간으로서 좌충우돌 성장하며 경험으로 느끼게 된 거죠. 저를 굉장히 날카롭게 기억하시는 상대방 변호사님들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협상이 승패가 아닌, 각자의 니즈를 최대한 손상 없이 충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쪽이 완전히 지고, 다른 쪽이 완전히 이기는 협상은 절대로 좋은 협상이 아닙니다. 서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협상이 좋은 협상입니다. 공동의 선(善)인 거죠.

 살면서 만나게 되는 분들, 고객이든, 후배든, 친구든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사람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라고 떠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를 떠올려 주고, 깊이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은퇴 전에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Q. 다시 태어나신다면, 그때도 법조인이 되실 건가요?

 저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좋아해서, 20살로 돌아가도 다시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좀 더 자유로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Q. 시간 터널을 발견해서 2002년 1년 차 노미은 변호사를 5분 동안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지 궁금합니다.

 긴장하지 말고,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즐겨라.

Q. 마지막으로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2022년의 후배변호사들에 대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도전하고, 실행하며, 경험하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다가올 세대는 변화와 도전이 항상 존재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변호사를 떠나서 개인이 자기 존재의 의미나 행복을 찾으려면 결국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실행에 옮기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인터뷰/정리 : 황귀빈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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