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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K-Pop

 다사다난했던 작년, 많은 이들 가슴에 와닿았던 구절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었다. e스포츠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우승팀 DRX의 인터뷰에서 유래한 ‘중꺾마’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 김강민을 거쳐 카타르 월드컵 태극전사의 16강 투혼에도 등장했다. 그럼, 이제 ‘중꺾마’는 어디로? BTS가 전 세계를 향해 쏘아 올린 큰 공이 훨훨 솟구치면서 “꺾이지 않는 K-Pop”이 등장할 차례!!

 미국 시장을 꾸준히 두드려왔던 우리 가요. K-Pop이 일찍이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을 평정했지만, 빌보드 차트는 넘사벽이었다. 그만큼 서구권 팝시장의 벽은 높았고, 동양인의 열등 콤플렉스는 점점 쌓여만 갔다. 심지어, 원더걸스가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이후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차트 2위를 차지하면서 세계인들이 즐겨 부를 때만 하더라도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 우려했다. 하지만, BTS와 함께 이제는 K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023년 초부터 K팝이 빌보드 CD 앨범 시장을 정복하는 모습을 보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다. 빌보드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 CD 음반 판매량 톱 10’ 순위에서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1위), 해리 스타일스(4위), 비욘세(9위) 이름만 간신히 보였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K팝이었다. 2022년 미국의 톱 앨범 10장 중 7장이 K팝 그룹의 앨범들인 것이다. BTS는 41만 3,000장의 판매량으로 2위, 4세대 K팝 선두주자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앨범은 3위에 올랐으며, 무려 2개 앨범을 히트시킨 스트레이키즈는 ‘오디너리’(20만 4000장)와 ‘맥시던트’(17만 7000장)로서 각 5위와 7위를기록했다. 6위 트와이스의 ‘ 비트윈 원 앤드 투’는 6위였고, 8위 엔하이픈의 ‘매니페스토: 데이 원’, 10위 엔시티127 ‘질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가능성 수준에 그치던 K팝의 힘은 이제 현실화되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미약하던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존재감은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과 함께 K팝의 진두지휘하에 날아오르고 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북미권 음악시장은 코로나 비대면 과정을 거치면서 BTS와 함께 K팝의 메카로 자리매김 중이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6년 5위 규모(81만 달러)에 불과했던 미국시장 수출액은 BTS의 미국 점령기 201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하여, 2022년에는 40배 이상 늘어난 3위 규모(3528만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 부딪혀도 결코 꺾이지 않던 마음이 오늘날의 K-팝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동안 기성세대가 전혀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 MZ세대가 새로운 개성과 더 새로운 경쟁력으로 모두 이겨낸 셈이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비욘세, 콜드플레이 등에도 결코 밀리지 아니하는 K팝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은 K팝에는 오히려 기회였다.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영상과 음원에 집중하게 되었고, 플랫폼도 양적으로 풍부해지고 질적으로 다양해지면서 해외 팬의 K팝 접근성이 향상되었다. 그에 맞춰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우리나라의 음식, 패션 등 문화전체를 장악하면서 대한민국의 각 문화콘텐츠가 상호촉매작용, 상승 선순환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누리는 성취감에 K팝이 안주할 수 없다. 북미권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나날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K팝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K팝은 오늘도 현지화, 다각화를 통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JYP의 박진영은 뉴욕, LA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글로벌 오디션 ‘A2K(아메리카 투 코리아)’를 미국의 저 유명한 유니버설 뮤직과 진행하면서 현지화의 시동을 걸었다. 한미 양국의 콜라보를 통하여 선발된 현지 멤버들은 JYP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쳐야 하고, 북미 현지 활동은 유니버설 산하 레이블인 리퍼블릭 레코드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2020년일본 현지에서 데뷔한 9인조 일본 걸그룹 ‘니쥬’, 쇼비티가 2018년 필리핀 현지인으로 구성하여 데뷔시킨 K팝 보이밴드 ‘SB19’, BTS 소속사 하이브가 내세운 한일합작 그룹 ‘앤팀’, 그리고 SM이 MGM과 함께 준비 중인 미국 현지 보이밴드 ‘NCT할리우드’의 모습은 K팝의 3.0 버전을 선언하고 있다. K팝 1.0 버전은 국내에서 훈련, 제작된 국내 멤버들의 K팝이었다면, 2.0에서는 트와이스, 블랙핑크처럼 다국적 그룹의 모습을 띠었다. 3.0 시대에는 국내 기획사들이 멤버 전원을 현지인으로 선발하고, 기획 단계부터 현지 기획사와 협업하면서, K팝 전도사가 된다. 귀에 쏙 감기는 선율, 칼군무, 패션 등의 K팝 스타일 위에 현지 언어로 노래하는 K팝이 등장하게 된다. 이제 K팝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메인스트림이다.

 물론, 현지화가 ‘K팝 시스템의 유출’에 따른 제 살 갉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K팝 시스템의 수출, 파급은 음악시장 파이 전체를 키우는 효과로 보아야 한다. 국내 기획사, 아티스트와 북미 현지인들이 동반 성장하면서 더 큰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높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K팝의 노하우를 전수하더라도 활발한 대외 교류는 K팝 전체에 결국 열매로 돌아올 것이다. 무엇보다 K팝 등 한류를 통하여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우리나라 국격이 높아지는 효과는 억만금을 줘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성취가 아닐까? 선진국은 문화와 브랜드로 지배하니까.

 손흥민, 황희찬에게만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던 것이아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에도 “꺾이지 않는 K팝”이 있었다. 해외 유명 뮤지션들에게 전혀 주눅 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3.0시대에도 우리의 K팝이 결코 꺾이지 않고 승승장구하기를.

이재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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