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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용역거래에서 용역의 공급장소

사실관계

가. 원고들 중 일부는 미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국법인으로서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원고들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회원자격협약 및 참가인의 상표 등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원고들은 이에 따라 참가인에게 발급사분담금(Issuer Assessment Service, 위 원고들이 발급한 마스터카드 소지자의 국내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의 0.03%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0.01%에 해당하는 돈)과 발급사일일분담금(Daily Assessment Service, 위 원고들이 발급한 마스터카드 소지자의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184%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여 왔다.

 위 원고들은 2007년 제2기부터 2012년 제2기까지 참가인에게 지급한 발급사분담금과 발급사일일분담금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대리납부한 후 피고들 중 일부에게 그 환급을 구하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위 피고들은 경정사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한다).


나. 한편 원고들 중 일부는 상표 라이선스등 계약에 따라 미국법인으로서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Visa Inc.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Visa Inc.의 사업을 운영하는 싱가포르법인으로서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Visa Worldwide Pte. Ltd.(이하 합하여 ‘비자카드사’라 한다)에 분담금(Issuer Service Fee 또는 Acquirer Merchant ServiceFee, 위 원고들이 발급한 비자카드 소지자의 국내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의 0.03% 및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과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2%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여 왔다(이하 위 분담금과 참가인에 대한 발급사분담금 및 발급사일일분담금을 합하여 ‘이 사건 분담금’이라 한다).

 한편 위 원고들은 참가인과 비자카드사를 비롯하여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법인인 American Express Ltd., Diners Club International Ltd. 및 일본국법인인 JCB International Co. Ltd.(이하 위 5개 법인을 합하여 ‘이 사건 해외카드사들’이라 한다)에 역무 제공의 대가로 데이터 프로세싱수수료, 국제거래수수료, 긴급 대체카드 서비스, 긴급 현금서비스 등 기타수수료(이하 ‘이 사건 기타수수료’라 한다)를 지급하여 왔다.

 피고들 중 일부는 위 원고들이 비자카드사에 지급한 분담금과 이 사건 해외카드사들에 지급한 기타수수료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여 대리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에게 2007년 제2기부터 2013년 제1기까지의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를 경정 ·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 한다).


관련 규정 및 쟁점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2항 제1호는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역무가 제공되거나 재화·시설물 또는 권리가 사용되는 장소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1) 이 사건에서는 구 부가가치세법상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함에 있어서 “역무가 제공되는”의 법 문언의 해석이 문제되었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두34913 판결2)의 요지

 원심3)은 ① 원고들은 국내에서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하여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가입신청서에 참가인의 상표를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가인의 상표권을 사용하므로 참가인의 상표권은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해외카드사들이 원고들에게 제공하는 역무의 주된 내용은 이 사건 해외카드사들의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이하 ‘이 사건 시스템’이라 한다)을 통해 신용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이 사건 해외카드사들이 원고들의 국내사업장에 설치한 결제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고들이 이 사건 시스템에 접속하여 신용카드 거래승인, 정산 및 결제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거나 전달함으로써 그 목적이 달성되므로, 위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분담금 및 기타수수료와 관련한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국내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에게 위 용역에 관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거부처분 및 부과처분은 적법하다.”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두34913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역무의 제공 장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시사점4)

 오래전부터 국내카드사들이 미국 법인인 비자, 마스터카드사에 분담금을 지급할 때 부가가치세 대리납부5)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어 왔다. 국제거래에 있어서 부가가치세는 “국민총소비라는 과세물건을 여러 나라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세수의 국제적 분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소득세제와 달리 소비세제는 소위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세수를 분배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우리 부가가치세법은 ‘거래장소’라는 개념을 두고 있을 뿐, ‘인적 적용범위’는 전혀 두고 있지 않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 회사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공급하는 재화나 용역은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고, 반대로 미국회사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어떤 장사를 하여 납세의무가 생기는 활동을 한다면,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

 거래장소의 개념만을 적용하여 속지주의로 과세한다면, 여러 나라 사이의 세수분배는 과세기간 중 온 세계가 소비한 재화나 용역 가운데 각국이 생산해 낸 것이 얼마만큼인가를 따져 이를 기준으로 소비세의 세수를 분배하는 결과가 되고, 이를 ‘생산지과세원칙’이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세의 대표인 부가가치세를 보면, 상당수의 국가들은 국제적 경제활동에 따르는 세수를 생산지가 아니라 소비지를 기준으로 나누기로 합의하고 있다. 이렇듯 ‘소비지과세원칙’은 “각 국가가 생산해 낸 가치가 아니라 소비한 가치를 기준으로 소비세수를 나누자”는 생각이다.

