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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점에서 추천해 보는 클래식 명반

좀 더 알아보는 클래식 명반의 세계

 지금까지의 기고에서 필자는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 그리고 즐겁게 들을 만한 여러 가지 유명한 음반(이른바 ‘명반’)을 나열해 보았다. 3회 동안의 기고를 통해 20개가 넘는 명반을 소개해 보았지만, 실제로 클래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들어보아야 할 명반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분은 물론 오랜 동안 많이 들어온 마니아들도 모든 음반을 다 구입할 수는 없는 일이고, 한 번 들어보는 음반과 정말로 소장하게 되는 음반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곡이라도 표준적인 해석 하나만이 아니라 대비되는 새로운 해석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씀드린 바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그간 추천하지 않았던 명반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기로 한다.


누구나 들을 만한 바로크와 고전음악의 명반들

 클래식 평론가들에 따르면, 첼로 음악에 있어 구약 성서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라면 신약 성서에 해당하는 것이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이다. 명곡이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위 두 곡도 명연주자들의 무수히 많은 음반이 나와 있어서 누구의 연주를 들어야 하는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관해서는 낡은 녹음이지만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카잘스의 연주와 새로운 녹음으로 보편적으로 듣게 되는 푸르니에의 연주를 비교한 적이 있다. 애호가들이 위 두 연주 외에 구하고자 하는 음반들이 또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흐가 작곡하던 시대의 원전악기(또는 시대악기) 연주를 해 온 안느 빌스마의 음반 2가지이다. 원전악기의 잠재력을 탐색했다는 1979년 녹음도 유명하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로 연주된 1992년도 녹음은 현재의 첼로로 연주된 음반들과 전혀 다른 맛을 선사한다 (사진 1).

 음악의 아버지가 바흐라면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이라는 수사를 모르실 분은 안 계실 것이다. 바흐 못지않게 헨델도 명곡을 많이 남겼는데, ‘왕궁의 불꽃놀이’와 더불어 가장 사랑받는 곡이 ‘수상음악’이다. 수상음악이 작곡된 유명한 사연에 관해서는 여기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이 곡에 있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역사적 두 명반에 관해서는 언급이 필요할 것 같다. 시대악기가 아니라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음반이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조지 셀의 1961년도 Decca 음반과, 시대악기로 연주하면서도 절도 있고 힘찬 사운드를 들려주는 존 엘리엇 가드너의 1983년도 Philips 음반이 있는데 이 중 후자를 더 추천드리고 싶다(사진 2).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꼽힌다는 비발디의 〈사계〉에 관해서도 수많은 연주자가 연주한 명반들이 있다. 표준적 해석과 혁명적 해석의 명반 구분이 가능한 대표적인 곡이 사계인데,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들어온 표준적인 명연은 이 무지치가 펠릭스 아요와 같이 연주한 Philips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해석을 하여 유명해진 음악가가 파비오 비온디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에우로파 갈란데와 함께 내놓은 1991년도 Opus 111 음반이 또 하나의 명연으로 손꼽힌다(사진3). 그 외에 표준적 해석과 혁명적 해석의 명반 구분이 가능한 대표적인 곡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관해서는 이미 글렌 굴드의 표준적 해석과 피에르 앙타이의 새로운 해석에 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명곡의 숫자와 장르로 비추어 본다면, 그 최고의 작곡가는 기악 외에 성악까지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많은 곡을 작곡한 모차르트라 할 수 있다. 하이든이 그보다 많은 교향곡을 작곡하였고 베토벤이 기악에서 더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등의 관악은 물론 수많은 오페라 등 성악까지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수의 명곡을 남겨준 작곡가는 모차르트뿐이 아닐까 싶다. 아직 소개하지 않은 모차르트의 곡 중에 너무나 유명한 곡이 있는데,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그것이다. 위 영화에 나오는 그 음악을 연주한 피아니스트가 게자 안다이고, 음반 표지에 등장하는 모자를 쓰고 있는 여성이 〈엘비라 마디간〉의 여주인공 피아 데게르마크다(사진 4).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과 슈베르트

 필자는 수많은 클래식 작곡가 중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세 사람을 제일 좋아하는데, 위 세 작곡가들이 고전파와 낭만파 시대에 걸쳐 클래식 음악의 최전성기를 이루어냈기 때문에 아닐까 싶다. 음악평론가들은 인류 역사상 기악 분야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낸 음악가로 베토벤을 꼽는 데에 이론이 없다고 하는데, 필자는 더 나아가 귀족계급에 항거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진보의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베토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필자는 위대한 음악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음악가가 슈베르트라고 생각하는데, 그 계기가 되었던 곡인 즉흥곡에 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가 있어 넘어가기로 한다.

