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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ACP)

 검찰이 2022. 12. 13. 아직 공판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하여 그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2016년, 2018년과 2019년에도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처럼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제공한 정보가 고스란히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의뢰인이 안심하고 변호사에게 진실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게 되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ivilege)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며, 영미권을 비롯하여 법치주의가 자리 잡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의뢰인과 변호사간 비밀유지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뢰인 - 변호사 특권, 비닉특권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변호사에게 어떠한 특권을 부여하는 차원이 아니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의뢰인과 변호사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로 이해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변호사법 제26조 본문에서 ‘변호사 또는 변호사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12조(변호사 … 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압수를 거부할 수 있다. 단, 그 타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제149조(변호사… 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단,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민사소송법 제315조(증언거부권) 제1항 제1호(변호사 …의 직에 있거나 이러한 직에 있었던 사람이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신문을 받을 때), 제344조(문서의 제출의무) 제1항 제3호 다목(제315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항 중 어느 하나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 제2항 제1호(제1항 제3호 나목 및 다목에 규정된 문서) 등의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현행법의 규정들만으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이 충분히 보호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1심 및 항소심이 인정한 변호인의 비밀유지권(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09. 6. 26. 선고 2008노2778 판결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 대하여 비록 형사소송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있지 않으나 헌법 제12조 제4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중 하나로서,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서 의뢰인이 법률자문을 받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에 대하여는 의뢰인이 그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특권을 보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압수수색과정에서 발견한 변호사 작성의 법률의견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전문증거이고, 작성자인 변호사가 형사소송법 제149조 전문(그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에 따라 증언거부를 한 이상 제314조 전문증거의 예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비밀유지권을 부인한 이상 비밀유지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이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기업과 금융회사 등을 조사할 때 법무팀이 포함된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외부 로펌 또는 사내변호사에 의뢰해 서면 또는 구두로 법률자문을 받은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제재 근거로 삼는 조사 관행의 개선을 위해서도 비밀유지권을 의뢰인과 변호사의 일반적인 권리로 법률에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에서 준법경영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사내변호사 또는 로펌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조사 관행으로 법률자문을 받은 내역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로 활용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법률자문을 받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결과가 되어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업무 등 준법 경영 의지를 꺾을 우려가 있습니다.

 거래 기업의 법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자문을 의뢰한 변호사의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한국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여 사업을 하기를 꺼릴 수도 있습니다. 이는 국가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

 법의 지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실히 보장되어야 하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의뢰인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이 철저히 보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법원은 영장의 엄격한 발부와 조건의 부가 등을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밀유지권의 보장은 법의 지배를 향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입니다. 법원은 외부에서 비밀유지권의 도입이라는 선물이 주어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영장발부 실무의 개선을 통하여 사법제도의 선진화를 선도해주기를 바랍니다.

김추 변호사
● 법무법인(유)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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