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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와 노란 호박

 미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쿠사마 야요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름이 친숙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물방울무늬가 있는 노란 호박을 한 번쯤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현존하는 대표적인 일본의 현대미술 아티스트로서 그 작품들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며 화제가 되었다. 2022년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작품이 64억 2,000만 원에 낙찰됐다. 가장 최근에는 루이비통과 두 번째 협업으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일본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일생과 대표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그녀는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츠모토시에서 태어나 방탕하며 가정에 태만한 아버지와 그로 인한 히스테릭으로 폭력적인 어머니 슬하에서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나 정서적으로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 쿠사마는 10살 무렵부터 강박신경증과 함께, 꽃에 말을 걸거나 본인의 목소리가 개 소리로 들리는 등 환청과 환각증상에 심하게 시달렸다. 그녀는 가정환경으로 고민하고 환청이나 환시에 사로잡혀 자살에 대한 동경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그림은 두려움을 잠재우고 자살을 단념하게 해준 유일한 수단이었다.

 쿠사마는 집안의 빨간색 꽃무늬 식탁보를 본 후, 모든 사물에 무늬가 덮여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에서 상징성을 나타내는 물방울 모양은 그때 당시 환각을 통해 보였던 물방울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집착처럼 보이는 반복적인 패턴을 환각의 탈출구로 삼았다. 어린 시절 그녀의 그림들은 대부분 반점 같은 물방울들이 작품을 뒤덮고 있었다고 한다. 쿠사마와 물방울 무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물방울 무늬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 속 아이콘이 된 호박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호박 사랑은 유년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종묘상을 운영했던 부모님이 이따금씩 외출하면 그녀는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꽃이나 호박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어린 쿠사마는 우연히 발견한 호박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환영을 경험하면서, 호박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호박에서 보이는 수많은 씨앗들은 쿠사마가 늘 강조해왔던 ‘무한 반복과 집착의 이미지’에 꼬옥 들어맞았고, 그녀는 일정한 무늬와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작품 속에 무한과 영원을 표현해내었다. 물방울이나 그물모양의 표현방식은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보았던 환각을 작품으로 표현해 낸 것이고, 강박증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녀는 뉴욕에서도 작가로 활동하였는데, 그 시절에도 자신의 몸과 방 전체가 붉은 점에 뒤덮이는 환각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중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그녀의 작품인 ‘노란 호박’은 그녀가 평생 겪은 고통이 예술적으로 잘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려는 아트컬렉터들의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쿠사마는 미국에서 거리 누드 퍼포먼스라던지, 전시 주최 측과 협의되지 않은 행위예술 등을 선보이며 도발적인 행보로 나아갔다. 이에 보수적인 성격인 일본보다 미국에서 더 주목받았다고 보인다.

 그녀는 ‘파격적’, ‘공격적’, ‘도발적’, ‘강박적’ 경계를 허무는 작가로 자주 묘사된다. 백인 중심의 미국 미술시장에서 살아남은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그녀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라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미술계, 영화계, 패션계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오죽하면 명품 브랜드가 사랑한 최고의 아티스트로 꼽힐 정도겠는가.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인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 아우디 설립 100주년 기념 콜라보레이션, 코스메틱브랜드 랑콤과의 콜라보레이션, 그 외 마크 제이콥스, 코카콜라, 뵈브 클리코 등 다채로운 콜라보레이션으로, 그녀는 명품 브랜드가 사랑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물방울 무늬, 반복적 패턴을 활용한 콜라보 제품들은 대중들에게 깊은 각인을 심어줌과 동시에 그녀의 디자인을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잡게 만들었고, ‘현존하는 최고의 예술가와의 협업’이라는 수식어로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다.

 2023년 가장 최근에는 럭셔리 패션브랜드 루이비통이 10년 만에 두 번째로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여성과 남성 핸드백, 액세서리, 의류 등의 콜라보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쿠사마의 물방울 무늬를 모든 제품에 다양하게 적용하여 루이비통의 클래식 제품들을 과감하게 재해석했다고 평가된다. 루이비통은 쿠사마 야요이와의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전세계 유명 백화점들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개최하고 있다.

 쿠사마는 명실상부 전세계가 주목하고 사랑하는 작가이다. 또한 현존하는 여성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이다. 그녀의 명성과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몇 배나 더 커진 만큼, 그녀의 브랜드 가치는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고 볼 수 있고, 루이비통과 같은 최고급 명품 브랜드가 그녀와 계속해서 협업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한국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호텔 로비에 전시된 거대한 ‘노란 호박’이다. 또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작은 규모의 ‘노란 호박’을 볼 수 있다. 제주 본태 박물관에서는 설치작품인 ‘무한거울 방’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최근에도 ‘무한거울 방’에 들렸는데, 해당 작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한한 반복과 그 속에 있는 나의 반복을 중첩 또는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쿠사마 야요이가 과거 느꼈던 감정과 환상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은 쿠사마 야요이를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고 극복해낸 성공적인 여성예술가로 이야기한다. 필자 개인의 관점에서 무한한 반복적인 패턴으로 뒤덮인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겪어왔던 정신장애가 얼마나 불행하고 공포스러웠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녀의 장애는 타고난 것이었다. 개인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쳤고, 결국 그림을 통해 본인 스스로 문제를 극복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통해 삶은 본인이 마음먹은 대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지훈 변호사
●법무법인(유) 엘케이비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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