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설립하여 해외사업을 영위하거나, 해외 자회사 또는 그 밖의 외국법인들의 업무를 국내에서 대행해 주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거래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세제 외에 기억해 둘 필요 있는 내국법인 세제, 고정사업장 세제 및 특정외국법인 세제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법인세법상 실질적 관리장소 과세문제(내국법인 세제)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은 전 세계 소득에 대하여 납세의무를 부담하며, 외국법인은 국내원천소득에 한하여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2005년 말 법인세법 개정으로 ‘본점이나 주사무소’가 국내에 있는 법인 외에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국내에 있는 법인도 내국법인으로 보고 있다(법인세법 제2조, 제3조). 이를 내국법인 세제라고 한다. 법인세법의 특별법적 지위에 있는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의 조세조약에서도 실질적 관리장소를 기준으로 거주지국을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조약이 없는 국가는 물론 조세조약에 실질적 관리장소를 거주지국의 판정 기준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국가에 소재하는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은 우리나라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에 해당될 수 있다.

 법인세법에서 ‘실질적 관리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는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을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인 ‘실질적 관리장소’란 사업 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관리 및 상업적 결정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장소를 뜻하는데, 법인의 사업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관리 및 상업적 결정이란 법인의 장기적인 경영전략, 기본 정책, 기업재무와 투자, 주요 재산의 관리ㆍ처분, 핵심적인 소득창출 활동 등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법인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어디인지는 이사회 또는 그에 상당하는 의사결정기관의 회의가 통상 개최되는 장소, 최고경영자 및 다른 중요 임원들이 통상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 고위 관리자의 일상적 관리가 수행되는 장소, 회계서류가 일상적으로 기록ㆍ보관되는 장소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두237 판결, 대법원 2016. 1. 14.선고 2014두8896 판결). 실무적으로 볼 때 국내 모회사가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해 놓고 국내에서 사실상 중요한 의사결정 등을 수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해외 자회사를 내국법인으로 보아 전 세계 소득에 대한 법인세 및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형사고발될 수 있다.

 2010년 이후 해외에서 부를 일군 한상(韓商)들이 종종 국내 거주자로 판단되어 거액의 세금이 추징되고 형사고발된 사례가 다수 있었는데,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도 내국법인으로 판단되어 거액의 세금이 추징되고 형사고발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올해 5월 암호화폐 ‘루나 사태’와 관련하여 외국법인에 1천억 원대 세금을 추징했다는 언론기사가 있었는데, 실질적 관리장소가 한국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 그 과세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법인세법상 국내사업장 내지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 과세문제(고정사업장 세제)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와 거래를 하는 경우, 해외 자회사의 사업소득은 실질적 관리장소가 국내에 있지 않는 이상 외국법인으로 취급되어 원칙적으로 그의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하여만 납세의무가 있다(법인세법 제93조). 만일 우리나라와 해외 자회사 소재 국가와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특별법적 지위에 있는 조세조약이 우선 적용되어 그 외국법인이 우리나라 내고정사업장을 통하여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한하여 한국 과세당국의 과세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외국법인이 법인세법상 국내사업장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그 외국법인에 국내원천사업소득을 지급하는 자에 대하여 지급금액의 2.2%(지방소득세 포함)에 해당하는 세액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하도록 한다.

 그런데 외국법인이 사업과 관련된 고정된 장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국내 모회사가 국내에서 외국법인을 위하여 외국법인 명의의 계약, 외국법인이 소유하는 자산의 소유권 이전 또는 소유권이나 사용권을 갖는 자산의 사용권 허락을 위한 계약, 외국법인의 용역제공을 위한 계약 중 어느 하나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그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하거나, 국내에서 그 외국법인을 위하여 외국법인 명의 계약 등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면 그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의 종속대리인으로 인정되어 그의 사업장을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으로 보아 과세될 수 있다.

 국내사업장 내지 고정사업장의 쟁점은 1980년부터 우리나라의 국제거래 규모가 적었던 시절에 주로 문제되었다가 이후 이전가격 과세쟁점이 주로 문제되면서 실제 과세 사례가 적었으나 최근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실질적 관리장소와 마찬가지로 법인세 외에 형사고발될 염려가 있는 부가가치세까지 과세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국조법상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간주배당 과세문제(특정외국법인 세제)

 2020년 세법 개정안 중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33을 신설하여 개인유사법인의 초과유보소득을 의제배당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었으나, 미배당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입법은 조세벌과 같은 것으로서 세계 최초라는 등의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입법되지 않았다. 법인단계에서 이미 과세되는데 주주단계에서 미실현 이득을 과세하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입법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국법인의 해외진출이 증가하면서 세금부담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여 법인 단계에서 낮은 세금을 부담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조세회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간주배당제도, 즉, 특정외국법인 세제를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등 다수 국가에 존재한다. 그 요지는 내국인이 출자한 외국법인이 조세피난처에 해당되는 국가에 본점, 주사무소 또는 실질적 관리장소를 두고 있으면 동 외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말 현재 배당가능한 유보소득 중 내국인 주주에게 귀속될 금액을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배당소득세를 신고 ·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7조 내지 제34조).

정영민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