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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을 양도한 계좌명의인의 횡령죄 성립 여부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과 쟁점

 피고인2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1개월에 3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후 자신 명의의 통장, 이와 연결된 체크카드, OTP 카드 1개를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동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교부하였다.

 그럼에도 약속된 300만 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다시 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신의 친구인 피고인1의 통장 및 체크카드 등을 양도하면서 체크카드 1개를 더 만들어 소지하고 있다가 양도한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위 보이스피싱 조직원보다 먼저 돈을 인출하여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돈이 입금되자, 피고인1의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300만 원을 마음대로 인출하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을 ① 위 계좌들의 접근 매체를 양도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피해자에 대한 사기범행을 방조하고, ② 이 사건 사기피해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함으로써 주위적으로는 동 접근 매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재물을, 예비적으로는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고 기소하였다. 이에 대해 1심과 원심은 사기방조와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횡령의 점에 대해서만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9명) :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 성립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 · 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나. 별개의견(4명) : 대포통장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 성립
 본 사안은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접근 매체 양수인까지 존재하는 3자 사이의 관계이고 접근 매체 양수인이 송금 · 이체의 원인과 결과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송금의 경우와 다르다. 반면, 계좌명의인과 접근 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그 계좌에 송금 · 이체된 돈의 보관에 관한 약정이 있으므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면 접근 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다. 반대의견(1명) : 횡령죄 불성립
 위 별개의견과 같은 이유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계좌명의인과 접근 매체 양수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접근 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판례 평석

가. 횡령죄의 성립여부
 양도인은 피해자와 위탁관계에 있지 않고, 횡령행위에 대한 인식이 없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 대포통장 양수인에게 소유권이 이미 귀속된 피해금은 장물에 해당하므로 장물죄의 성부가 문제되나 양도인에게 장물인 점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장물취득죄도 성립할 수 없다.

 양도인과 양수인의 약정을 위탁관계로 본다 하더라도 양도인에게는 통장이 도박범죄에 이용된다는 점에 대한 인식1)과 동 약정을 위반하여 금원을 인출하겠다는 불법영득의사2)가 있었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

나. 방론(放論) 및 여론(餘論)
 만약 양도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사기방조죄가 인정되었다면 양도인과 양수인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의 공범 관계가 성립하므로, 이미 피해자에 대한 사기를 방조한 것으로 평가된 양도인이 이후 피해금을 인출한 행위(후행 인출행위)는 별도의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음이 당연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횡령죄의 성부를 굳이 검토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포통장 양도인을 보이스피싱 사기방조죄로 처벌하는 판결이 지속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이스피싱 범죄가 근절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양도인을 무리하게 사기방조로 처벌하거나 피해자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법률 문언과 기존 법리에 어긋나게 횡령죄로 해석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본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검사의 잘못된 공소를 배척한 원심과 결론을 같이하였어야 타당하고, 최종심인 대법원으로서 양도인에게 성립하는 범죄를 정확히 따져보아 이를 별개의견으로 충분히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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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라서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불법영득의사하의 점유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 보관자의 지위로 볼 수 없다.

 

신성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 대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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