 소비지과세원칙이나, 생산지과세원칙 등은 결국 ‘과세권의 정당한 국제적 배분’이라는 목표 아래 국제적 이중과세·이중비과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도구이다. 소비지과세원칙은 ①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의 성격에 잘 부합하는 점, ② 부가가치세의 구조상 최종소비자가 세액을 부담하는 점, ③ 수출재화와 용역에 대해서 영세율을 적용하여 수입국에서 과세함으로써 이중과세를 배제할 수 있는 점, ④ 외국에서 수입된 재화와 용역에 대하여 국내에서 공급된 것과 동일하게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제공용역(과세)에 비해 수입용역(미과세)이 부가가치세만큼 저가로 제공되어 상대적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에서 타당한 견해라는 이론적 평가를 받고 있다.

 부가가치세법은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로 ‘역무가 제공되거나 재화·시설물 또는 권리가 사용되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역무의 제공’은 인적인 용역을, ‘재화·시설물의 사용’은 물적인 용역을, ‘권리의 사용’은 권리의 대여를 의미하는데, 이렇게 성질이 다른 역무, 재화·시설물, 권리를 구별하여 규정하면서도 부가가치세법이 조항을 달리하지 않고 같은 호에 열거하여 규정한 이유는, ‘역무’의 경우에도 ‘재화·시설물, 권리’와 같이 ‘사용되는’ 장소 즉, 소비지과세원칙을 채택하였다는 점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16조는 용역이 공급되는 시기에 관하여 ‘역무의 제공이 완료되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용역의 제공의 완료’란 ‘역무의 수령행위’를 전제로 한 개념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가가치세법의 체계적 해석에 비추어 보더라도 ‘역무가 제공되는’의 의미는 역무가 소비되는 장소로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해당 쟁점에 관한 대표적인 판례는 소위 ‘스위프트(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판결(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4두7528, 7535 판결)’인데, 위 판결은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인 금융업을 영위하는 은행들인 원고들이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은행간 금융통신조직인 스위프트에 가입하여, 스위프트가 운영하는 전용통신망을 이용한 거래메시지 전송 용역을 공급받고 그 대가로서 스위프트에 사용료를 지급하여 온 사안에서 “스위프트 통신망을 이용한 메시지 전송 및 저장의 기계적 또는 기술적 작업이 해외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스위프트 통신망 접속 및 메시지의 전송이 이루어지는 곳은 원고들의 국내 점포이므로, 스위프트가 제공하는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국내이다.”라고 판시하였다.6)

 대상판결은 “국제적 용역거래에 있어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는 공급받는 자를 중심으로 역무의 중요·본질적인 부분을 규명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기본적으로 소비지국 과세원칙에 따라야 한다.”라는 결론을 취한 것으로 이해되고, 국제적 용역거래에서 용역의 공급장소에 관한 해석기준을 제시함과 동시에 국내카드사들이 미국법인인 비자, 마스터카드사에 분담금을 지급할 때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논란을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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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도 동일한 내용이다.
2) 해당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참가인에게 지급한 이 사건 분담금의 성격이 상표권 사용의 대가인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인지 여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산정이 위법한지 여부, 부가가치세 면세용역인지 여부, 비과세관행이 존재하는지 여부, 가산세 납세고지에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도 문제되었고, 이에 관한 상고이유는 모두 배척되었다. 이러한 쟁점들은 본 글의 주된 쟁점이 아니므로, 이에 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3) 서울고등법원 2017. 2. 15. 선고 2016누51568 판결
4) 이하 이창희, 『세법강의』(2018년판), 박영사, 2018, 남성우, “국제적 용역거래의 공급장소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경향”, 『조세법연구』(제24권 제2호), 한국세법학회, 2018, 황종대·강인·신정기, 『부가가치세 실무』, 삼일인포마인, 2013 등을 인용·참고하였다.
5) 해외의 공급업자로부터 용역을 공급받는 경우, 용역을 공급받는 자가 최종소비자라면, ① 해외의 공급업자에게 수입국 세율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수입국에 납부할 의무를 지우는 방법 또는 ② 용역을 공급받는 자에게 용역대가와 별도로 국가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의무를 지우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은 ②번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고, 이를 ‘대리납부’라 부른다.
6) 이렇듯 소비지과세원칙에 입각하여 중요·본질설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판례는 이후에도 계속 축적되어 왔는데, 예컨대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두5117 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22291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두13829 판결 등이다.

우지훈 변호사
● 법무법인(유) 엘케이비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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