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주주권 행사팀장을 역임하다가 최근 법무법인(유)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 중인 문성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법연수원 38기로 2009년부터 사내변호사로만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후, 2019년 상반기에 변호사 휴업을 하고 전주에 소재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기금운용역으로 변신하였다가, 최근에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복귀하였습니다.

Q. 일찍이 금융 분야에서 업무를 해 오셨는데, 계기나 동기가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네 번 이직하였는데 이직할 당시인 과거의 계기들을 연결해 보면 지금의 제 모습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첫 직장이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법연수원 시절 지도교수님의 추천 덕분이었습니다. 사법연수원 2년 차 하반기에 교수님께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권유해 주셨고, 저도 첫 번째 직장으로 일반 제조업체보다는 금융 분야 사내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하면 향후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의 경험이 대우증권 IB사업부 사내변호사로 이직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IB 업무 경험이 CJ 주식회사로 이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CJ 주식회사에서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경험이 국민연금공단의 수탁자책임실로 이직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금융회사 사내변호사로서 특별히 신경을 쓸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금융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은행업, 보험업, 증권업 등 각 업권별 규제 내용 및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증권업의 경우 규제 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양한 이슈에 대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따라서 법규나 문헌의 해석 중심으로 정태적으로 일하기보다는, 회사의 사업 기회 선점과 위험 관리를 위해 고객인 사업부서의 요구에 신속하게 응대하고 적극적으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동태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국민연금공단에 변호사로서 컴플라이언스가 아닌 운용역으로 지원하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저는 대우증권 시절 IB사업부에서 동태적으로 일하는 경험을 하면서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Deal Sourcing을 하거나 투자 관련 협상을 하는 등 프론트 라인에서 일하는 것이 제 성격과 맞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2018년에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머물러 있던 주주권 행사를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진과 비공개 대화, 주주제안,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금운용역을 대폭 채용하기로 하였는데, 법무부서나 준법지원부서에서 그러한 업무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기금운용역으로서 직접 그러한 실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Q.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나 경험, 보람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때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수탁자책임실로 입사하였기 때문에, 이미 모든 절차나 가이드라인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저는 이에 따라 실무업무만 수행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준비가 미진한 상황이었고 국민연금의 주주활동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사용자단체 추천 위원과 근로자단체 추천 위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률전문가인 제가 수탁자책임실로 입사하게 되자 가치중립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주주활동 관련 내부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되었습니다. 제가 실무자로서 초안을 만든 것으로는 “국내 주식 보유목적 변경 기준”, “국내 주식에 대한 이사회 구성 및 운영 가이드라인” 등이 있는데, 최종 통과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또한, 연간 700여 개의 국내외 상장회사에 대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안을 작성하고, 약 100여 개의 국내 상장회사에 비공개 서한 발송 및 경영진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투자대상기업이 국민연금의 입장을 이해하고 ESG와 관련한 위험에 대해 자발적으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주주권 행사팀장으로 일을 하시면서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무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오셨는지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팀장은 투자대상기업이 볼 때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준정부기관의 팀장급 직원으로서 내부적으로는 상급자, 준법지원부서, 감사부서의 통제를 받고, 외부적으로는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언론이슈 등에 노출되어 있어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자리입니다. 중간관리자로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는 항상 기금의 목적인 “기금의 가입자 및 수익자에게 장기적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만을 생각하였고, 팀원들이 작성한 문서를 검토할 때도 관련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작성된 문서인지 확인이 되면 팀원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습니다.

Q.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논문을 집필하셨는데, 논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박사논문은 실무자의 관점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국내외 이론적 근거를 연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이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사례를 국민연금공단과 비교하여 국민연금의 주인인 기금의 가입자 및 수익자를 위하여 좀 더 잘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파악하여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도출한 것입니다. 박사논문으로서 학문적 깊이는 부족할 수 있으나,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소개한 논문이 기존에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선행논문으로서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Q.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변호사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SG 경영에 대한 변호사의 역할과 관련한 변호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SG 경영은 쉽게 말하면 재무적 지표 위주로 단기적 이윤 추구에만 몰입하지 말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ESG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도 강행법률의 준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이해관계자 간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는 ESG 관련 글로벌 스탠더드나 연성규범까지 이해하면서 사내변호사로서 또는 법률자문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사내변호사가 이러한 생각으로 기업의 경영진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해당 변호사는 법무담당부서의 영역을 넘어 경영기획, 경영지원총괄 등의 업무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될 수 있으며, CEO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시는지요?

 스트레스를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업무에 집중하고 하루를 활력 있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모토가 “Work Hard, Play Harder”입니다. 일할 때 몰입해서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업무를 잊고 더 열심히 놀자는 것입니다.

Q. 금융 분야에서 변호사로 성장하기 위한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지 등 금융 관련 기사를 자주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금융 분야 변호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업무 태도도 중요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서비스 직군이면서 신속한 답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동료를 대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이나 꿈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법무법인(유) 율촌의 신입(?) 변호사로서 로펌 변호사 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웃음). 지금까지는 제가 있었던 곳에서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사내변호사만 10년 넘게 하다가 로펌 변호사로 넘어온 것인데, 저를 좋아해 주는 선후배 사내변호사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