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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전에 정년, 폐업, 기간만료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 대법원 2022. 7. 14. 선고 각 2021두46285, 2020두54852 판결 】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제도의 취지를 몰각시켜 온 종전 대법원 판결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을 당한 경우 무효확인소송 외에 행정청인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이하 ‘구제명령제도’). 노동위원회는 통상 신청일로부터 90일 내에 신청의 당부를 판단하고(노동위원회규칙), 행정절차이기에 신청인에게 비용부담이 없다. 신속·간이하며 비용부담 없는 구제명령제도의 취지는 해고, 징계로 인해 근로자가 겪을 불이익은 생계와 직결되므로 그 구제절차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함이다.

 대법원 또한 “구제명령제도는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 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 · 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5926 판결).

 그럼에도 종래 대법원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기각한 행정청(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처분을 다투던 중 사직, 정년, 기간만료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민사소송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의 이익을 부정해왔다.1) 수년간 행정쟁송절차를 거치며 몸도 마음도 지친 근로자들에게 새로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은 국가기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구제명령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를 회복시키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종전 판결의 폐기)

 다행스럽게도 대법원은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의 판결을 폐기하고, 원직 복직(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었어도 해고(징계)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행정청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로 대법원은 1)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는 근로자 지위회복만이 아니라 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을 지급받게 하는 것도 포함되는 점, 2) 원직 복직과 임금상당액 지급은 그 목적과 효과가 다르기에 원직 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하여 소의 이익을 인정할 필요는 없는 점, 3) 구제명령에는 간접적인 강제력이 있는 점, 4) 민사소송을 제기할수 있다는 사정이 소의 이익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 않는 점, 5)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 개정취지에 어긋나는 점, 6) 기간제 근로자의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흠결을 초래하는 점을 들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정년 도달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되기 “전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고, 이를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였다(2017. 9. 22.). 원심은 회사의 2017. 10. 1. 취업규칙상 정년 규정 신설 및 시행으로 인해 원고가 이미 그 시행일에 정년에 도달하였다며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

 

구제신청 전에 정년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7. 14. 선고 각 2021두46285 판결, 2020두54852 판결)

 각급 법원의 원심들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부터 그 취지에 따라 신청인에게 부당한 징계, 해고로 미수령한 임금 상당액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재판 도중에 정년 도달, 사업장 폐쇄로 근로관계가 종료하였더라도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해왔다.

 구체적으로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두46285 판결의 원심은 2018. 12. 31.로 정년에 도달한 신청인이 같은 달 27.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일주일 후인 2019. 1. 3. 구제신청을 한 사안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원용하는 동시에 1) 구제신청의 제척기간이 3개월로 단기이므로 구제신청제도의 남용 우려가 적은 점, 2) 정직 처분 후 불과 일주일 후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므로 권리 위에 잠을 자고 있어 보호가치가 없는 근로자라 보기 어려운 점, 3)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 또는 통상 2년 이하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경우 구제신청 기간이 잔존 근로기간으로 한정되므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하는 점을 추가 근거로 들어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보강하였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두54852 판결의 원심은 2018. 5. 31. 사업장 폐쇄와 해고가 동시에 있은 후 근로자가 2018. 6. 15. 구제신청을 한 사안에 대하여, 신청인을 복직시킬 사업장이 남아 있지 않아 원직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래의 근거로 근로자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 등의 사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1) 구제명령제도는 민사소송보다 좀더 신속, 간이하고, 경제적, 탄력적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취지가 있으므로 구제신청 당시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근로자는 구제명령제도의 본래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구제신청 당시 이미 다른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 신청인은 근로기준법상 구제신청권을 갖는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3)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침익적 행정처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까지 근로자의 구제이익을 인정하는 것은 공법상 의무 내지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결과가 된다.

4)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제신청 당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가, 재판 진행 중 정년에 도달한 경우이므로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다.

5) 근로계약관계 종료 시점을 구제신청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구제명령을 구할 이익의 존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6) 신설된 법 규정(기간만료, 정년도래 등으로 원직 복직이 불가능하여도 구제명령 등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은 구제절차 도중에 원직 복직 불가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구제이익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그 사안이 비록 구제신청 이전에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지 않은 경우이기는 했으나, 근로계약관계 종료 시점이 언제인가 보다는 구제명령제도의 취지,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 기간제근로자의 권리구제에 실질적 흠결이 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의 이익을 넓힘으로써 근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려는 방향성이 엿보였다.

 그러나 대상판결들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시점을 엄격히 구분하여 신청 “이전”에 근로계약관계가 (해고 등이 아닌) 정년, 기간만료, 폐업등으로 종료되었다면 더 이상 구제의 이익(노동위원회) 또는 소의 이익(행정소송)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근로자의 구제범위를 좁히고 말았다. 나아가 대상판결들은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4항에 관하여도 같은 취지로 구제신청 “이전”에 근로자 지위가 있어야 한다고 설시하여 신설 규정의 보호범위마저 좁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가 정년 임박 근로자 내지 90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였던 만큼, 대상판결들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대상판결들로 인하여 계약 기간이 구제신청 제척기간 90일보다 적게 남은 근로자들은 숙고의 시간도 없이 구제신청을 해야 하거나, 대법원 말대로 “번잡하고, 고비용인 민사소송”에 내몰리게 되었다.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근로자들이 수십, 수백만 원밖에 되지 않을 임금을 위해 긴 민사소송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호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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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누12347 판결, 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1두533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두1993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두3484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두4746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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