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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인 3역 사건해결담

 자신의 토지와 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한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사업자가, 근저당권에 대한 질권자라고 칭하는 사람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경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근저당권자인 대부업체가 자신의 채무에 질권을 설정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었고, 질권자가 요구하는 이자에 대한 다툼까지 있던 상태였다.

 왠지 모를 도전정신에 이끌려 문제의 근저당권부질권이 말소된 등기부등본을 의뢰인의 손에 쥐여주겠다며 사건을 수임한 필자로서는 때론 대서사(代書士)로, 때론 변호사로, 때론 법무사로의 역할을 수행한 일련의 역할극(?)에 무려 2년이 넘도록 휘말리게 된다.

 일단 대부업체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업체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였으나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고, 등기된 대표이사의 주소로 내용증명을 보내도 폐문부재 상태였다. 그러다 의뢰인은 한 법무법인의 사무장에게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내용인즉슨 대부업체가 폐업하여 채권추심을 자신들이 맡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부업체가 등본상으로도 여러 주소를 전전하다 대표이사 변경을 거듭하더니만 으레 그렇듯 결국 악성채권을 추심업체에 넘긴 것이리라.

 먼저 의뢰인을 대행하여 계산한 원리금을 질권자에게 알려주자 자신은 이자를 더 받아야겠다며 수령의사를 거절하였다. 질권자는 앞선 연락에서 자신의 주민번호와 현주소를 개인정보라며 알려주지 않았기에 필자는 질권채무에 대한 변제공탁을 신청하여 공탁관의 보정명령을 받아 등기부에 기재된 질권자의 생년월일과 당시 주소를 통해 질권자의 현주소를 알아내었다.

 어렵사리 원금을 마련한 의뢰인은 허락된 공탁기일 내에 입금하였고, 이내 질권자의 공탁금 수령까지 확인한 필자로서는 근저당권자와 질권자를 공동피고로 삼아 근저당권자에 대해서는 말소등기를, 질권자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폐업한 대부업체는 당연히 수취인불명, 등기부상 최종 대표이사는 폐문부재 상태가 계속되었다. 결국 근저당권자에 대해서는 공시송달, 질권자는 소장을 받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변론기일에 나타나지 않아 자백간주되어 이로써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듯하였다.

 허나 웬걸, 질권자는 뒤통수라도 치듯이 항소를 하였고 판사의 보정명령에 굴하지 않고 항소이유서 한 장도 내지 않았다. 8개월이 지나서야 잡힌 변론기일에 놀랍게도 질권자가 나타나 일전의 원금공탁을 한마디 이의유보 없이 받아놓고서 끝내 이자를 다 받아야겠다는 구두 항변을 하는 것이었다. 어안이 벙벙한 필자 앞에서 판사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며 질권자를 꾸중하시며 얼마를 더 받고 싶냐고 물으신 뒤 소송계속중 질권자가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음을 참작, 쌍방이 이자액을 조율하는 게 좋겠다며 조정을 권고하셨다.

 적절한 금액으로 타협된 뒤 필자의 연락을 받은 의뢰인의 승낙으로 조정이 성립되었고, 숨돌릴 틈도 잠시, 근저당권말소등기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묵직하게 다가와 있었다.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막막할 수 있을까. 하지만 퀘스트를 깨는 기분으로 접근한 ‘공탁+소송+조정’까지 무사히 마친 필자로서는 이제 ‘등기’만 남았다는 생각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말소등기는 그야말로 실무상 법무사가 도맡아 해 오던 업무였다. 요즘은 소송은 물론 등기까지 전자로 하는 시대라지만 난생처음 하는 말소등기 업무는 너무도 생소하였다. 다행히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설명하는 사이트를 참고하여 취득세 납부확인서, 등기신청수수료 영수필확인서 등을 발급받고 모든 서류를 완비하여 등기국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등기국 직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등기업무는 전자로 할 수 없고, 부동산 소재지의 관할 등기국에서만 현장 처리가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먼 지방까지 출장료를 받으며 갈 수는 없기에 부득이 의뢰인께 선생님이 관할 등기국 직원에게 그대로 제출하기만 하면 되도록 서류를 보낼 터이니 셀프 신청을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의뢰인의 추가 연락이 더 이상 없는 것을 보면 필자가 맡은 임무는 어느덧 완수된 듯하다.

 사실 내가 받은 수임료로 위와 같은 업무를 통틀어 수행하기에는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저가였고, 내겐 돈도 안 되며 그저 가성비 떨어졌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그래도 근저당권말소등기청구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질권자에 대한 공탁이 우선과제였고, 공시송달처분에 질권자의 늑장대응까지 꽤나 긴 세월을 견뎌야 했으며, 등기를 말소하려면 의뢰인 본인의 참여가 화룡점정으로 필요하였다는 점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법리와 다르게 펼쳐지는 실무의 세계를 한껏 체험한 일종의 1인 3역 경험치였다.

신성민 변호사
●법무법인(유) 대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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