1)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이 인류 역사에 남긴 위대한 자산에는 불멸의 9 교향곡과 32개의 피아노 소나타가 있을 것이다. 비창, 월광, 열정 등 말이 필요 없는 유명한 피아노곡들, 그리고 수백 명에 이르는 피아니스트들이 일생 동안 몇 번에 걸쳐 연주한 음반을 내놓고 있는 역작이다. 이쪽에서는 독일 피아니스트들이 발군의 역량을 보여주었고, 특히 빌헬름 박하우스의 소나타 연주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역사적 명연으로 손꼽히고 있다(사진 5). 독일 피아니스트 켐프의 아래 음반은 비창, 월광, 발트슈타인, 열정 등의 명곡만을 담은 베스트셀러이며(사진 6), 이탈리아 피아니스트로는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베토벤 소나타의 최고 연주자로 칭송받고 있다. 폴리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쇼팽 콩쿨의 우승자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쇼팽 콩쿨 우승자였다는 점에서 2015년 쇼팽 콩쿨 우승자였던 우리의 조성진도 그 성장 가능성이 무척이나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2)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가곡의 왕이라는 명성과는 별개로 슈베르트는 고결한 음악성을 표현하여 걸작으로 칭송되는 즉흥곡 외에도 훌륭한 피아노 소나타를 21개나 작곡하였다.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베토벤의 소나타와 달리,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희미한 색조에 깊은 울림을 보여주며 우아하고 투명한 아취를 풍긴다. 위에서 언급한 켐프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이 표준적인 해석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시대악기인 포르테 피아노로 슈베르트의 모든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해 모은 바두라 스코다의 역사적인 음반도 꼭 들어 보셨으면 한다(사진 7).

3) 고음악 전문가인 쿠이켄 형제, 그리고 조르디 사발의 연주
 여기서 갑자기 고음악 전문가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클래식 음악에 있어 작곡 당시의 원전악기 연주가 주는 소중한 음악적 가치 때문이다. 원전악기의 음악적 가치 때문에 오래전부터 호그우드나 콜레기움 아루레움 등의 많은 거장과 단체들이 연구와 연주를 병행해 왔는데, 특히 벨기에 출신의 쿠이켄 형제는 바로크는 물론 고전파 시대의 곡들의 원전 연주를 복원시킨 선구자로 불린다. 필자도 쿠이켄이 연주한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를 듣고 매우 만족했는데, 최근에는 조르디 사발이라는 프랑스 연주자가 원전 연주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조르디 사발도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를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그가 최근에 연주한 베토벤의 교향곡이 매우 훌륭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에서 종래 푸르트벵글러의 해석을 표준적으로 받아들여 왔지만, 조르디 사발이 그의 르 콩세르 데 나시옹과 함께 연주해 낸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은 기존의 통념을 불식시킨 원전악기의 연주로 베토벤 연주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 8).

사진7                            사진8


추가로 추천드리는 더 클래식 시리즈 3권

 지난 기고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접근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의 가이드북이나 평론서 등 책을 통해 명반에 접근하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기고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소개해 드리는 가이드북은 매우 주관적인 성향에 기인한 것일 수 있음을 미리 밝히면서, 추가로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 하나 있어서 소개해 본다.

 최근에 필자는 『더 클래식』이라는 시리즈의 책 3권을 흥미롭게 읽고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음악비평과 강연으로 유명한 문학수 기자님이 쓰신 것이다. 각 권은 시대 순서대로 유명 음악가와 그의 대표곡들을 소개하고 있는 식이라서 제1권은 바흐에서 베토벤까지, 제2권은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제3권은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접근이 쉽지 않다는 현대 작곡가의 곡까지 소개하면서도 많은 그림과 사진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부담 없이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특히 이 책은 한 작곡가에 관하여 여러 명곡을 소개하면서, 곡마다 들어봐야 할 만한 명반을 최소 3개에서 4개까지 자세히 소개한 점이 매우 훌륭하다. 그래서 가장 유명하고 표준적인 해석의 명반 외에도 최근에 나온 새로운 해석을 담은 명반이 무엇이 있는지 알기 좋으며, 출반된 연도와 제작사 레이블까지 모두 표기해 놓아서 음반 구입에도 매우 편리하기 때문에 일독을 권해 드린다.

 사실 지금까지 거론한 음반 외에도 추천드리고 싶은 명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만 해도 바릴리 사중주단 등 들어봐야 할 만한 연주들이 너무 많지만, 우리는 시간과 비용의 한계 속에서 항상 선택해야 하기에 결국 가이드북이나 마니아들의 추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허중혁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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