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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의현장 / 다 시, 주사위를 던지며

 언젠가부터 언론인들은 자연스럽게 ‘기레기’로 불리고 있다. 인터넷 기사에 “법원에서도 기레기는 모욕이 아니라고 했다”며 기자를 욕하는 댓글이 달리면 여지없이 많은 공감이 따라붙는다. 물론 해당 판결에서도 ‘모욕적인 표현은 맞다’고 했고, 누군가 면전에서 나를 그렇게 호칭한다면 고소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 같다. 다만,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떠나 이미 잃어버린 언론에 대한 신뢰는 어쩔 도리가 없다. 욕 먹어도 싸다는 지적이 맞을 때도 많고, 나 역시 거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꼭 이 때문만이 아니라 열악한 처우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분야로의 전직 역시 활발하다. 이를 브렉시트에 빗댄 ‘기렉시트’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저자인 CBS 박정환 기자는 이 같은 ‘기레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10년 차 기자다. 책에는 그가 기자 생활 10년간 무엇을 썼고, 무엇을 느꼈는지 가감없이 담겼다. 저자는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지극히 평범한 10년 차 기자가 쓴 이 책이 선배, 동기, 후배를 불문하고 작은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발제와 마감에 치이고, ‘기레기ㆍ기더기’라는 조롱을 받고, 취재 환경이 갈수록 각박해지더라도 꾸역꾸역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루를 쓰는 동료를 위로하고 싶다는 뜻이다. 꼭 기자가 아니라도 기자의 생활이 궁금하거나, ‘기레기’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1장에서는 그가 취재하고 기사화한 사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간신문, 통신사를 거쳐 방송사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현장을 누비며 겪은 경험이 녹아있다. 세월호 참사 때에도,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때도 그는 현장에 있었다. 이 글의 서두에 ‘언젠가부터’라고 적었지만 사실 기레기라는 용어가 일반화한 것은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는 언론의 행태가 주목되면서부터일 것이다. 저자는 당시 진도 팽목항 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감정과 트라우마를 그렸고, 이후 세월호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추적 과정을 세세히 적었다.

 굵직한 역사의 현장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첫 르포 주제였던 ‘남성 노래방 도우미 잠
입취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 그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스타렉스를 타고 강남 지역 곳곳 가라오케, 호스트바, 업소 등 약 30군데를 돌았다. 조를 편성해 줄줄이 업소에 들어가 차례대로 인사하고 ‘초이스’를 기다리는 식이다. 혹시나 초이스를 당하면 어떤 방식으로 취재를 할까 조금 고민도 됐지만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실장의 예언이 정확했는지 정말 단 한 번도 초이스를 받지 못했다.”

 2장에서는 저자가 기자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와 문제의식이 다뤄졌다. 박 기자는 “기자도 사람이다. 기사를 쓸 때 인간적인 감정은 뒤로 물리는 게 좋겠지만,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놓는다. 흔히 ‘불가근불가원’으로 설명되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관계, 공무원의 비위를 취재하자 “제게도 가족이 있다”며 읍소할 때의 당혹감 등을 복기했다. 그는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눈 굴리기에 빗대 설명했다. 한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다른 언론이 별도의 의혹을 제기하고, 또다른 언론은 제기된 의혹들을 묶는 등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는 문제가 된 사안을 구석구석 밝히는 효과가 있고, 사회적 의제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눈을 굴리는 과정에서 공익성을 잃게 된다면 언젠가는 가십성 보도에 대한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3장에서는 기자의 일상과 왜 기자가 되려고 했는지, 왜 지금도 기자를 하고 있는지 등 기자 지망생이 읽으면 좋을 법한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도 계속 ‘박 기자’로 불리고 싶냐고 저자에게 직접 물었다. “10년 뒤 『현장』 2편을 꼭 쓰도록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책은 언론 · 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 첫 세 권 중 한 권이다. 박 기자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일하는 세 기자의 책이 동시에 나왔고, 이후 언론인과 출판인을 가리지 않고 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이다. 출판사는 언론인들과 함께 늘 불황이라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해 걷고 있는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편집자는 “언제까지고 이들을 비난하고 조롱해 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다”며 “그럴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빠르게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명할 것은 소명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이 시리즈가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과 출판정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우중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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