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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할 결심 : 주저하는 변호사들을 위하여

 우리는 긴 시간 동안 학교 또는 조직의 구성원이었다. 우리의 일상은 당연한 듯 누군가 정해준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학교는 수업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과 장소를, 회사는 업무 시간과 근무지를 정해주었다. 조직의 작고 큰 규율이 만들어낸 안전하고 예상가능한 상황 속에서 일상이 흘러갔다.

 이렇게 일정 시간 동안 성장을 마치면 졸업을 하고 다음 단계로 입학하거나 다음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했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잘 적응하여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학창 시절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을 것이며, 변호사 자격을 위한 고도의 학습 기간까지 훌륭하게 매듭지은 사람들이다.
그런 누군가가 개업을 한다는 것은 일상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어느 회사, 로펌 소속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면 이제는 다른 것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변호사가 개업을 하면 사업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일의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면 일상도 삶도 그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데, 반대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중심에 두고 그에 맞추어 일을 설계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개업변호사 생활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막상 개업을 하려고 하면 막막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개업 아카데미라도 있다면 모를까 사무실 운영과 관련한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학해야 한다. 개업을 망설이는 동료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분야를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개업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사무실 운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업무 분야를 선택해야 할까. 변호사업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분야, 그리고 자신이 직접 수행해 보았을 때 비교적 정신적 피로감이 덜한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분야를 선택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신의 삶과 연관된 영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라면 시작부터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일을 수임하는 것보다는 아주 작은 분야라도 특정 분야를 지정하여 꾸준히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전문성을 쌓는 것이 좋다. 해당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하거나, 또는 신속한 업무처리가 가능하면 생산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내 주변의 많은 변호사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방에 사무실을 두었더라도 고객풀은 전국, 나아가 해외에도 있는 변호사, 부동산 전자등기를 주요 업무로 하여 고객과 원격으로 일하는 변호사, 특정 분야의 사건을 주로 하면서 고용변호사와 직원들을 언택트로 고용한 변호사 등 다양하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해진 이유는 전자소송 시스템이나 IT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의 등장으로 업무 공간, 시간의 자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메일로 대부분의 자문 업무를 하는데 팬데믹이 심각하던 시기에는 제주에서 생활하며 일반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매달 있던 강의와 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공유사무실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개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내가 개업했던 5년 전만 해도 공유사무실에서 개업하는 변호사가 많지 않았으나 현재 이곳 광화문 사무실에는 몇 분의 변호사님들이 오랜 기간 함께 이웃하고 있다. 나의 주된 업무 분야는 IT스타트업, 콘텐츠 기업자문이기 때문에 사무실에 들르는 고객사 담당자들은 법원 근처 법조빌딩보다 이곳의 분위기를 훨씬 편안하게 생각한다.

 어쩌면 사무실 인테리어, 직원 수, 명품 정장과 같은 가시적인 기준으로 변호사의 업무능력이 가늠되는 시대는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변호사 개인의 업무역량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고객의 뇌리에 남으면, 지속 가능한 영업활동은 본질적으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을 하다 보니 돈과 명예가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도, 일상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속 가능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일로써 하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자문해 보자. 이 업을 갖게 되면 어떤 분야의 일을 어떠한 방식으로 하고 싶었는지, 일로 인해 변화된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만일 원하는 바와 많이 다르다면 주도적인 삶을 위해 개업할 결심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메타인지, 용기와 의지는 필수이다. 그 외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지는 각자의 실천력, 삶에 대한 절실한 마음에 달려있을 것이다.

 개업을 앞두고 있거나 이제 막 사무실을 연 동료변호사들이 종종 사무실로 찾아오면 항상 듣는 말은 하나같이 ‘일이 없을까봐 고민’이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듣던 처음에는 어설픈 위로를 했었는데 이제는 매번 같은 답을 한다. ‘정확히 일 년 뒤에 일에 치여서 고민이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에 가까운 말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자리에서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푸념처럼 늘어놓았다. 저 말을 하는 동료들은 몹시 지쳐 보이지만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나게 몰입하여 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라 보는 나에게도 초심을 떠올리게 한다.

김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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