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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의 머리


“제가 MZ의 머리입니다”

 누군가 제게 ‘올드하다’는 말을 할 때면 저는 으레 저렇게 받아치곤 합니다. 짧게 많은 걸 대변하는 말이죠. “고리타분하다고 깎아내리는 네 앞의 사람이 알고 보면 아주 영(young)한 세대거든”이란 말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한편, “틀렸어, 내 생각이 바로 ‘영’한 생각이야”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표현입니다.

 주변에서 하도 MZ세대, MZ세대 하길래 네이버 사전에 MZ세대를 한 번 쳐보았습니다. 국민학교의 끝자락, 수학여행의 장기 자랑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 홈’에 맞춰 춤을 춘 세대. 술에 취해 핸드폰 한가운데 n버튼을 눌러 요금폭탄을 맞기도 했던 세대. X세대보다 임팩트가 없어 잘 회자도 안 되는, 그 N세대인 저로서는 그야말로 아무런 기대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니터에 띄워진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라는 문구를 마주한 순간(뒤에 있는 Z세대 설명은 이미 눈에 뵈지도 않았습니다)! 가슴 한 켠에 아주 희미하게 숨겨져 있던 ‘아주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곧 감격의 육성으로 뿜어져 나왔습니다.

“와, 나도 MZ였어! 80년대 초! 내가 바로 MZ의 수장이라고!”

 그날 전 친구에게, 아내에게, 특히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 후배들에게 저 육성을 반복 재생하며 종일 벅차오르는 나르시시즘에 빠져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 나 아직 젊구나. 죽지 않았다.

 이제, 상기된 얼굴의 제게 Z세대의 머리, “온다”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바로 그 90년대생 후배가 다가와 일갈합니다.

 첫째로, MZ세대가 뭔지 사전을 뒤져서 정의를 찾아보는 것 자체가 ‘영’하지 않다.

 둘째로, ‘영’한 사람은 굳이 MZ의 머리라는 말 같은 건 하지도 않는다.

 MZ라는 말에 이렇게 일희일비하는 것을 보면, 단지 젊다는 느낌을 넘어 이 세대에 어떤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호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그저 막연한 느낌으로만 이 세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검색창을 열어 “MZ”와 “변호사”를 함께 검색해 봅니다. 이제야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라는 설명이 함께 보이고, MZ세대 법조인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첫 번째 기사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저 젊다는 이미지 하나만으로 뭉뚱그려서만 떠올려왔기에, 또는 MZ와 변호사를 나란히 붙여볼 생각을 잘 못해봤기에, 우리의 직역에 대해 말하고 제도에 대해 고민하는 테두리에서 이 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품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더는 “MZ의 머리”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후배의 일갈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맏어른인 이 세대에서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우리의 직업을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수장으로서의 머리가 아닌, 고민하고 생각하는 그 머리의 역할로서 이 MZ를 마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신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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