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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업 이야기 : 나만의 파란 점

 나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1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개업 6년 차 변호사다. 나는 변호사가 된지 10년이 훌쩍 지나서야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업 이전에는 연수원 수료 후 해외협상 현장을 누비며 국제통상협상업무를 했고 미국에서 로스쿨(LLM, JD)를 마쳤기에 송무 경험이 없었다. 귀국 후 깨달은 것은 세상은 변하기도 했고 전혀 변하지 않기도 했다는 것이다. 변호사 수는 이미 2만 명 이상으로 포화 상태지만, 워킹맘 변호사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고, 경력 공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냉담했다. 잡힐 듯한 기회들이 눈앞에서 좌초되자 나는 그제서야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나의 개업 원칙은 내 모든 것을 활용해서 “온전한 나로 살기”로 정했다. 내 경력을 살릴 포지션이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관점을 바꾸자, 나의 현실적 제약은 오히려 내가 자유롭고 유연한 사무실을 운영하도록 이끄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나는 내내 정부 부처와 해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변호사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했다. 게다가 혼자 뒤늦게 개업을 했기 때문에 주변에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전통적인 변호사 개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전혀 모른 채 단순히 내 상황에 맞게 시작했다. 신경 쓸 일이 적도록 공유사무실을 구하고, 직원 대신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전화비서 서비스를 활용해서 비용을 아끼고 방해받지 않는 내 시간을 확보했다. 나의 부족한 경험치를 쌓기 위해 법률지식뿐 아니라, 대기업, 스타트업 스토리, 마케팅, 서비스업, 화술, 인간관계론, 식당 운영 노하우까지 비즈니스와 관련한 다양한 책을 읽고 실제로 적용하며 성과를 비교해보았다.

 나는 가족 직장 때문에 무연고지인 지방에서 개업했다. 그곳에는 내가 할 일이 마땅치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매일 출근해서 시도해볼 수 있는 활동들을 리스트로 썼다. 광고를 하는 방법은 택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외국인단체에 인사하러 가기도 하고, 우체국에 간 김에 명함을 남기거나, 택시 기사님에게 내 직업을 알리기도 했다(소용은 없었다, 그저 더 대범해졌을 뿐이다). 온라인에 영어로 법률 정보를 올리고, 멀리 있는 외국인 의뢰인들과는 줌으로 상담했다. 내 유튜브 영상을 본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 2년간 법률 영어 방송을 담당하기도 했다. 외국인 유튜버와 콜라보를 하고 한국 주재 외국 언론사 기자들에게 한국법에 관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막상 해보니 지리적 제약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개업을 하면 일정치 않은 수입으로 수임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나는 초기부터 수입 다변화를 염두에 두었다. 하나만 하면 곧 싫증을 내는 성격이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미국 로스쿨 경험을 살리기로 했다. 내 경험에 비추어 유용한 필수정보와 효과적인 로스쿨 · 바시험 공부방법을 유튜브에 올렸고 호응이 있었다. 얼마 안 가 구독자들 요청에 응해서 미국 로스쿨 입학 및 미국 변호사시험 대비 강의를 만들어 온라인동영상을 판매하게 되었다. 콘텐츠 비즈니스 책을 읽으며 직접 준비해보는 강의 개발도 흥미로웠고, 좋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 연구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의도한 바를 알아봐 주는 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송무업무와는 다른 종류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예가 조금 특수하긴 하나, 변호사라면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있는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

 혼자 일하는 자유는 좋았지만 외로움과 고립감이 문제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료와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이는 온라인 변호사 모임을 만들어 느슨한 연대를 구성함으로써 극복하였다. 개업변호사의 커뮤니티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공유한 지식과 경험을 모아 함께 『Super 1인 변호사』라는 책을 출판하는 성과도 있었다.

 개업을 고민한다면 축하드린다. 개업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어떻게 내 삶 속에 디자인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절호의 기회다. 개업변호사로 성공하기 위한 정해진 왕도나 비법은 없다. 내가 만난 개업변호사는 모두 모습은 달랐지만 레드오션에 각자의 파란 점을 찍는 용감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모두 달라도 된다. 개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고객, 영업력, 실력보다 나에 대한 믿음, 끊임없는 시도, 그리고 사소한 비교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붙들고 일한다면 어떤 일에도 낙심하지 않을 수 있고 다시 설 수 있다. 개업 전에는 도무지 앞날이 보이지 않아 깜깜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레드오션이라는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서 온전한 나로 사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내 생활에 맞게 삶을 설계하고, 하고 싶은 업무와 의뢰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부족한 부분은 동료들을 통해 채울 수 있었다. 개업은 일생에 한 번은 해볼 만한 짜릿한 모험이었다. 고민하시는 분들은 용감하게 도전하며 함께 레드오션에 파란 점을 찍어가길 희망한다.

안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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