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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 송무변호사

 조세를 주된 업무 분야로 삼고 있는 변호사로서 다양한 행정재판을 경험해 왔습니다. 행정재판에서는 국가 등의 공공 주체가 한 쪽 당사자가 됩니다. 공공 주체는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제가 경험한 행정 사건에서는 어떠한 사실관계의 존부가 치열한 다툼이 되는 사건보다는 사실관계나 법률의 해석이 다툼이 되는 사건이다보니, 법정에서 당사자 간에 고성이 오가거나 소동이 일어나는 일도 거의 겪지 못하였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지방법원에서 열린 행정재판 변론기일에 출석한 날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 법정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행정재판을 앞둔 보통의 법정 앞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고성과 흥분한 목소리가 연신 들려 왔습니다. 어느 이유에서인지 흥분한 의뢰인이 재판을 앞두고 처분의 불합리성과 억울함을 큰소리로 토로하고 있고, 소송대리인인 변호사님이 애써 이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법정 앞에서 소란을 피워서는 곤란하다며 의뢰인을 애써 말려 보았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급기야 울려 퍼지는 고성을 듣고 법정 밖으로 나온 법정경위로부터 경고를 받고서야 소동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단락된 것 같았던 소동은 법정 안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당사자는 발언 기회를 구하지 않고 큰 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하였고 재판의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운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변호사님이 의뢰인의 흥분을 가라앉히려 계속 노력하였으나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재판장님의 거듭된 퇴정 경고가 이어진 후에야 간신히 재판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만, 의뢰인은 퇴정하는 중에도 처분청과 그 소송대리인을 향해 거센 비난을 가하며 온 법정을 떠들썩하게 하였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소송대리인 변호사님이었습니다. 재판 전후를 가릴 것 없이 의뢰인을 진정시키느라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정제된 서면과 변론을 통해 재판부를 설득하고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통상의 의무뿐만 아니라, 혹여 의뢰인의 돌발행동이 재판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에 미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의뢰인을 케어하는 일까지 신경쓰느라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변호사에게는 여러 사건 중의 하나일 수 있는 사건이 의뢰인에게는 인생이 걸린 막중한 사건일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법정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의뢰인의 심정에도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승소’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세부적인 접근 방법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의뢰인을 어떻게 설득하여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의뢰인이 원하는 행동 또는 변론이 궁극적인 사건의 결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하튼 이날의 경험은 송무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덕목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게 될 것인데, 어떠한 상황에서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쌓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함께 해 봅니다.

조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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