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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

 3년 전 발레를 하다가 발은 골절되고, 종아리 근육은 터지고 말았다. 무려 4달간 택시를 이용해야 했고, 지금도 등산이나 달리기는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어서 일상적인 활동 범위에 큰 제약이 생긴 상태이다. 의사 말로는 다친 부위는 그냥 골병이 들었다고 생각하라는데, 의사를 포함한 지인들의 주된 반응은, “왜 이렇게까지 운동을(전공생도 아니면서 다칠 정도로 심하게) 했냐”였고,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찾을 수 있었다.

“자랑스럽다고 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 나름의 성취감 같은 것. 그것은 위험스러운 일을 자진해서 맡아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만한 힘이 내 안에도 아직 있었구나 하는 개인적인 기쁨이며 안도감”이었다.(제180면)

 초등학교 시절 엄마 등쌀에 1년, 성인이 되고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레를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했고, 그 기간을 전부 합치면 6년 이상은 발레를 했는데, 중간에 그만둔 몇 번의 이유도 발레 말고 다른 것에 빠져 있는 바람에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거나, 다리를 (또) 다쳤다거나, 마음이 힘들어서 아무 의욕이 없는 상태라거나 등등 내 기준으로는 합리적이거나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경우였기 때문에 어쩌면 난 생각보다 발레를 정말 오래도록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하필 발레일까. 기본적으로 하고싶은 것도 많고 가족들은 비웃는 to-do list도 아직 산더미인데다가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해서 최근에도 리듬체조, 볼링, 피아노, 드럼 등을 배웠는데, 결국 남는 건 발레뿐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보다는 다른 것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말이 더 가까울 것이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계속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결국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제73면)


 좋아하는 걸 몸이 상하지 않도록 균형있게 하는 자세가 지금 내게는 더 절실하다. 뭔가를 배울 때 시간을 쪼개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이 재미없고 활력이 없는 상태로 남게 될까봐 두려 워하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가보다 싶다가도, 또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즐기는 타입이라 수영을 배울 때는 너무 흥에 겨워 많이 하는 바람에 수업이 끝나고 한참을 더 연습하고는 구토를 한 적도 있다. 포장을 잘하면 삶의 균형, 문자 그대로 하면 좋아하는 걸 오바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인데, 신기하게 하루키도 이런 고민을 한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마만큼의 휴양이 정당하고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휴식이 되는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부터가 편협함이 되는가?(제126면)


 하루키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33세, 20년 이상 달리고 이 책을 썼다는데, 앞으로 나는 어떤 운 동을 하며 남은 인생을 보낼까, 또 어떤 새로운 걸 시작하고 도전하게 될까, 발레도 더는 재밌지 않은 순간이 올까, 발레 선생님은 지금 50대인데 나는 몇 살까지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을까 이런 걸 상상하면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의 소설은 『상실의 시대』밖에 읽어보지 못했고 그 이후 다른 작품은 더 찾아보지 않았으니 나는 ‘하루키파’가 아닌가보다 했는데, 오히려 산문집을 보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고,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역시 난 작품보다는 사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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