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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일까? 아니, 뇌가 없는 동물도 있을까? 있다. 멍게다. 멍게의 유생은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헤엄치며 다니다가 바위에 붙어 정착한 후 성체가 되는데,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된 멍게는 뇌를 먹어서 없애버린다. 뇌가 동물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저서에 따르면, 5억 년 전 소위 ‘캄브리아기’라고 부르는 시기를 거쳐 다양한 포식자와 피식자가 생겨났고, 이들 모두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더 잘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감각계와 운동체계를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는데, 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생물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즉,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필수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핵심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예측하는 것은, 내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짓는 것은 물론 내가 무엇을 볼지, 들을지, 맡을지 등 내가 외부로부터 무엇을 ‘감지’할 것인지에도 관여한다. 한 번쯤은 주머니 속에서 울리지도 않은 휴대전화의 진동을 느껴본 적이있지 않은가.

 이러한 뇌의 ‘예측’은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하는 방식과 반대 방향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으레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세계를 ‘먼저’ 감지하고,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한 ‘다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분명 오늘 내 의지로 내가 원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데…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뇌는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하기 ‘전’에 행동을 개시하도록 배선되어 있다고 한다. 즉,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신체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먼저’ 예측하고, 움직일 준비를 한 후, 외부 세계를 감지하여 예측과 비교한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외부로부터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예측을 수정하고 새로운 경험을 구성하거나(‘학습’), 예측이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수할 수도 있다.


나 자신과의 싸움? 우리는 그저 매 순간 예측하고 선택할 뿐이다

 “식욕이나 성욕 등과 같은 기본적인 ‘생존 본능’, 기쁨, 화, 두려움 등과 같은 ‘감정’은 당신의 행동을 일탈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짐승과도 같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으며 이것이 우리를 문명화시키고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도록 인도한다. 뇌의 가장 안쪽에 이런 본능을 담당하는 ‘도마뱀의 뇌’,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그리고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피’질의 바깥층이 이성적 사고의 근원이며 이러한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익숙한 서사인가? 저서에 따르면, 이러한 뇌 가설은 과학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가장 널리 퍼진 오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본능과 감정에 지배당하였기 때문도 아니고, 우리가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이 이성적 사고가 충동을 억제하였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매 순간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예측을 하고, 내 신체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뿐이다.

어제는 바꿀 수 없지만 오늘은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뇌와 관련된 최근 연구 결과 중 ‘신경가소성’에 관한 것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래서 나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신체 예산’의 인출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새로운 경험은 내일의 ‘예측’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나는 어제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면 심장이 빠르게 박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우리가 ‘불안감’ 또는 ‘두려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이러한 내수용 감각을 뇌가 잘못 해석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공황장애이다). 법정에서 변론을 하다가 또는 중요한 클라이언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다가 실수를 해 본 과거의 경험이 끊임없이 오늘의 ‘예측’으로 나타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등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면, 오늘부터는 이런 신체적 감각을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 ‘투지’, ‘열정’으로 경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예측방식과 행동을 가져오고, 새로운 행동은 또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박미령 변호사
●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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