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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응원합니다

 ‘진실에는 온도가 없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자, 법과 질서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 우리 변호사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법전을 꺼내 들고 격앙된 고소인의 성토를, 억울한 피의자의 읍소를, 감정과 사실이 뒤섞인 말들을 담담하게 소화해서 오롯이 법률가의 진실된 언어로 다시 풀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여백을 가득 채운 빼곡한 글자 속에 꼭꼭 숨어있던 유사한 사례나 불현듯 떠오른 단단한 논리들을 담아 낼 때면 뿌듯한 마음에 늦은 밤 퇴근길도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왠지 모를 쾌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고, 애써 산수를 하지 않고도 후배들에게 밥을 살 수 있는 현재에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법을 공부하고, 새로운 제도에 몸을 싣고,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몇 번의 고비를 넘겨 세상에 나왔던 그 시작점을 되돌아보면, 합격증이라는 단출한 무기만으로는 기댈 곳도 없이 초라하고 외로웠고, 그야말로 생살을 부딪치는 실패와 시행착오들을 반복하며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내 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변호사시장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었고, 로스쿨제도가 시행되었고, 같으면서도 다른 우리 변호사들은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간들을 겪어왔습니다. 열에 하나도 되지 않았던 생채기 가득한 로스쿨 세대의 시작부터, 더 이상 숫자의 비교가 의미 없어진 지금의 변호사시장까지, 우리의 10년은 우리 모두가 변호사라는 집단 속에서 더 성숙하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지금의 우리 변호사들은 법정이 아닌 회사나 정부, 공공기관, 협회, 언론사, 대학교까지 다양한 장소와 직역에서 활동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법률전문가로서의 역할은 무궁무진하고 많은 분야에서 변호사의 수요와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가 가져온 변호사의 길은 오랫동안 벽을 쌓아온 법조계 안에서의 생태계를 넘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큰 무대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수년 전 이맘때 번지수도 모르는 채 국회의원실을 들어서던 용기가 없었다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윤활유 같은 GR 업무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회원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금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 수 있는 계기가 있었을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유사직역의 거센 도전으로 어렵고 궁지에 몰릴 때마다 국회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많은 변호사 동료분들이 앞장서서 큰 목소리가 되어주셨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렇게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통해 점점 더 우리의 권리를 찾고 또 스스로를 지키는 법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원 여러분,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많은 변호사님들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늘 고민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회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노력과 기회를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 10.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정책이사 이영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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